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장수 총리에서 피의자 신분까지…한덕수의 시간은?

윤석열 정부 '국정 2인자'로 불렸던 한덕수 전 국무총리에 대한 구속영장 심사가 열렸다.
한 전 총리는 내란 방조 혐의로 구속 기로에 섰다. 전직 총리에 대해 법원이 구속영장 발부 여부를 심리하는 것은 헌정사상 처음이다.
정재욱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7일 오후 1시 30분, 한 전 총리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했다. 이날 오후 1시 20분경 법원에 도착한 한 전 총리는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런 답을 하지 않은 채 법정으로 향했다. 구속영장 심사는 이날 오후 4시 55시께 종료됐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막지 않고 방조했다는 혐의이며, 구속 여부는 이르면 이날 밤 결정될 전망이다.
6가지 혐의는?
한 전 총리는 내란 우두머리 방조, 허위공문서 작성, 공용서류손상, 위증,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허위공문서 행사 등 총 6가지 혐의를 받고 있다.
조은석 특별검사팀은 우선 한 전 총리에게 내란 우두머리 방조 혐의를 적용했다. 대통령의 불법 계엄 선포를 막기는커녕 국무회의 소집을 건의해 절차적 정당성을 부여하고, 사후 선포문에 서명해 불법성을 덮었다는 것이다.
또한 계엄 관련 문서를 작성하면서 사실을 왜곡했다는 허위공문서 작성 혐의, 관련 문서를 훼손하거나 폐기해 증거를 없앴다는 공용서류 손상 혐의도 적용됐다.
이 밖에도 계엄 관련 기록물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아 대통령기록물관리법을 위반했다는 점, 허위로 작성된 공문서를 실제 국무회의 과정에서 사용했다는 허위공문서 행사 혐의가 포함됐다.
특검은 범죄의 중대성과 증거 인멸 우려 등을 근거로 구속 수사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한 전 총리는 지난해 12월 국회 본회의에서 "(계엄 당일) 국무회의 자체가 많은 절차적·실체적 흠결을 가지고 있었다"고 진술하며 반대 입장을 밝혀왔다.
올해 2월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변론기일에서도 "대통령이 어떤 계획을 하고 있는지 사전에 알지 못했고, 대통령이 다시 생각하도록 최선을 다해 설득했다"고 주장했다.
쟁점은 이 같은 진술의 신빙성과 증거 인멸 가능성이다. 한 전 총리는 "계엄과 관련된 문건을 보거나 받은 기억이 없다"고 여러 차례 말했지만, 특검은 대통령실 CCTV 영상을 확보해 한 전 총리가 문건을 확인한 정황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특검은 또 "영상 확보 이후 진술이 번복됐다"며 "증거 은폐나 진술 번복 가능성이 높은 만큼 구속 수사가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범죄의 중대성뿐 아니라, 한 전 총리가 국무회의 부의장으로서 계엄 선포 과정에 실질적 책임이 있었는지도 폭넓게 검토할 예정이다.
한덕수는 누구인가
한 전 총리는 서울대 경제학과 재학 중 행정고시에 합격해 수석으로 졸업했다.
상공부(현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중소기업국장과 산업정책국장, 초대 통상교섭본부장, OECD 대사 등을 지냈다. 재계와 해외 인맥을 두루 쌓으며 노무현 정부의 마지막 국무총리에 임명됐다.
윤석열 정부에서는 초대 총리로 임명돼 1077일간 재임하며, 1987년 민주화 이후 최장수 국무총리 기록을 세웠다. 제6공화국 출범 이후 특정 대통령 임기 내내 교체 없이 끝까지 직을 지낸 첫 총리라는 타이틀도 얻었다.
그러나 그는 지난해 12월 국회에서 탄핵소추를 당하며 직무에서 물러났다. 하지만 헌법재판소가 올해 3월 이를 기각하면서 87일 만에 국무총리와 대통령 권한대행 직무에 복귀했다.
당시 헌재는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을 대행하는 상황에서 파면은 국가적 손실을 초래할 수 있다"며 기각 이유를 밝혔다. 복귀 직후 그는 정부서울청사로 돌아와 산불 대응 상황을 점검하며 국정 안정 의지를 강조했다.
한 전 총리는 여권 내 차기 대권 주자로도 거론됐다.
특히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과 경쟁 구도를 이루며 보수 진영의 대선 후보군에 포함됐다. '경제 관료 출신 안정론'을 앞세운 한 전 총리와 '투쟁적 보수 정치인' 이미지를 내세운 김 전 지사는 각기 다른 색깔을 드러냈다.
그러나 실제 대선 경선에서는 출마 선언에도 불구하고 국민의힘 당내 경선에 정식 등록하지 않았다. 당 지도부가 후보 교체를 추진했지만, 전당원 투표에서 김문수 후보가 유지되면서 한 전 총리는 공식 후보 자리에 오르지 못했다.
결국 그는 경선 도전을 접고 김 전 지사 지지를 선언하며 대선 무대에서 물러났다.

향후 전망은?
한편, 한 전 총리에 대한 구속 여부는 향후 국무위원 수사의 방향을 좌우할 전망이다.
영장이 발부될 경우, 비상계엄 선포 당시 국무회의에 참석했던 다른 국무위원들에 대한 조사도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특검은 이미 계엄 선포 전후 국무회의 과정을 면밀히 검토하며 국무위원들을 여러 차례 소환해 사실관계를 확인해 왔다.
지난 25일에는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강제 수사가 이뤄졌다. 박 전 장관은 윤 전 대통령의 계엄 선포를 저지하지 않고 방조하거나 가담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으며, 이는 구속기소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과 동일하다.
또 최상목 전 부총리는 계엄 당시 비상입법기구 예산 지시가 담긴 문서를 전달받았으나, "접힌 쪽지 형태로 받았으나 무시하기로 하고 보지 않았다"고 해명해 위증 의혹이 제기됐다.
반대로 영장이 기각된다면 특검이 추진해온 '속도전' 수사에는 제동이 걸릴 수 있다. 다른 국무위원들에 대한 조사 역시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