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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발 외교 난타전에도 여전히 낙관적인 젤렌스키를 만나다

2025.03.03

"타격을 입었지만, 의지는 확고하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의 수행원은 그의 기분을 이렇게 표현했다.

2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북동부에 있는 스탠스테드 공항 작은 방에서 기자들은 젤렌스키를 만나 그의 발언을 들었다.

영국 정부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18개국 정상들과의 정상 회담을 위해 영국에 도착했을 때 가능한 한 성대한 환영을 제공하려 최선을 다했다고 한 정부 관계자가 말했다.

앞서 젤렌스키 대통령은 영국 방문에 앞서 지난 달 28일, 백악관에서 미국 트럼프 대통령과 밴스 부통령의 강한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젤렌스키는 총리 관저 앞에서 키어 스타머 총리와 포옹을 나누었고, 즉석에서 환호하는 군중들의 환영을 받았다. 그리고 찰스 3세 국왕과 차를 마시며 면담했다.

하지만 중요한 점은 비행기가 이륙하기 전 90분 동안 젤렌스키 대통령은 전 세계에 자신의 주장을 분명히 전달하기 위해 공개 발언을 하길 원했다는 것이다. 이 발언에서 그는 우크라이나어로만 이야기했는데 이는 오해를 피하기 위해서라는 설명이 이어졌다.

백악관에서 강하게 비판을 받은 뒤 영국에서 환영을 받은 젤렌스키 대통령의 기분은, 적어도 공적으로는 낙담하지 않은 모습이었다.

"우리가 기운을 잃으면 모두를 실망하게 하는 겁니다" 그는 이런 소회를 밝혔다.

그는 키어 스타머 총리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제시한 평화 계획을 먼저 확정한 뒤 미국에 이를 제시하겠다는 계획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또한 유럽이 더 강력한 안보 보장을 마련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젤렌스키는 미국이 우크라이나의 자원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광물 거래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의 요구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혔다.

3년간의 전쟁과 백악관의 압박 속에서도 젤렌스키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가 점령한 영토를 포기하는 것에 대해 논의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고 말했다. 이는 현재 미국 대통령 측이 반복적으로 요구하고 있는 사항이다.

그는 트럼프에게 사과하거나 오벌 오피스(백악관 집무실)에서 있었던 일에 대해 후회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나토(NATO) 사무총장마저도 젤렌스키에게 미국 대통령과의 관계를 재조정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촉구했지만, 스탠스테드 공항의 답답한 방에서 젤렌스키의 말투는 그가 관계 회복에 관심이 없어 보였다는 인상을 주었다.

지난 28일(현지시간) 미 백악관 집무실에서 열린 회담에서 미국 트럼프 대통령과 밴스  부통령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질책하는 놀라운 모습을 보였다
EPA
지난 28일(현지시간) 미 백악관 집무실에서 열린 회담에서 미국 트럼프 대통령과 밴스 부통령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질책하는 놀라운 모습을 보였다

그는 백악관에 가기 위해 몇 시간을 여행했다고 말하며, 그 방문은 존경의 표시였다고 강조했다. 또한 "누구도 모욕하지 않겠다"라며, 폭발적인 대화는 결국 아무에게도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오지 않았다고 언급했다.

젤렌스키는 자신의 발언을 매우 신중하게 고른 듯한 인상을 줬다. 또한 오벌 오피스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 사후 분석을 피하려 했다. 그는 트럼프를 비난하지 않았으며, 그의 이름은 거의 언급하지 않았다. 대신 긴장감은 시간이 지나면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만약 사람들이 오벌 오피스에서 벌어진 일의 전 과정을 직접 봤다면, 아마도 젤렌스키가 사과하지 않기로 한 결정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의 입장에서는 전쟁을 끝내기 위해 타협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것이 어려운 부분이 있다.

젤렌스키는 폭력과 고통에 관해 이야기했다. 그는 푸틴은 처벌을 받아야 하고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국민을 보호해야 한다는 세계관을 갖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어떨까.

지금까지 젤렌스키나 그 어떤 서방 지도자도 트럼프에게 이 전쟁에 대해 도덕적으로 명확한 입장을 취하도록 설득하지 못했다.

그리고 그게 고통스러워도, 타협하려는 의지가 없다면 전쟁을 끝낼 방법은 쉽게 보이지 않는다.

젤렌스키는 "우리의 자유와 가치는 팔 수 없다"며 항복은 없다는 의지를 확고히 하면서도, 광물 거래에 서명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는 미국과 다른 나라들의 지원에 다시 한번 감사의 뜻을 표했다. 하지만 공개적으로 만나는 지도자들 간의 만남뿐 아니라, 비공개로 이루어지는 만남이 훨씬 많다는 점도 놓치지 말아야 한다.

대화가 끝날 무렵, 마크롱과 키어 스타머가 평화 계획의 일환으로 한 달간의 휴전을 제안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이 사실을 알고 있는지, 또 그 합의에 동의할 의향이 있는지' 질문을 던졌다.

그는 "나는 모든 걸 알고 있다"며 농담조의 답변을 했고, 방 안에서는 웃음이 터져 나왔다. 그리고 그는 비행기까지 가는 길에 악수와 사진 촬영을 했다.

극적이고 힘든 주말의 마지막 순간에서 그는 마지막 말을 하고 싶었던 것 같다. 하지만, 이 갈등에 대한 대화는 몇 주, 몇 달 더 이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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