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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대선: 대한민국 권력지도는 어떻게 바뀔까

2일 전
제21대 대통령선거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왼쪽)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
BBC

2025년 6월 한국의 대선은 단순한 대통령 선출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대통령의 권한과 사법부의 견제 기능 등 민주주의를 떠받치는 핵심 권력 구조가 이번 선거 결과에 따라 변화의 국면을 맞이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번 대선 후보들 가운데 여론조사 지지율 선두를 달리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두 후보가 밝힌 공약을 중심으로, 입법부, 행정부, 사법부 간의 권력 균형이 어떻게 달라질지 분석해본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
Reuters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

이재명, 견제와 균형 가능할까

우선 이재명 후보가 당선될 경우, 민주당은 이미 확보한 국회 과반 의석을 바탕으로 입법권을 완전히 장악하게 된다.

대선 이후 민주당이 입법부 권한을 대폭 강화하는 법안들을 본회의에서 통과시킬 경우, 같은 당 소속인 대통령의 거부권은 사실상 무력화돼 결국 국회의 권한이 지금보다 훨씬 강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재명 후보는 주요 공약으로 '대통령 4년 연임제'로 권한 분산과 제왕적 대통령제 해체를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정치권과 법조계에서는 삼권분립의 측면에서 사법부의 견제 기능이 제대로 작동할지 의문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민주주의 핵심 원리이자 법치주의 근간인 삼권분립은 입법부, 행정부, 사법부 간의 권력 분리를 통해 권력의 집중과 남용을 방지하는 시스템을 말한다.

대선 이후 삼권분립을 통한 권력의 분산과 독립성 확보가 가능한가에 대한 논쟁은 최근 민주당이 추진한 대법관 정원 확대 및 비법조인 임명 법안을 두고 더욱 가속화됐다.

민주당은 최근 대법관 정원을 100명으로 확대하고 비법조인까지 임명할 수 있는 법안을 추진하던 중 여론의 반발로 철회했다.

하지만 선거를 6일 앞둔 28일 공개한 대선 공약집에서 민주당은 대법관 증원을 공식화하며 사법 개혁 의지를 분명히 했다.

민주당은 수사·기소 분리와 검사 징계 파면 제도 도입을 포함한 강력한 검찰 개혁도 예고했다.

특히 공약집에는 경력 법조인 중에서만 검사를 선발하도록 하는 법조 일원화 확대 내용도 담겼다.

또 사법 개혁과 관련해 법관평가위원회를 설치해 법관에 대한 평가제도를 개선하고 국민참여재판 배제 요건을 강화해 판사가 임의로 국민참여재판을 배제하는 것을 방지한다는 계획 등도 내걸었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BBC와의 통화에서 "이미 국회를 장악한 민주당이 이재명 후보의 집권까지 이뤄낸다면, 사실상 입법·행정 권력을 독점하게 된다"며 "대법관을 대통령 입맛에 맞는 코드 인사로 대폭 증원하려는 법안을 통과시킬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데, 이는 명백히 사법부 장악 시도"라고 말했다.

같은 맥락에서 전직 대법관과 헌법재판관, 법무장관, 검찰총장, 대한변협회장 등 주요 법조인과 전국 교수 1004명은 지난 27일 대법원 정문 앞에서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은 대법관 수를 기존 14명에서 최대 100명까지 늘리는 법원조직법 개정안과 대법원 판결에 대해서도 헌법소원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하는 헌법재판소법 개정안도 발의한 바 있다"며 "민주당 편 판사를 대거 임명해 대법원을 장악하고 사실상의 '4심제'를 도입하여 자기들에게 유리한 판결만 하도록 사법제도 자체를 개조하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반면 검찰 개혁 및 사법 개혁은 반드시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잖게 나온다. 검찰 권한 남용을 막기 위해 수사·기소 분리 등으로 권한을 분산하고 민주적 통제를 강화하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법관 증원이 반드시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며 "오히려 민주당이 다수 의석을 확보한 상황에서 대통령을 배출한다면 그간 미뤄온 검찰 개혁뿐 아니라 법원 개혁까지 반드시 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한민국 국회 전경
EPA-EFE/REX/Shutterstock
대한민국 국회 전경

이 후보가 당선될 경우, 대통령실이 예산권까지 가져올 수 있다. 28일 공개된 민주당 공약집에는 기획재정부 조직 개편 내용이 담겼다.

이른바 '기재부 쪼개기'에 대한 구체적 내역은 공약집에 담지 않았지만, '기재부의 예산 권한 이관'을 골자로 한 개정안은 이미 민주당 의원 명의로 발의된 상태다.

이 법안은 예산편성권을 쥔 기재부가 다른 부처 위에 군림한다는 지적에 따라 마련됐다.

이에 따라 민주당은 기재부 예산권을 대통령실 또는 국무총리실 산하로 이관하는 안을 검토했는데, 이를 두고 자칫 행정권과 예산권을 모두 독점하는 막강한 권력구조가 형성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대통령실이 직접 예산 편성권을 가지면 관료의 견제와 재정 건전성이 약화되고, 정치적 예산 편성이 증가할 수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논란이 일자 이 후보는 지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의 질의서 답변에서 "기재부 기능 분리는 총체적인 관점에서 봐야 한다"며 다소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다.

김문수, 야당과 '협치' 가능할까

김문수 후보가 당선될 경우, 여소야대 상황에서 정부의 정책 추진에 상당한 난항이 예상된다.

특히 국회가 과반 의석을 확보한 민주당의 영향권 아래 있어 주요 법안 통과가 어려워지고, 예산안 처리 및 인사청문회 등이 잇따라 야당의 반대에 부딪힐 가능성이 높다.

국민의힘은 공약집에서 대통령 권한을 축소하겠다며 대통령 불소추 특권과 국회의원 불체포 특권도 없애겠다고 밝혔다. 또 차기 대통령 임기를 3년 단축해 2028년 대선과 총선을 동시에 치르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야당의 협조 없이는 개헌뿐만 아니라 단일 법안 조차 통과시키기 어렵다. 일각에선 정치적 교착 상태로 인해 국정이 사실상 마비될 위험마저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임지봉 교수는 "김문수 후보가 당선될 경우, 이는 과거 정권으로의 회귀를 의미한다"며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책임 규명과 처벌은 사실상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차진아 교수는 "김문수 후보가 당선될 경우, 윤 전 대통령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민주당과의 대화와 협상에 나서야 한다"며 "민주당을 단순한 적대세력으로 규정해선 안 되고, 국민을 설득하고, 민주당과 협상하며 정국을 풀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투표 용지를 보여주는 선관위 관계자
EPA-EFE/Shutterstock
투표 용지를 보여주는 선관위 관계자

해외 사례와 시사점

이번 대선 결과에 따라 '사법의 정치화'와 '정치의 사법화' 논란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집권 세력은 개혁을 명분으로 권력 구조 조정을 추진할 수 있고, 야권은 이를 권력 장악 시도로 해석해 헌법소원 등 법적·정치적 대응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된다.

해외의 경우 사법 제도 개편을 둘러싼 갈등이 민주주의 후퇴 우려로 번진 사례가 있다.

폴란드는 대법원 산하에 정권에 비판적인 판사를 징계할 수 있도록 '판사 징계위원회'를 설치한 바 있다.

이에 유럽연합은 "법원 내 징계위원회는 민주주의 원칙에 위배된다"며 이를 즉시 해체하지 않으면 제도가 개선될 때까지 경기회복 지원금을 지급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세계 거버넌스 지표(World Governance Indicators)'에 따르면, 사법부 독립성을 포함한 법치주의 지수가 낮아진 국가에서는 언론·시민 자유와 정부 효율성 지표도 함께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맥락에서 언론과 시민사회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차 교수는 "권력 집중 상황에서 사법부 독립성이 흔들리면 법치주의가 무너질 수 있다"며 "언론과 시민사회가 팩트체크와 견제 기능을 적극적으로 수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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