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에 온라인으로 독성 물질 판매한 판매상, 자살 방조 혐의 인정
한 남성이 온라인으로 독성 화학물질을 판매한 뒤, 캐나다에서 자살 방조 혐의 14건에 대해 유죄를 인정했다.
60세의 케네스 로는 29일 온타리오주 법원에서 유죄를 인정했다. 이는 검찰과의 합의에 따른 것으로, 검찰은 그보다 더 중한 살인 혐의를 철회했다.
당국에 따르면 전직 요리사였던 그는 온라인 자살 관련 포럼에서 접촉한 사람들에게 독성 물질이 담긴 약 1,200개의 소포를 40개국으로 발송했다. 이 가운데 약 4분의 1은 영국으로 보내졌다.
이번에 기소된 혐의는 모두 캐나다 피해자들과 관련된 것이다. 그러나 영국인 피해자 유족들은 당국이 그가 공급한 제품과 관련된 것으로 알려진 영국인 79명의 사망 사건에 대해 로를 기소하지 않기로 한 데 대해 분노를 나타냈다.
영국 검찰청(CPS)은 케네스 로의 형량 산정 과정에서 영국인 사망자들도 반영하는 조건으로 캐나다 검찰과의 형량 협상에 동의했다고 밝혔다.
BBC가 입수한 CPS 서한에 따르면, 로는 영국에서는 별도로 기소되지 않을 예정이다. 캐나다에서 유사 범죄로 유죄 판결을 받은 만큼, 영국이 신병 인도를 요구하더라도 법적으로 다툴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CPS의 전문 검사 앤드루 허드슨은 영국인 피해자들을 캐나다의 양형 절차에 포함하는 것이 "가장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정의를 실현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신병 인도가 성사된다는 보장이 없고 절차도 수년이 걸릴 수 있다"며, 영국에서 별도 기소를 추진하더라도 일사부재리 원칙에 따라 재판이 무산될 가능성이 있었다고 말했다.
캐나다 온타리오주의 애슈틴 프로서-블레이크(19)는 2023년 3월 스스로 목숨을 끊은 케네스 로 사건의 피해자 중 한 명이다.
그의 어머니 킴 프로서는 BBC에 "아들은 늘 밝고 온화한 성격이었고, 괴롭힘을 당하는 아이들을 보면 그냥 지나치지 못했다"며 "약자의 편에 서려고 했던 아이"라고 회상했다.
그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아들의 정신 건강이 급격히 악화됐다고 말했다. 아들은 토론토의 한 대학에 진학했지만 1년 만에 중퇴하고 집으로 돌아왔으며, 이후에도 힘든 시간을 보내다 결국 생을 마감했다.
프로서는 "아들 애슈틴을 잃은 고통은 누군가 감옥에 간다고 해서 사라지지 않는다"며 "다른 사람이 처벌받는 모습을 보는 것이 내 상처를 치유해 주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영국에서는 데이비드 파핏의 아들 토머스(22)가 케네스 로가 판매한 것으로 알려진 해당 독성 물질을 사용해 목숨을 끊었다.
파핏은 BBC에 "톰은 삶의 기쁨을 아는 아이였다. 남들이 지나치는 엉뚱한 순간에서도 웃음을 찾곤 했다"며 "지금도 아들의 웃음소리가 자주 떠오른다"고 말했다.
이어 "톰은 열렬한 축구 팬이었고 직접 축구도 잘했다"며 "2026년 월드컵을 함께 보며 즐길 수 없다는 사실이 가장 안타깝다"고 말했다.
토머스는 해당 물질을 구입하는 데 50파운드(약 10만원)를 지불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시신은 2021년 잉글랜드 서리주 선버리온템스의 한 호텔에서 발견됐다.
파핏은 케네스 로가 혐의를 인정한 것은 의미가 있지만, 여전히 "믿기 어려울 정도로 답답한 순간"이라고 말했다.
그는 29일 BBC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케네스 로가 영국에서 재판을 받기를 바랐다"며 "아들의 죽음과 관련된 혐의에 대해 법정에서 직접 답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파핏은 영국 정부에 이번 사건과 관련한 공개 조사를 실시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그는 당국이 이번 사안을 제대로 이해하고, 예방 가능한 자살로 또 다른 가족들이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일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희생 규모는 충격적이다. 어린이들을 포함해 여러 명이 목숨을 잃었지만, 이를 체계적으로 이해하려는 국가 차원의 노력이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영국 내무부는 성명을 통해 "이번 사건으로 가족과 지인을 잃은 모든 이들에게 깊은 위로를 전한다"며 "유해 물질이 영국으로 반입되는 것을 확인하고 차단하기 위해 수사기관들과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로는 2023년 5월 체포됐다. 수사는 최소 11개 사법기관이 참여한 대규모 국제 공조 수사로 진행됐으며, 영국과 이탈리아, 미국 등 약 12개국 수사관들이 관여했다.
그의 체포는 영국 일간지 더 타임스의 탐사보도가 나온 지 일주일 만에 이뤄졌다. 당시 기자는 구매자로 가장해 로와 직접 접촉했고, 로가 젊은 층을 상대로 독극물을 판매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보도에 따르면 로는 해당 기자에게 자신의 제품을 사용해 "확실하게 죽음에 이르는 방법"까지 조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캐나다 수사당국은 2023년 BBC에 케네스 로가 사람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데 사용할 수 있는 장비와 화학물질을 판매하는 여러 웹사이트를 운영해 왔다고 밝혔다.
캐나다 형법상 자살 방조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을 경우 최대 14년의 징역형이 선고될 수 있다.
로에 대한 선고 공판은 오는 9월 23일 시작되며 수일에 걸쳐 진행될 예정이다. 재판 과정에서는 유족과 피해자들의 피해 진술도 법정에서 낭독된다.
한편 BBC는 이 기사에서 다룬 내용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거나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위해 관련 지원 기관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추가 보도: 그레이스 엘리자 굿윈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ㆍ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 109 또는 자살예방 SNS상담 '마들랜'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