힌두 민족주의는 어떻게 인도 정계를 장악하게 됐나
인도에서 총선이 한창 진행 중이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6주간의 투표가 끝나는 6월 1일 총선에서 승리를 거두고 3연임에 성공하길 바라고 있다.
모디 총리와 집권 인도국민당(BJP)이 인기를 얻는 요인 중 하나는 힌두 민족주의 이념인 ‘힌두트바’와의 관계성이다.
가장 강경한 힌두트바 지지자들은 힌두교를 최우선에 두는 힌두 신정국가 수립을 원한다. 이를 비판하는 측은 해당 주장이 차별에 근간을 두며, 세계 최다 인구국에서 다양한 종교 집단이 평화롭게 공존한다는 인도의 방향성을 위협한다고 말한다.
많은 무슬림은 모디 집권 하에서 공격과 혐오 발언이 증가했다고 지적하지만, BJP는 소수 집단이 학대받는다는 주장을 부인한다. 최근 모디 총리는 인도 뉴스 채널 ‘타임스 나우’와의 인터뷰에서 BJP가 무슬림에 부정적이라는 주장에 대해 “우리는 이슬람과 무슬림을 반대하지 않는다”며 반대 세력들이 “공포감”을 조성 중이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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힌두트바란 무엇인가?
종교와 민족주의가 결합한 ‘힌두트바’는 힌두교라는 종교적 정체성이 인도의 국가적 정체성과 불가분의 관계라고 본다.
1890년대 후반 힌두 민족주의자 찬드라나트 바수가 이 용어를 만들었고, 이후 영국 식민 통치에 저항하는 과정에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20년 후 반식민주의 정치가이자 힌두트바의 대부로 알려진 비나야크 다모다르 사바르카르에 의해 대중에게도 널리 확산했다.
사바르카르는 1922년 인도의 한 영국 감옥에서 소책자 ‘힌두트바의 본질(Essentials of Hindutva)’을 저술했다. 그 내용을 보면 오늘날 파키스탄의 신드와 인도의 구자라트 지역에 걸쳐 있는 인더스 계곡을 힌두교 정체성의 발상지로 지목하고 있다.
사바르카르는 자신을 무신론자라고 묘사했지만, 힌두교도들이 해당 지역과 종교적 연결고리를 갖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정치적·문화적 정체성과 연결된 민족적 연결고리도 갖고 있다고 생각했다.
힌두교의 정체성은 영국에서 독립하길 원하는 다양한 인도 민족주의 운동에 녹아들었다.
영국 런던에 위치한 동양·아프리카 연구소의 남아시아 연구소 책임자 수비르 신하 교수는 마하트마 간디조차 자신의 메시지를 대중에게 전하기 위해 종교적 언어를 사용했다고 말한다.
하지만 간디와 사바르카르는 전혀 다른 길을 걸었다. 신하 교수와 다른 전문가들은 사바르카르가 당시 다른 지역에서 부상하던 파시즘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말한다. 신하 교수는 “힌두트바 운동의 초기 지도자들은 무솔리니와 히틀러를 공개적으로 추종했다”며, 무솔리니나 히틀러는 “누가 제대로 된 독일인이고 이탈리아인인지 명료하게 정의해, 매력적으로 들렸다”고 설명한다.
인도는 힌두교 국가일까?
2011년 가장 최근 인구조사에 따르면, 인도 인구 가운데 힌두교도가 80%, 무슬림이 14%를 차지한다. 나머지 6%는 기독교·시크교·불교·자이나교 등을 믿는다.
그러나 인도 헌법에는 세속주의가 명시되어 있다. 즉, 국가 권력이 어떤 종교에도 구속되지 않으며, 모든 인도 시민이 자유롭게 신앙을 실천할 권리가 있다는 의미다.
그러나, 종교의 역할은 점점 더 뜨거운 감자로 부상하고 있다.
모디 총리와 BJP는 힌두교 우선 정책을 추구해 세속주의를 훼손한다는 비난을 받아왔다.
하지만, 일부 인도인들은 인도 인구 대다수를 차지하는 힌두교에 대한 상부의 지지가 세속적 통치와 완전히 양립할 수 있다고 말한다. 군인 출신 작가인 사로즈 차다도 같은 의견이다.
사로즈 차다는 고대 힌두 통치자들이 수천 년 동안 세속주의를 실천했지만 “힌두교를 보호하려는 그들의 헌신과 책임은 확고부동했다...어쩌면 이 모습이야말로 최고의 세속주의였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여당과 힌두트바의 관계성은?
힌두 민족주의는 BJP의 주요 원칙 중 하나다.
BJP의 뿌리는 영국 통치하의 힌두교 부흥 운동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때 민족의용단(RSS)도 활약했다.
RSS는 극우 힌두 민족주의 단체로 시작했다. 창립자인 케샤브 발리람 헤지와르는 사바르카르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RSS는 인도 독립 이후 세 차례나 불법화됐다. RSS 소속이던 나투람 고드세가 1948년 마하트마 간디를 암살한 직후 처음으로 불법화됐다.
1975년에는 인디라 간디 총리가 거의 모든 야당 지도부를 투옥하는 비상사태를 선포해 논란이 일었고, 다시 한번 불법화됐다.
세 번째 불법화는 1992년으로, 아요디아의 16세기 바브리 모스크(이슬람교 사원)가 RSS를 비롯한 급진 힌두교 단체 지지자들에 의해 파괴된 다음이었다.
오늘날 RSS는 BJP의 이념적 발원지로 묘사되며, 강력한 풀뿌리 네트워크와 정치적 영향력을 겸비하고 있다.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8살의 나이로 RSS를 접했다.
RSS는 모디 총리의 집권 이후 힌두 민족주의를 강력하게 밀어붙여 비주류에서 주류로 끌어올렸다.
워싱턴DC 소재 싱크탱크 카네기 국제평화재단에서 남아시아 프로그램을 지휘하는 밀란 바이시나프는 “(모디 총리가) 진정한 신자이며 이 운동에 깊이 빠져 있는 만큼, 여러 면에서 힌두 민족주의의 이상적인 대변인”이라고 설명한다.
현지 상황은?
BJP의 일부 정책은 힌두교와 무슬림 공동체 사이에서 긴장을 고조시켰다.
2019년 인도 정부는 무슬림이 다수인 잠무-카슈미르주의 자치권을 박탈하면서, 인도 내 다른 지역과 동등한 지위를 부여하는 조치라고 주장했다.
2024년 1월 모디 총리는 아요디아에서 파괴된 바브리 모스크 부지에 힌두교 사원을 세웠다. 아요디아는 힌두교 신 ‘람’의 탄생지로 알려진 곳이다.
BJP 소속의 일부 장관들은 TV, 시위 현장, 소셜미디어에서 선동적이고 이슬람 혐오적인 수사를 일상적으로 사용하며, ‘인도인’과 ‘힌두교도’를 혼용하는 경우가 많다.
무슬림에 대한 공격들이 보고됐고, 반무슬림 혐오 발언이 급증했다. 인도혐오연구소(India Hate Lab)에 따르면, 2023년 발생한 공개적인 혐오 발언 사건 중 4분의 3이 BJP가 통치하는 주에서 보고됐다.
인도 법원에서도 이 문제가 종종 화두에 올랐지만, 사법부는 대부분의 경우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도록 주의해 왔다.
역사학자이자 ‘엠파이어 월드: 영국 제국주의는 세계를 어떻게 바꿨나’의 저자인 사트남 상게라는 모디 총리의 언어 사용에 “문제가 있다”고 말한다.
상게라는 2014년 모디 총리가 인도는 “1200년에 걸친 노예적 사고방식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발언한 것을 예로 들었다. 이런 발언은 영국 식민주의와 무슬림 무굴 통치 초기를 구분하지 않기 때문에 문제이며, “오랫동안 다문화·다종교 지역이었던 인도가 항상 힌두교 지역이었다”는 인상을 주기 때문에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지적한다.
힌두트바 지지자가 원하는 것은?
힌두트바 지지자는 온건파부터 극단파까지 스펙트럼이 넓다.
전통주의자(Traditionalists)에서 유래한 남성 중심의 “트래드(Trad)” 운동은 소셜미디어와 밈을 활용해 혐오를 선동하는 등 서구의 대안우파 운동과 유사한 특징을 보인다.
2022년 BBC가 만난 한 트래드 지지자는 온라인에서 나치의 상징물을 도배하며 “무슬림을 싫어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종교를 실천하는 방식을 싫어할 뿐”이라고 말했다.
트래드 지지자는 BJP가 서방에 굽신거린다고 비판하며, 이런 모습은 인도에서 힌두 국가를 바로 세울 힌두교도들의 신성한 권리 행사를 약화시킨다고 지적한다.
스펙트럼의 반대편에 있는 다른 힌두교도는 힌두트바라는 용어를 들어본 적도 없다. 그저, 힌두트바의 이념 중 일부를 받아들일 뿐이다.
예를 들어, 이들은 힌두교에 속한 인도가 일정 부분을 빼앗겼다는 인식을 공유한다. 따라서, 이슬람식 이름의 도시에 힌두교식 이름을 붙이는 변화를 환영한다. '아우랑가바드'를 '삼바지나가르'로 바꾸는 식이다.
역사학자이자 힌두트바리서치(Hindutva Research)의 설립자인 오드리 트러쉬케는 “이는 자부심의 문제이며, 매일 자신의 전통이 더 우월하다는 것을 확인하는 문제”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카네기 국제평화재단의 밀란 바이시나프는 이러한 이데올로기가 모디 총리의 성공 요인 중 일부일 뿐이라고 말한다.
“무슬림에 대한 편견이 없더라도 일정 수준의 힌두 민족주의를 용인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경제 성장과 인도의 세계적 위상, 복지, 반부패 등 인도라는 브랜드가 선보이는 다른 측면에 매료된 것이죠. 따라서 힌두 민족주의가 그 어느 때보다 큰 호응을 얻고 있는 것은 자명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