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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법원, 트럼프 상호관세에 제동 … 이후 전망은?

2일 전

미국 연방 국제무역법원(CIT)이 28일(현지시간) 전 세계를 상대로 관세를 부과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은 정부의 권한을 넘어서는 조치라고 판단하며 현 행정부의 핵심 경제 정책에 큰 타격을 입혔다.

CIT는 백악관이 근거로 삼은 '국제 비상 경제 권한법(IEEPA)'은 거의 모든 국가를 대상으로 하는 일방적인 관세 부과 권한을 부여하지 않는다고 해석했다.

미 뉴욕주 맨해튼에 자리한 연방 법원인 CIT는 미국 헌법상 외국과의 무역을 규제할 수 있는 배타적 권리는 의회에 있고, 이는 대통령의 경제 보호권한보다 우선한다고 판단했다.

한편 판결이 발표되고 불과 몇 분 만에 트럼프 행정부는 항소를 제기했다.

소송을 제기한 주체는?

이번 판결은 2건의 별도 소송을 기반으로 한다. 우선 관세가 부과된 국가들의 상품을 수입하는 미국 내 소기업 5곳을 대표해 비영리 단체 '리버티 저스티스 센터'는 소송을 제기했으며, 미국 주 정부 연합도 관세에 대해 소송을 제기했다.

이 두 소송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른바 미국 '해방의 날'이라며 부과한 글로벌 관세에 대한 첫 번째 주요 법적 도전이다.

판사 3명으로 구성된 재판부는 트럼프 정부가 글로벌 관세 부과의 근거로 삼은 1977년 제정된 IEEPA법은 대통령에게 광범위한 관세 부과 권한을 부여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또한 재판부는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 멕시코, 캐나다가 미국으로의 마약 및 불법 이민자 유입 단속에 소극적으로 나서는 모습에 참을 수 없다며 이들 3개국에 별도로 부과한 관세 조치에도 제동을 걸었다.

다만 자동차, 철강, 알루미늄 등 특정 상품에 부과된 관세의 경우 근거로 한 법률이 다르기에 이번 판결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현재까지 반응은?

우선 백악관은 이번 판결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아직 직접적으로 이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쿠시 데사이 백악관 부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국가 비상사태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은 선출직이 아닌 판사들의 일이 아니"라며 반박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아메리카 퍼스트(미국우선주의)'를 약속했고, 트럼프 행정부는 이번 위기에 대응하고 '미국의 위대함'을 되찾고자 모든 행정력을 동원할 준비가 돼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반해 소송에 참여한 12개 주 중 한 곳인 뉴욕주의 레티시아 제임스 법무장관은 "법은 명확하다. 그 어떠한 대통령도 마음 내킬 때 독단적으로 세금을 인상할 권한이 없다"며 이번 법원의 결정을 환영했다.

제임스 장관은 "이번 미국 가계와 기업에 대한 대규모 세금 인상"이라면서 "만약 계속 부과되었더라면 물가 상승, 모든 규모의 기업에 대한 경제적 피해, 전국적인 일자리 감소를 일으켰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글로벌 시장은 이번 판결에 긍정적으로 반응하는 모습이다. 29일 아침, 일본의 닛케이225 지수가 약 1.5% 상승하고, 호주 ASX200 지수도 소폭 오르는 등 아시아 증시는 상승세로 출발했다. 미 증시 선물도 급등했으며, 미 달러는 안전자산으로 여겨지는 일본 엔화나 스위스프랑 대비 강세를 보였다.

앞으로의 상황은?

백악관에는 관세 부과 중단을 위한 행정 절차를 마무리 지을 수 있는 10일의 시간이 주어졌다. 다만 현재 대부분의 관세는 이미 유예된 상태다.

트럼프 행정부가 이미 항소를 제기한 만큼 항소 절차가 마무리될 때까지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미국 관세국경보호청(CBP) 고위 관계자 출신인 존 레너드는 만약 백악관이 항소심에서 패배할 경우 CBP가 직원들에게 관련 지침을 전달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물론 상급 법원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더 우호적일 수 있다.

그러나 상급 법원이 이번 판결을 유지할 경우, 이미 관세를 납부한 기업들은 납부한 금액에 이자를 더해 환급받을 수도 있다.

환급금에는 소위 상호관세도 포함된다. 상호관세의 경우 최근 대부분의 국가에 대해서는 일괄적으로 10%로 인하되었으며, 중국산 제품에 대해서는 145%로 인상되었다가 현재 30%로 조정되었다.

레너드는 현재로서는 국경에서 달라지는 일은 없을 것이며, 관세는 여전히 납부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SPI 자산 운용'의 스티븐 인스는 논평을 통해 "시장에서는 무역 전쟁의 벼랑 끝 전술로 촉발된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불안감이 몇 주간 이어진 가운데 투자자들이 마침내 한숨을 돌리는 모습이 일부 감지되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법원이 "백악관은 거래소가 아니고, 헌법은 백지 수표가 아니"라는 명확한 메시지를 던졌다고 지적했다.

"행정부의 권한 남용이 마침내 한계에 다다른 것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덕에, 적어도 다음 뉴스가 나오기 전까지는, 거시 경제가 새롭게 안정을 찾을 수도 있습니다."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폴 애쉬워스는 이번 판결로 인해 "90일간의 유예 기간 신속히 무역 '합의'를 체결하려는 트럼프 행정부의 계획에는 분명 차질이 생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른 국가들은 앞으로의 상황을 "기다리며 지켜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사안의 배경은?

지난 4월 2일, 트럼프 대통령은 주요 무역 파트너국 대부분에 관세를 부과하는 전례 없는 글로벌 관세 계획을 밝혔다.

이에 따라 대부분의 국가에 기본 관세 10%가 부과되었고, 이에 더해 유럽연합(EU), 영국, 캐나다, 멕시코, 중국 등 수십 개 국가와 지역에는 더 높은 상호 관세가 부과되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러한 경제 정책이 자국 제조업을 활성화하고 일자리를 보호할 것이라 주장했다.

해당 발표 및 이후 각국 정부들이 협상에 나서면서 미 행정부가 일부 관세를 철회 및 유예한다고 밝히며 전 세계 시장은 혼란에 빠졌다.

게다가 중국과의 장기화된 무역 전쟁으로 이번 혼란은 더욱 가중되었다. 미국과 중국은 서로에 대한 관세 인상 조치를 이어 나가며 대립했고, 그 결과 미국은 중국산 제품에 최대 145%의 관세를, 중국은 미국산 수입품에 최대 125%의 관세를 부과하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그러나 이후 세계 1, 2위 경제대국은 휴전에 합의했다. 협상 결과, 미국은 대중 관세를 30%로, 중국은 일부 미국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10%로 인하했다.

영국 또한 미국과 관세 인하 협정을 맺었다.

EU의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 협상 진전 속도가 느리다며 다음 달부터 모든 EU산 제품에 대해 5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했으나,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회 위원장이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고 설명한 뒤 한 달 이상 더 유예하는 데 합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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