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네츠크가 우크라이나 방어에서 이토록 중요한 이유는?

알래스카 정상회담에서 나온 핵심 중 하나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현재 전선을 동결하는 대가로 도네츠크의 남은 지역을 넘겨받기를 원한다는 점이다.
현재 러시아는 도네츠크의 주도인 도네츠크시를 포함해 이 오블라스트(지역)의 약 70%를 장악하고 있다. 지난 10여 년간 도네츠크와 인접 루한스크 지역을 중심으로 분쟁은 이어져 왔다.
러시아는 줄곧 이곳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했지만 국제적으로는 인정받지 못했다. 그러나 만약 러시아가 도네츠크 전역을 손에 넣는다면, 이러한 주장을 굳힐 수도 있을 뿐만 아니라 추가적인 대규모 군사 손실도 피할 수 있다.
반면 우크라이나 입장에서 도네츠크 서부 지역에서의 철수는 단순한 영토 손실을 넘어 대규모로 난민이 이동하고, 미래 러시아의 재침공을 막을 방어물이 사라지는 셈이다.
그렇다면 이 지역은 왜 이토록 중요할까.
여전히 우크라이나가 통제하는 지역은?

로이터 통신의 추정에 따르면 우크라이나는 여전히 도네츠크 내 약 6600 km²에 달하는 지역을 관리하고 있다.
최근 현지 당국 발표에 따르면 이곳에는 여전히 약 25만 명 정도가 남아서 살고 있다.
이 지역의 주요 도시로는 크라마토르스크, 슬로우얀스크(슬라뱐스크), 코스티안티니우카(콘스탄트니노브카), 드루주키우카(드루슈코프카)가 있다.
비록 이번 전쟁으로 지역 경제가 황폐화되긴 하였으나, 이곳은 우크라이나의 산업 중심지인 돈바스(도네츠 분지)의 일환이다.
영국 옥스퍼드 대학에서 러시아 및 동유럽 정치학을 가르치는 마르니 하울렛 교수는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현실적으로 (땅속) 지뢰 때문에 … 약 10년간은 이 지역의 자원에 접근하기 힘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지역은 완전히 파괴되었습니다. 도시들은 잿더미가 되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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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지역이 군사적으로 가치 있는 이유는?
미 '전쟁연구소(ISW)'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도네츠크 서부 지역에는 50km에 걸친 '요새 벨트(지대)'가 있다고 설명했다.
"우크라이나는 지난 11년간 시간, 자금, 노력을 쏟아 부어 이 지대를 요새화하였으며, 주요 방위 산업 및 방위 인프라를 구축했다"는 것이다.
이 지역에는 각종 참호, 벙커, 지뢰밭, 대전차 장애물, 철조망 등의 방어 시설이 구축되어 있다고 한다.
ISW는 러시아군은 포크로브스크를 향해 진격하는 등 "이 지역을 점령하려고 시도 중이다. 완수하는데는 수년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우크라이나의 방어에는 요새화가 큰 역할을 하지만, 지형 또한 중요하다.
'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의 육상전쟁 전문가인 닉 레이놀즈 연구원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이곳은 지형이 방어하기 유리한 편이다. 특히 차시우야르 고지가 우크라이나 방어선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도네츠크 지역, 특히 동부 우크라이나 전체의 지형을 보면 전반적으로 우크라이나 쪽에 꼭 유리한 것만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도네츠크시는 지대가 높습니다. 그리고 서쪽으로 갈수록 낮아지죠. 이는 우크라이나가 방어 작전을 전개할 때 그리 좋지 않습니다."
"이는 단순히 근접전 시 난이도 혹은 언덕을 오르내리기 힘들다는 문제가 아닙니다. 본질적으로는 관측 능력의 문제입니다. 드론을 띄우지 않고도 포격 및 기타 화력 지원을 효과적으로 조율할 수 있는지의 문제입니다."
"또한 고지대는 전파 송수신에도 훨씬 유리해 드론을 운용하는데 큰 도움이 됩니다."
최근 러시아군이 점령했다고 주장한 차시브 야르의 경우 "우크라이나가 여전히 통제하고 있는 마지막 고지 중 하나"라는 설명이다.
아울러 레이놀즈 연구원은 전달하는 주체가 우크라이나의 외국 동맹국이든, 혹은 민간 업체이든 간에 위성 영상을 통한 첩보가 매우 중요하긴 하나, "전술 작전을 직접 조율하는 능력과 비교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러시아군은 도네츠크 전역이 필요한가?
도네츠크 서쪽 지역은 약 1100km에 이르는 전선의 일부에 불과하나, 올여름 러시아가 가장 집요하게 공격한 지역이다.
그렇다면 러시아군이 다른 방향으로 돌린다면 어떨까. 별로 다른 것은 없어 보인다.
레이놀즈 연구원은 "남부의 자포리자 전선은 방대한 방어 진지를 돌파해야 한다는 점에서 이제 돈바스 전선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설명했다.
"러시아가 북부에서 진격하려고 해도 사정은 마찬가지이기에 러시아가 쉽게 돌파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닙니다."

우크라이나는 더 서쪽에서 방어 체계를 재건할 수 있나?
이론적으로 평화 협정이 체결되면 우크라이나는 비교적 더 서쪽 지역에 방어선을 재건할 수도 있다.
물론 불리한 지형이 걸림돌이 될 수 있으며, 민간 업체들이 포격당하는 일이 없다고 하더라도 촘촘하게 방어선을 구축하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이다.
하지만 이론은 이론일 뿐, 레이놀즈 연구원은 우크라이나군이 싸워보지도 않고 서부 도네츠크 지역을 포기할 가능성은 없다고 봤다.
레이놀즈 연구원은 "만약 트럼프 행정부가 현재 미국의 지원 혹은 안보 보장을 협상 카드로" 이용한다고 할지라도 "과거 러시아의 행적을 생각해보면, 또 노골적으로 거래 중심적인 미 행정부의 태도를 생각해보면 우크라이나 정부가 그 영토를 포기할 것 같진 않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돈바스 지역을 양도하면 휴전에 응하겠다는 러시아 측의 제안은 거부할 것임을 밝히며, 이 지역을 내주면 향후 러시아 침공의 발판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