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휴머노이드 로봇은 자동차 제조 업계의 미래일 것'
BMW가 유럽에서 처음으로 자동차 생산에 휴머노이드 로봇을 도입할 예정이다.
올여름부터 '헥사곤 로보틱스'가 제작한 로봇 2대가 BMW 생산 라인에 투입될 예정이다. 현재 이 로봇들은 독일 라이프치히 소재 공장에서 시험 운영 중이다.
BMW의 공정 관리 및 디지털화 담당 책임자인 마이클 니콜라이데스는 로봇이 "자동차 제조의 미래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실 자동차 업계는 이미 수십 년 전부터 로봇팔과 같은 자동화 장비를 활용해왔다.
그렇다면 왜 현재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으로 넘어가려는 것일까.
니콜라이데스는 "휴머노이드 로봇은 인간과 크기도 능력도 비슷하기에 오늘날 사람이 일하는 거의 모든 작업 환경에 그대로 배치할 수 있다"고 말한다.
조립 라인을 재설계하는 비용은 여전히 비싸지만, 로봇의 가격은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결과적으로 기존에 인간이 맡던 작업 과정에 그대로 로봇을 투입하는 방식이 비용 측면에서 효율적이다.
미국의 IT 연구 및 자문 회사 '가트너'의 부사장 겸 분석가인 빌 레이는 "로봇 한 대 가격이 1700만달러(약 250억원)씩 했다면 공장 생산 라인을 로봇에 맞춰 새롭게 재편했겠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다"며 말을 꺼냈다.
"이제는 기존 작업 방식을 유지한 채 로봇을 투입하고 싶어 합니다."
헥사곤 로보틱스가 제작한 로봇 '이온'은 사람 모양을 하고 있으며, 키는 165cm, 무게는 60kg이다.
최고 속도는 초당 2.4m이며, 짧게는 15kg을, 지속적으로는 8kg을 운반할 수 있다.
이온은 카메라, 레이더, 마이크, 동작 수행을 위한 힘/토크 센서 등 총 21개의 센서를 장착하고 있다.
BMW에서는 원격 제어와 엔비디아의 소프트웨어를 바탕으로 한 공장의 디지털 트윈 시뮬레이션을 결합해 해당 로봇을 훈련시켰다.
먼저 원격 제어의 경우 사람이 센서를 달고 부품 집기와 같은 작업을 수행하면, 로봇은 인간이 해당 작업을 수행하는 다양한 방식을 학습하는 방식이다.
시뮬레이션의 경우 로봇에는 과제를 부여한 뒤, 가상 환경에서 이를 반복적으로 수행하며 가장 유망한 해결책을 찾아내는, 이른바 강화 학습(RL)을 하게 했다.
로봇 훈련 기술은 급속히 발전하고 있다. 그리고 로봇을 더 빨리 훈련시킬 수 있을수록 좋다.
헥사곤 로보틱스의 아놀드 로버트 로봇사업부 담당자는 물리적 세계에 AI를 적용하는 피지컬(물리적) AI 분야에서 가장 흥미로운 측면 중 하나가 바로 모방 학습이라고 말한다.
로봇이 다각도로 촬영한 영상을 학습하거나, 동작 센서를 장착한 인간이 작업을 수행하는 방식을 관찰해 작업 방법을 익히는 방식이다.
로버트는 이러한 모방 학습을 통해 로봇 훈련에 걸리는 시간을 수개월에서 수일로 단축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인간에서 로봇으로의) 가장 효과적인 전달은 교사와 학생 간 학습 과정과 비슷합니다."
그렇다면 언젠가는 로봇이 누군가가 상자를 포장하는 모습을 잠시 지켜본 뒤 곧바로 작업에 투입되는 날이 올까.
로버트는 "그것이 궁극적인 시나리오"라면서 "아마 1~2년 뒤에는 가능할지도 모른다"고 했다.
가트너의 레이 부사장은 3~5년 이내에는 로봇이 간단한 음성 지시만으로도 작업을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온의 경우 배터리를 한번 교체하면 최대 3시간 동안 작업할 수 있다. 그런데 일반적인 근무 시간은 8시간이므로, 이온은 충전소까지 왕복하는 시간을 포함해 약 3분 만에 스스로 배터리를 교체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BMW에서 이온이 맡은 업무는 제조 장비에 부품을 공급하고, 배터리 조립에 필요한 부품을 집어 옮기는 작업이다.
이 로봇들은 다양한 기능을 수행할 수 있지만, 실제 공장 근로자들과 마찬가지로 맡은 작업을 자주 바꾸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니콜라이데스는 이 로봇들은 사람들에게는 지나치게 반복적이거나 육체적으로 힘든 작업을 도울 잠재력을 지니고 있으며, 인력 부족 문제 해결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몇 년 안에 인력이 부족해질 것이다. 그리고 휴머노이드 로봇이 도움이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어 그는 "1970년대에 자동차 생산이 자동화되자, 대규모 일자리 감소 우려가 컸지만, 현실은 정반대였다"면서 "당시 새로운 기술로 인해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됐다. 우리도 이와 같은 관점으로 (휴머노이드 로봇을) 바라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다른 자동차 제조사들도 현대 로봇 공학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일례로 도요타는 성공적인 시범 운영을 거친 후 '애질리티 로보틱스'의 휴머노이드 로봇 '디지트'를 도입할 계획이다. 중국의 샤오미는 전기차 생산 현장에서 자체 개발한 휴머노이드 로봇 2대를 시험 운행 중이다.
현대자동차는 공장 점검 및 모니터링에 로봇 '스팟'을 활용하고 있으며, 현대가 대주주인 '보스턴 다이내믹스'가 제작한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를 공장에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한편 BMW는 이미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스파턴버그 소재 공장에서 휴머노이드 로봇을 활용한 바 있다. 이곳에서 로봇 '피규어 O2'는 'X3' 모델 3만 대 생산을 도왔다. 피규어 O2의 작업 속도는 인간과 비슷했다.
BMW가 미국 공장에서 로봇을 도입하며 확인한 점 중 하나는 인공지능(AI) 기반 로봇이 기존 기계보다 변화에 훨씬 더 유연하게 대처한다는 것이다.
니콜라이데스는 "판금의 위치를 조금만 바꾸거나 이동시키거나 기울이면 표준화된 산업용 로봇이라면 작업이 중단될 것"이라면서 "하지만 이 휴머노이드 로봇들은 그런 변화를 분석한 뒤 계속 작업을 이어나간다"고 덧붙였다.
피규어 O2와 이온의 주요 차이점이라면, 피규어는 발로 걷지만 이온은 바퀴로 이동한다. 이에 대해 니콜라이데스는 "이온은 한 곳에서 다른 곳으로 굴러갈 수 있기에 작업 현장에서는 (바퀴가 있는 것이) 더 합리적"이라고 설명했다.
BMW는 개 모양을 한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로봇 '스팟' 또한 공장 유지보수 모니터링용으로 활용하고 있다. 니콜라이데스는 "이 로봇은 계단을 오르내릴 수 있어야 했다"면서 "기계 설비가 밀집한 지하까지 내려갈 수 있는 로봇이 필요했다"고 했다.
한편 니콜라이데스에 따르면 공장 직원들은 로봇들을 환영하고 있다.
그는 사람들이 과거 비인간형 로봇에 그랬던 것처럼, 이 휴머노이드 로봇에도 이름을 지어줄 것이라고 예상한다.
"가트너의 레이 부사장 또한 "이름이 없다면 기계에 불과하다"면서 "실수를 해도 기계라면 고장난 것이지만, 이름이 있다면 사람들은 실수를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게 된다. 사람들은 용서해준다. 그래서 우리는 기업들에 로봇에게 이름을 지어주라고 조언한다"고 했다.
이온은 사람처럼 얼굴이나 표정은 없지만, 머리 전면에 화면이 있어 작업을 수행할 때는 선을, 경청할 때는 원 모양을 표시한다.
헥사곤 로보틱스의 로버트는 "우리는 여전히 (시각적 언어 기능을) 개발 중이다. 그러나 이온이 인간에게 자연스러운 방식으로 신호를 전달해야 한다는 점에는 강하게 공감한다"고 했다.
이렇듯 휴머노이드 로봇이 일터에 들어와 인간과 함께 일하기 시작했지만, 레이 부사장은 시선을 끄는 시연 행사 등으로 인해 과대 평가된 부분도 없지 않다고 지적했다.
"오늘날 휴머노이드 로봇의 주된 용도는 무대에 올라와 인위적으로 기업 주가를 부풀리는 것"이라는 그는 "로봇이 춤을 추든 뭐든, 그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덧붙였다.
이에 사람들이 로봇의 능력을 과대평가할 위험이 있다는 설명이다.
"휴머노이드 로봇이 걷는 모습을 보면, 사람들은 그 로봇이 달릴 수도 있고, 기어오를 수도 있고, 점프할 수도 있다고 가정합니다. 사실 그 로봇은 그런 것들을 전혀 할 수 없지만, 우리의 뇌가 그 빈틈을 채워버립니다. 즉 이런 로봇을 도입할 때 사람들이 비현실적인 기대를 품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