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천국이 우리에겐 악몽'...스페인 관광 반대 운동 겨울 시즌으로 번지다
8월 휴가 시즌 성수기가 지나고도 남았지만, 스페인에서 '오버투어리즘(과잉관광)'에 대한 분노는 비수기 시즌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바스크 지역의 산 세바스티안에서는 "우리는 위험에 처해 있다. 관광을 줄여라!"라는 슬로건 아래 지역 주민들이 거리로 나설 계획이다.
오는 11월 세비야 지역에서는 반관광 시위대가 모일 예정이다.
앞서 지난 20일에는 스페인령 카나리 제도에서 수천 명이 집회에 참여하는 일이 있었다. 이 문제는 쉽게 사라질 문제가 아니다.
올해 스페인 비롯 유럽 많은 지역에서 관광을 보는 시선이 전환점을 맞이한 것으로 보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이후 여행 붐이 치솟으면서 팬데믹 이전과 동일하거나 혹은 그 이상 관광객들이 더 늘어나게 됐다.
스페인은 올해 말까지 9천만 명 이상의 외국 방문객을 맞이할 것으로 예상된다. 컨설팅 회사인 브레인트러스트는 2040년까지 스페인을 찾는 관광객 수가 1억1500만 명까지 치솟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는 현재 세계 관광 수익 1위인 프랑스를 훨씬 앞선 수치이다.
'관광객들, 집으로 돌아가라'
올해 시위는 4월 카나리 제도에서 시작됐다. 테네리페에서는 주요 관광 프로젝트를 중단시키기 위해 시위대 중 6명이 단식 투쟁에 들어간 적도 있다.
이 시위는 발레아르 제도, 지중해 도시 알리칸테, 남부 해안의 도시들, 바르셀로나와 같은 스페인에서 가장 인기 있는 관광지에서 계속되고 있다. 일부 시위자들이 외국 방문객들에게 물총을 쏘며 “관광객들은 집으로 돌아가라!”고 외치기도 했다.
이번 겨울 시위를 둘러싼 배경도 여름 때와 유사하다.
산 세바스티안에서 시위를 조직하고 있는 시민 단체 '비질라구네킨(바스크어로 '이웃과 함께'라는 뜻)'는 "일부에겐 황금알을 낳는 거위인 관광 사업은 나머지 사람들을 질식시키고 있는 경제 모델"라고 주장했다.
이번 시위는 '관광화에 반대하는 10월'이라는 캠페인의 일환으로 시작된 각종 논의, 대화, 기타 행사들의 정점을 찍는 행사다.
이 캠페인에 참여하고 있는 아시어 바스르토는 “지난 8년 또는 10년 동안 우리가 목격한 것은 '관광화' 과정의 급속한 가속화"라며 "우리 도시의 모든 서비스가 관광 산업의 요구에 따라 운영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관광객 수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도시가 주민이 아닌 방문객을 위해 어떻게 운영되는지가 문제라고 주장한다.
공공 공간이 단기 방문에 맞춰 조정되고, 관광 산업이 불안정한 일자리를 만들어낸다는 것.
바수르토는 관광객들의 단기 숙박 시설 때문에 임대료가 상승하고 있으며, 이는 지역 주민들이 산 세바스티안의 역사적인 중심지에서 점점 더 멀어지게 만든다고 믿고 있다.
“우리는 세대와 세대에 걸쳐 서로 연결된 삶의 방식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새로 오는 사람들이 통합되는 것입니다."
그는 이어 “만약 사람들이 단 5일 동안 방문하고 떠나는 모델이라면, 그곳은 문화도, 공동체도 없는 영혼 없는 테마파크가 되고 말 것"이라고 우려했다.
관광이 임대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불만은 흔히 나타나는 이슈 가운데 하나로, 스페인 전역의 주택 위기와도 연결돼 있다. 스페인 중앙은행은 시장 가격으로 임대하는 가정 거의 절반이 빈곤이나 사회적 배제 위험에 처해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관광이 스페인 GDP의 13%를 차지하고 약 300만 개의 일자리를 직접 창출하고 있다. 이 때문에 관광사업 지지자들은 이 산업이 경제에 필수적이며 팬데믹 이후 국가의 회복을 이끌었다고 주장한다.
그들은 특히 10월 20일 테네리페의 플라야 데 라디오스타리카스에서 벌어졌던 일을 우려했다. 당시 현장을 찍은 동영상에는 두 명의 관광객이 해변에서 일광욕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시위자들이 그들 바로 몇 미터 옆에서 구호를 외치는 모습이 담겼다.
스페인 언론에서도 세비야의 관광용 아파트 자물쇠에 대변이 묻어 있다는 등 적대적인 행동에 대해 보도했다.
스페인 보수성향 국민당(PP)의 카나리 제도 관광 책임자 다비드 모랄레스는 이를 두고 “관광객은 방해나 제스처, 언어적 공격, 그리고 물론 신체적 공격의 대상이 되지 않고 자신의 휴가를 즐길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관광 공포증
카나리 제도와 같은 곳에서는 기후로 인해 겨울철에 많은 방문객이 찾고 있어 특히 우려가 커지고 있다.
남부 테네리페의 기업인 및 전문가 협회(CEST) 회장인 하비에르 카브레라는 “정당한 불만이 모인 곳에서 관광 공포증이 조장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물론 다양한 조치가 시행되는 등 반발을 완화하려는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바르셀로나 시청은 2028년부터 단기 관광 아파트를 금지하겠다고 발표했다.
팔마 데 마요르카의 지역 당국은 항구에 정박할 수 있는 크루즈선의 수를 제한했다.
테네리페에서는 일부 자연 공원 방문객 수에 제한을 두기 시작했다.
세비야에서는 인기 있는 에스파냐 광장에 입장하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요금을 부과할 예정이다.
하지만 아시어 바수르토는 이런 조치가 효과가 있을지 확신하지 못한다며 시위는 계속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관광 옹호론자들은 더 이상 모든 것이 장밋빛이라고 말할 수 없다"라며 "지금 바꾸지 않으면 너무 늦어질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