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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금지법' 통과...수업 중 스마트폰 사용 '불법' 됐다

1일 전
스마트폰을 수거해 보관함에 넣고 있는 대전의 한 고등학교 교실의 모습
뉴스1
수업 중 스마트폰 사용을 금지하는 법안이 2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앞으로 전국의 모든 초·중·고등학교에서 수업 중 스마트폰 사용이 법으로 금지될 예정이다.

이같은 내용을 담은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이 2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 법은 2026년 1학기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해당 법안은 학생들의 과도한 스마트폰 의존이 학업 성취와 정서 발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우려 속에서 일부 국회의원들과 학부모·교사 단체들의 주도로 추진돼 왔다.

반면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일부 인권 단체들과 학생들은 이 법이 실제로 중독의 근본 원인을 제대로 해결할 것인지 의문을 제기한다.

교육부는 지난 2023년 개정된 교원의 학생생활지도에 관한 교시를 통해 학생들의 수업 중 스마트폰 사용을 금지해왔다. 이에 따라 상당수 학교들이 이미 수업 전에 스마트폰을 수거해 수업이 끝나면 돌려주는 방식으로 수업 중 스마트폰 사용을 제한해 왔다. 일부 학교에선 등교 후 수거한 휴대폰을 종례 때 나눠주기도 한다.

핀란드와 프랑스 등 일부 국가에선 초등학교 등 어린 학생들을 대상으로만 스마트폰 사용을 제한하고 있다. 이탈리아, 네덜란드, 중국은 모든 학교에서 휴대전화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스마트폰 사용 금지를 학칙이나 교육부 지침 등이 아닌 '법'으로 규정한 나라는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요즘 아이들은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를 못해요." 서울에서 두 딸을 키우는 최은영 씨는 이렇게 말한다.

스마트폰 중독은 학생들만의 문제는 아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매년 실시하는 스마트폰 과의존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전국민의 약 23%가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에 속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10세부터 19세 사이 청소년의 경우 무려 42.6%가 과의존 위험군인 것으로 조사됐다.

인터뷰하고 있는 조영선씨와 딸 장재인 양
BBC
학부모 조영선 씨는 '청소년의 스마트폰 과의존이 걱정된다'며 법 개정을 환영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최은영 씨는 "학교에서 공부만 하는 게 아니라 또래 관계도 만들고 다른 활동들도 해야 하는데 아이들이 거기에 집중하지 못한다"고 말한다. "친구들이랑 이야기를 잠깐 하다가도 또 휴대폰을 하고, 그러니 학습에도 당연히 지장이 있죠."

초등학교에 다니는 두 딸을 둔 김선 씨는 소셜미디어에서 벌어지는 괴롭힘 문제도 우려한다. 학교폭력 위원회에 참여했던 김씨는 최근 학교 폭력이 SNS를 중심으로 이뤄진다며 "아이들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심한 욕설을 주고받는다"고 말했다.

이번 개정안을 최초로 발의한 국민의힘 조정훈 의원은 이 법이 "학생들에게 주어져야 하는 배움의 권리, 행복권, 그리고 건강한 발달을 위해서 필요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라며 법안의 취지를 설명했다. 그는 이어 스마트폰 중독이 "학생들의 두뇌 발달과 정서적 성장에 극도로 해로운 영향을 미친다는 상당한 과학적·의학적 증거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개정안은 수업 시간 동안만 사용을 금지하지만, 학교장과 교원 재량에 따라 교내 스마트 기기의 사용·소지를 제한할 수 있도록, 이를 학칙으로 제정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스마트기기 사용에 관한 소양교육이 이루어지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조항도 뒀다.

단 장애가 있거나 특수교육이 필요한 학생 등은 보조 기기를 사용할 수 있으며, 교육 목적이나 긴급 상황에서도 스마트 기기 사용이 허용된다.

교사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법안에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장승혁 교총 대변인은 이번 법 개정안이 기존에 실시하던 스마트폰 제한에 "훨씬 강력한 법적 근거"를 제공한다고 평가했다.

장 대변인은 내부 조사 결과 교사의 약 70%가 스마트폰 사용으로 인해 수업 방해를 겪었다고 밝혔다. 또 일부 학생들이 "교사가 사용을 제한하는 순간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고 욕설을 하거나 심지어 교사를 폭행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반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법안에 대해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전교조 장선정 대변인은 "법안에 대해 찬성과 반대 의견이 분분하다"며, 정리된 입장을 내놓기 어려운 상태라고 BBC에 전했다.

인터뷰하고 있는 서민준 군
BBC
고등학생 서민준 군은 '금지는 교육이 아니'라며 '스마트폰 금지법'에 반대한다는 목소리를 냈다

일부 인권·청소년 단체들은 이 법에 반대한다는 목소리를 꾸준히 내왔다.

법안 통과를 일주일 앞둔 지난 20일 국회에서 열린 반대 기자회견에 참석한 서울 가재울고등학교 교사 조영선 씨는 "학생들의 스마트폰 사용이 진정으로 걱정된다면, 학생들이 왜 스마트폰을 놓을 수 없는지를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조씨는 "카카오톡이나 인스타그램, 오프라인에선 학원이 아니면 친구를 만날 수 없는 현실, 학교 친구들은 모두 잠재적 경쟁자라는 명제에 시달려야 하는 현실" 등이 중독의 원인이 아니냐며, 이번 법안이 학생들이 실제로 겪고 있는 문제, 즉 과도한 입시 경쟁을 외면한 채 휴대전화에 책임을 전가한다고 비판했다.

기자회견에 함께 참석한 고등학생 서민준 군도 "휴대폰 사용을 어떻게 하면 조절할 수 있을지를 가르쳐주는 것이 아니라, 쓰면 안 된다고만 하는 것이 과연 올바른 교육인지 모르겠다"고 전했다.

그는 이미 많은 학교가 시행 중인 수업 시간 휴대전화 사용 금지가 중독을 완화하는 데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한다고 주장한다. "학생들은 등하굣길이나 밤에 누워 있을 때 여전히 휴대전화를 할 테니까요."

서 군은 "지금까지 건강한 사용법에 대한 교육은 전혀 없었고, 단지 압수만 있었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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