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에 드리운 전현직 대통령의 그림자…막판 표심 흔드나
6·3 지방선거가 하루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전현직 대통령들의 등판이 유권자의 표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1일 서울 성동구 서울숲을 찾아 "일 잘하는 시장, 일 잘하는 구청장을 뽑아야 한다"며 국민의힘 후보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
이 전 대통령은 전날 부산 해운대시장을 찾은 자리에서도 "정말 일 잘하는 시장을 뽑아야 부산이 발전할 수 있다"며 박형준 부산시장 후보에게 힘을 실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이번 지방선거에서 전면에 나섰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추경호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를 돕기 위해 대구를 찾았다. 그는 추 후보와 함께 대구 서문시장을 방문해 "흔히 대구를 보수의 상징이라고 하는데, 대구 경제가 어려워서 많이 힘들어하시는 걸 안다"며 "대구 경제를 살릴 적임자인 추 후보에게 압도적인 지지를 보내면 여러분께 보답해 드릴 것"이라고 했다.
앞서 박 전 대통령은 지난달 23일에도 대구 칠성시장을 찾아 추 후보를 지원했고, 25일에는 충북 옥천으로 이동해 김영환 충북지사 후보를 격려하는 등 적극적인 지원 사격에 나섰다.
27일에는 박형준 부산시장 후보와 박민식 부산 북갑 후보를 지원하기 위해 부산을 방문했다. 이어 울산과 강원에서도 김두겸 울산시장 후보와 김진태 강원지사 후보를 응원하는 등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장을 방불케 하는 광폭 행보에 나섰다.
보수층 향한 막판 호소
정치 일선에서 물러났던 두 전직 대통령이 동시에 선거판 전면에 나선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전직 대통령들이 선거를 앞두고 특정 지역을 방문하거나 공개 투표에 참여하며 지원에 나선 사례는 있었지만, 이번처럼 전국을 돌며 후보 지원 유세에 나서는 경우는 흔치 않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두 전직 대통령의 등판이 막판 지지층 결집 효과로 이어지기를 기대하고 있다.
장동혁 국민의힘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은 2일 대국민 호소문을 통해 "이재명과 민주당의 오만을 내일 막아세우지 못한다면 이재명과 민주당은 더 거칠게 폭주하며 더 가혹한 폭정으로 내달릴 것"이라며 "결코 투표를 포기해서는 안 된다. 반드시 투표로 심판해야 한다"고 했다.
추경호 후보는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보수층이 빠르게 결집하고 있던 그 와중에 또 박근혜 전 대통령이 시장에 나와주셨다"며 "저는 (보수층 결집을) 더 가속화시키고 강화시키는 데 분명히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면 여당은 두 전직 대통령의 등판을 과거 정치의 귀환으로 규정했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총괄상임선대위원장은 1일 충남 천안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의에서 윤석열, 박근혜, 이명박 전 대통령을 향해 "'감옥 3인방'이 이재명 대통령을 부정하고 흔들고 있다"며 "이들의 선거전 등판은 국민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안팎에서는 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의 확장성에 한계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민주당 조승래 총괄선대본부장은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투입에 대해 "역효과를 불러올 것"이라며 국민의힘의 막판 결집 전략이 중도층에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현직 대통령까지 번진 공방
이재명 대통령의 사전투표와 투표 독려 메시지도 선거 막판 쟁점으로 떠올랐다.
이 대통령은 사전투표 기간인 지난달 30일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꼭 투표합시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투표는 민주주의의 생명줄"이라며 투표 참여를 호소했다.
이 대통령은 "투표 포기는 국민을 속이고 권력을 남용하는 자들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라며 "이 말이 불편한 정치 집단이 있다면 그들이 바로 구태 기득권자"라고 했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21일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뒤 부산을 두 차례 찾았다. 지난달 26일 자갈치시장을 찾은 데 이어 이튿날인 27일에는 영도구 바다의 날 기념식에 참석해 동남권 투자 확대와 지역 균형 발전 구상을 밝혔다.
대통령실은 민생과 경제를 위한 통상적인 일정이라는 입장이지만, 국민의힘은 '관권선거'라며 반발했다.
국민의힘은 "겉으로는 투표 참여를 독려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특정 정치 세력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유도하는 메시지"라며 "대통령의 정치적 중립 의무를 망각한 노골적인 선거 개입"이라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또 이재명 대통령이 6·3 지방선거 사전투표를 하면서 투표지를 노출했다는 논란과 관련해 이 대통령과 선관위 관계자를 경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결집과 역풍 사이
대통령의 선거 관련 메시지를 둘러싼 논란은 과거에도 반복됐다. 지난 2022년 대선을 앞두고 문재인 당시 대통령이 "민주공화국의 주권자로서" 투표에 참여해 달라고 하자, 국민의힘은 문 대통령이 '민주'라는 표현을 반복해 더불어민주당을 연상시켰다며 "노골적 대선 개입"이라고 비판했다.
2016년 총선을 앞두고도 비슷한 논란이 있었다. 당시 박근혜 대통령이 "민생 안정과 경제 활성화에 매진하는 새로운 국회가 탄생해야 한다"고 말하자, 야권은 이를 사실상의 선거 개입으로 보고 강하게 반발했다.
전현직 대통령의 지원이 실제 득표로 이어졌는지는 선거마다 평가가 엇갈린다. 높은 인지도와 상징성이 곧바로 득표로 연결된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평가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2024년 총선 당시 부산·경남 지역을 돌며 민주당 후보들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 유세에 나선 바 있다. 하지만 경남 지역 선거 결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정치권에서는 문 전 대통령의 지원 유세가 오히려 보수층 결집을 자극했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문 전 대통령은 공개 유세에는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 대신 조국혁신당 후보 게시물에 '좋아요'를 누르는 식의 간접 지원에 나섰다.
정치권 안팎에선 여야의 이번 선거전이 사실상 전현직 대통령들 간 '대리전' 양상으로 흘러갔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현직 대통령들의 등장이 선거 막판 유권자들의 주목도를 높인 것은 분명하지만, 그 효과가 특정 진영의 결집으로 이어질지, 아니면 중도층 표심에 역효과를 낳을지는 개표 결과를 통해 확인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