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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자연사 박물관이 공개한 '올해의 청소년 야생생물 사진 대회' 수상작은?

2024.10.09
균류의 자실체를 향해 기어가는 톡토기
Alexis Tinker-Tsavalas/Wildlife Photographer of the Year
2024 ‘올해의 청소년 야생생물 사진 대회’의 대상은 ‘죽은 나무 밑 삶(Life Under Dead Wood)’을 출품한 독일 출신 알렉시스 팅커-사발라스에게 돌아갔다

진귀한 야생의 풍경을 찰나의 순간 세심하게 포착해내는 건 어떤 느낌일까.

불꽃 같은 줄무늬를 뽐내며 뛰어오르는 호랑이나, 가로등 불빛에 빛나는 너구리 같은 동물이 아니다. 눈 깜짝할 사이 살짝 뛰어오르는 작은 벌레가 숲속 통나무 아래 자리한 균류 자실체를 향해 기어가는 모습 등을 카메라에 담는 것이다.

‘톡토기’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이 작은 절지동물은 길이가 고작 2mm에 불과한 생명체로, 다리는 총 6개다. 과학자들에 따르면 톡토기는 지구상에서 가장 빠르게 뒤로 공중제비를 할 수 있다고 한다.

전 세계에서 두루두루 서식하는 톡토기는 사실 환경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박테리아, 곰팡이와 같은 미생물을 먹이로 삼는 이들은 유기물 분해를 도와 토양의 품질을 개선한다.

독일에 사는 알렉시스 팅커-사발라스(17)는 베를린 외곽의 숲이 우거진 지역에서 톡토기가 점균류의 자실체를 향해 기어가는 놀라운 모습을 포착해냈다.

다람쥐를 잡아먹고 있는 어린 쿠퍼매
Parham Pourahmad/Wildlife Photographer of the Year
11~14세 부문 수상작인 파르함 푸라흐마드의 ‘저녁 식사(An Evening Meal)’

‘죽은 나무 밑 삶(Life Under Dead Wood)’이라고 이름 붙인 해당 작품은 올해 영국 런던 자연사 박물관에서 주최하는 ‘청소년 야생생물 사진 대회’에서 대상을 차지했다.

‘적재적소, 적시에 포착’

팅커-사발라스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언제나 내 마음속에 그려오던 모습이었다. 균류와 톡토기를 한 화면 안에 담고 싶었다. 그러나 적재적속에서 적시에 포착해야 하기에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마저도 너무 작아서 더욱 어려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주 가까이 다가가 빠르게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는 팅커-사발라스는 톡토기는 가만히 오래 있지 않는 경우가 많아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시간이 넉넉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팅커-사발라스는 서로 다른 초점 거리에서 촬영한 사진 36장을 합성하는 ‘포커스 스태킹’이라는 기법을 통해 이 작품을 완성했다고 밝혔다.

런던 자연사 박물관에 따르면 올해 ‘청소년 야생생물 사진 대회’에는 전 세계에서 4000여 점이 넘는 기록적인 수의 작품이 출품됐다고 한다. 이 대회는 10세 이하, 11~14세, 15~17세 등 총 3개 부문으로 나눠 심사한다.

그리고 각 부문의 우승자는 자동으로 대상 격인 ‘올해의 청소년 야생생물 사진작가’ 후보가 된다.

무거워 보이는 사슬 옆에 있는 검은딱새
Alberto Román Gómez/Wildlife Photographer of the Year
10세 이하 부문 수상작인 스페인 출신 알베르토 로만 고메즈의 ‘새처럼 자유롭게(Free as a Bird)’

11~14세 부문

먼저 11~14세 부문의 수상작은 미국 캘리포니아 출신 파르함 푸라흐마드(14)가 촬영한 ‘저녁 식사(An Evening Meal)’이다.

쿠퍼매가 다람쥐를 먹고 있는 모습을 포착한 푸르흐마드는 대도시 외곽에 사는 멋진 야생동물의 모습을 담고 있기에 큰 감동을 주는 사진이라고 자평했다.

푸르흐마드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이 사진을 통해 사람들이 우리 가까이 있는 자연에 눈을 뜰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10세 이하 부문

다음으로 10세 이하 부문에서는 스페인 출신 알베르토 로만 고메즈(8)가 촬영한 ‘새처럼 자유롭게(Free as a Bird)’가 선정됐다.

무거운 쇠사슬 옆에 앉은 검은딱새를 포착한 고메즈는 사람들이 이 사진을 보고 동식물과 이들의 서식지 보호의 중요성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고메즈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그래야 이들도 존중받고, 보살핌받으며, 훼손되거나 멸종하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얕은 물 속을 돌아다니는 사슴
Arshdeep Singh/Wildlife Photographer of the Year
15~17세 부문에서 2위를 차지한 인도 출신 아르쉬딥 싱의 ‘습지 신비(Wetland Mystique)’. 당시 싱과 아버지는 새벽녘 빛을 포착하고자 숲에 가려 했으나, 폭우로 인해 불가능했다. 그리고 안개가 걷히기 시작했을 때 싱은 이 회색빛의 아름다운 장면을 포착해낼 수 있었다

한편 런던 자연사 박물관에서 ‘올해의 야생생물 사진작가’ 프로그램을 맡고 있는 폴린 로버트는 전 세계 청소년 사진작가들의 재능과 기술을 선보이는 자리라고 설명했다.

로버트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차세대 야생생물 사진 작가들에게 영감을 주고 싶을 뿐만 아니라, 청소년들이 자신 주변의 자연을 되돌아보고 주목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그저 단순한 사진 대회가 아니라는 게 런던 자연사 박물관 측의 설명이다.

해초 사이를 헤엄치는 갑오징어
Oriol Chias Diez/Wildlife Photographer of the Year
11~14세 부문에서 2위를 차지한 스페인 출신 오리올 치아스 디에즈의 ‘영리한 갑오징어(The Clever Cuttlefish)’. 디에즈는 한 시간 넘게 이 갑오징어를 관찰하며 자유자재로 몸의 모양과 색깔을 바꾸는 그 능력에 매료됐다. 한번은 다리를 흔들며 마치 물에 흔들리는 해초를 흉내 내기도 했다

이렇게 출품된 사진은 런던 자연사 박물관의 연구자들에게도 전달된다. 이들은 사진을 살펴보고 생물종을 판별하며, 이를 통해 서식지 파괴 문제, 생물이나 이들이 사는 환경이 처한 문제에 대해 더 잘 이해하게 된다.

로버트는 “물론 기후 변화, 생물 다양성 손실과 같은 더 광범위한 글로벌 문제에 대한 이야기도 나올 수 있다”고 언급했다.

자연을 더 잘 이해하기

‘청소년 야생생물 사진 대회’는 전 세계 누구나 참가비 없이 참가할 수 있다.

로버트는 “아울러 꼭 전문 카메라로 촬영할 사진일 필요도 없다. 스마트폰으로도 멋진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시대”라면서 “또한 심사위원단은 사진 제작 시 사용한 기술을 바탕으로 점수를 매기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그늘진 나무 사이로 보이는 보통공작새 2마리
Shreyovi Mehta/Wildlife Photographer of the Year
10세 이하 부문에서 2위를 차지한 인도 출신 슈레요비 메타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In the Spotlight). 메타는 부모님과 함께 숲을 걷다가 이러한 모습을 포착했다. 이에 메타는 카메라를 들고 있던 아버지에게 달려가 카메라를 받아들고 바닥에 엎드려 낮은 앵글에서 이 사진을 찍었다

올해 대상 수상자인 팅커-사발라스는 특히 야생생물 사진에 관심이 있는 전 세계 청소년들에게 전할 메시지가 있다고 했다.

그는 야생생물을 담은 사진, 특히 접사 사진은 시민들의 자연에 대한 이해 증진에 도움이 된다고 믿는다.

“많은 사람들이 주변에 얼마나 많은 곤충, 거미 및 작은 생물들이 존재하는지, 이들이 생태계, 심지어 도시에서도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지 알지 못한다”는 것이다.

팅커-사발라스는 “야생생물 사진은 이러한 생물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사람들이 자연을 더 잘 이해하고 배울 수 있도록 도울 멋진 방법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나뭇잎 위에 앉은 저지타이거나방
Alexis Tinker-Tsavalas/Wildlife Photographer of the Year
15~17세 부문에 알렉시스 팅커-사발라스가 출품한 또 다른 작품인 ‘여름 모임(Summer Gathering)’. 그리스 파로스 섬의 나무들이 담쟁이덩굴과 저지타이거나방에 뒤덮인 모습으로, 팅커-사발라스는 이 작은 숲의 어두운 덤불 속에서 펼쳐지는 모습이 얼마나 멋진지 보여주고 싶었다고 한다
숲 한가운데 난 도로 위에 앉아 있는 어린 여우
Maxime Colin/Wildlife Photographer of the Year
15~17세 부문에 프랑스의 막심 콜린이 출품한 ‘위험한 건널목(Dangerous Crossing)’. 숲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는 도로 위에 앉아 있는 이 어린 여우는 콜린이 1년 넘게 관찰한 어미 여우의 새끼다. 당시에도 콜린은 새끼 여우 3마리가 노는 모습을 지켜봤고, 그중 한 마리는 그를 돌아봤다고 한다
이스라엘 근처 지중해에서 사냥 중인 제비갈매기
Nate Kovo/Wildlife Photographer of the Year
15~17세 부문에 이스라엘의 네이트 코보가 출품한 ‘파도를 훑어보며(Skimming the Waves’). 코보는 이스라엘의 지중해 연안에서 사냥 중인 제비갈매기의 눈높이 앵글에서 포착했다. 코보는 강한 너울로 인해 미끄러운 바위 위에서 카메라를 들고 물속에서 2시간을 기다렸다
붉은여우가 먹이를 입에 문 모습
Lory-Antoine Cantin/Wildlife Photographer of the Year
11~14세 부문에 캐나다의 로리-앙투앙 칸탱이 출품한 ‘곱빼기(Double Helping)’. 붉은여우가 먹이를 단단히 물고 길가로 다가오고 있다
사람 손에 잡힌 흰목휘파람새
Liwia Pawłowska/Wildlife Photographer of the Year
11~14세 부문에 폴란드의 리위아 파우로우스카가 제출한 ‘손으로 기록하기(Recording by Hand)’. 파우로우스카는 새 다리에 표지를 붙여 이들에 대해 연구하는 조류표지법에 매료됐다면서 자신의 사진이 ‘조류표지법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흑꼬리도요
Liam O’Donnell/Wildlife Photographer of the Year
11~14세 부문에 아일랜드의 리암 오도넬이 출품한 ‘한 판 붙은 도요새(Sparring Godwits)’. 사진 속 흑꼬리도요 2마리는 영역을 놓고 다투고 있다. 오도넬은 좋은 장면을 포착하고자 카메라를 들고 진흙밭에 엎드려 앉아 몇 시간 동안 기다렸다
지나가는 사람들을 흥미롭게 쳐다보는 황갈색올빼미 2마리
Sasha Jumanca/Wildlife Photographer of the Year
10세 이하 부문에 독일/루마니아 출신의 사샤 주만카가 출품한 ‘둥지 떠나기(Leaving the Nest)’. 사진 속 황갈색 올빼미 2마리는 지나가는 사람들을 흥미롭게 쳐다보고 있다. 주만카는 독일 뮌헨의 집 근처 공원에서 며칠 동안 이 올빼미들을 관찰했다
대칭을 이룬 산꼬마부전나비의 날개
Sasha Jumanca/Wildlife Photographer of the Year
10세 이하 부문에 독일/루마니아 출신의 사샤 주만카가 출품한 또 다른 작품인 ‘나비 대칭(Butterfly Symmetry)’. 주만카는 대칭을 이루는 날개 한 쌍을 지닌 산꼬마부전나비를 포착해냈다. 주만카는 자신이 탐험을 떠나는 들판에 얼마나 많은 나비들이 “공중에서 춤을 추며 한 꽃에서 다음 꽃으로 옮겨 다니며” 놀랐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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