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리 커크 살해 용의자 타일러 로빈슨에 대해 알려진 사실은?

미국 수사 당국은 지난 10일 유타주의 한 대학에서 연설 중이던 정치 활동가 찰리 커크를 살해한 용의자는 타일러 로빈슨(22)이라고 밝혔다.
스펜서 콕스 유타 주지사는 지난 12일 연방수사국(FBI)과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그를 잡았다"면서 현재 로빈슨은 구금 중임을 전했다.
유타주 당국의 진술서에 따르면 로빈슨에게 적용된 혐의는 가중 살인, 중범죄로 분류되는 총기 발사, 사법 방해다.
유타주 유타카운티의 제프 그레이 검사는 오는 16일 공식 기소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로빈슨 또한 이날 처음으로 법정에 출석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타주 법원에 따르면 로빈슨에게는 전과나 폭력 범죄 이력도 없다.
콕스 주지사는 로빈슨은 총격 사건이 발생한 유타밸리대학의 학생이 아니며, 정신질환 이력에 대해서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해당 기자회견 후 유타 주립대학 측은 로빈슨이 2021년 잠시 재학한 사실이 있다고 밝혔다.
콕스 주지사는 로빈슨이 유타주립대학에서 약 3시간 거리인 워싱턴카운티에서 가족과 함께 오랫동안 거주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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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지인이 '경찰에 연락'
BBC Verify 팀의 확인 결과, 용의자 로빈슨은 유타주 남서부에 자리한 자이언 국립공원 인근의 세인트 조지에 거주 중이었다. 이곳은 커크가 총격을 당한 유타 밸리대학 캠퍼스에서 남서쪽으로 약 400km 떨어져 있다.
그는 세 형제 중 장남으로, 모르몬교 신자인 가족들은 교회 활동에 적극적이다.
수사당국은 로빈슨의 아버지가 아들을 설득해 경찰 자수를 권한 것이 사건 해결의 결정적 계기였다고 설명했다.
사법 당국이 공개한 영상에서 아들을 알아본 아버지는 직접 대면했다. 이에 로빈슨이 자수하느니 자살하겠다고 하자, 아버지는 가족 지인인 청년 담당 목사를 불러 도움을 요청했다.
목사와 아버지는 로빈슨을 진정시키고자 애썼고, 법원 경비를 겸직하는 목사가 미 연방보안관에 연락하여 결국 체포가 이루어졌다.
콕스 주지사에 따르면 수사 당국이 영상 자료를 검토한 결과 로빈슨은 총격 발생 약 4시간 전인 지난 10일 오전 8시 29분경 '닷지 챌린저' 차량을 타고 현장에 도착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지난 12일 수사관과 대면했을 당시에도 로빈슨은 영상 속과 동일한 복장을 하고 있었다고 한다.
콕스 주지사에 따르면 가족은 수사 당국에 로빈슨이 최근 몇 년간 "정치적인 성향이 강해졌다"고 밝혔다.
가족 진술에 따르면 로빈슨은 사건 발생 며칠 전 함께한 저녁 식사 자리에서 커크가 유타 밸리대학에 온다는 소식을 언급하며 왜 자신이 "커크와 커크의 관점을 좋아하지 않는지" 토로했다.
BBC가 검토한 공개 기록에 따르면 로빈슨은 과거 유타주에서 무소속 유권자로 등록한 적 있다. 유타주 기록에 따르면 그의 부모인 매튜 칼 로빈슨과 앰버 데니스 로빈슨은 공화당원으로 등록되어 있다.
로빈슨 가족이 거주하던 유타주 워싱턴 카운티 주민들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지역사회에서 로빈슨 일가의 평판이 좋았다고 설명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이웃은 로빈슨의 부모를 "훌륭하고" 근면 성실한 모르몬교도라고 평가했다.
로빈슨은 가족들이 사는 집 근처에 아파트 한 채를 소유하고 있었으며, 사건이 발생한 유타밸리대학교의 학생은 아니었다.
BBC 분석: 가족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살펴본 학력

'유타 고등교육위원회'는 성명을 통해 로빈슨이 딕시 기술대학의 견습생 프로그램 3학년에 재학 중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2021년 유타주립대학에서 한 학기를 다닌 바 있다"고 한다.

SNS 계정에 따르면 로빈슨의 아버지는 주방 조리대 및 상하부장 설치 사업을 운영하고 있으며, 어머니는 사회복지사이다.
또한 BBC Verify는 로빈슨의 어머니 명의로 된 페이스북 계정에서 로빈슨이 유타주 남부 세인트 조지 소재 파인 뷰 중학교 졸업장을 들고 있는 사진을 발견했다.

최근 몇 년간 '정치성향 강해져'
수사 당국은 로빈슨의 룸메이트도 조사했다. 룸메이트는 '디스코드'라는 메신저 앱에서 '타일러(Tyler)'라는 계정과 주고받은 메시지를 제출했다.
'디스코드'는 주로 게이머들의 소통 플랫폼이지만, 현재는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널리 사용된다.
콕스 주지사에 따르면 '타일러'가 보낸 메시지에는 소총을 회수한 뒤 수건에 감싸 덤불에 숨기고, 이후에는 해당 지역을 지켜보았다는 내용이 있다. 또한 옷도 갈아입었다고 한다.
콕스 주지사는 수사관들이 어두운색 수건에 싸여 있는, 상단에 조준경이 장착된 볼트 액션 소총을 발견했다고도 덧붙였다.
이후 디스코드 측은 성명을 통해 "플랫폼 외부 행위에 대한 자사의 정책 위반으로 용의자의 계정을 정지"시켰다고 밝혔다.

탄피에 새겨진 범행 동기 단서?
당국이 밝힌 탄피에 새겨진 문구를 통해 용의자가 온라인 문화에 깊이 빠져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일부 문구에는 '안티파(반파시스트)' 운동을 언급하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었다.
발사된 탄피에는 'notices bulges OwO what's this?'라는 글귀가 새겨져 있었는데, 이는 온라인 트롤링 등을 위해 반복적으로 공유되는 문구인 '카피파스타(copypasta)'이다.
미사용 탄피에는 'Hey, fascist! Catch('어이, 파시스트! 잡아봐!'라는 뜻)'라는 문구와 '↓↓↓'와 같은 화살표가 새겨져 있었다. '↓↓↓'만 놓고 보면 반파시스트 상징일 수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어느 인기 있는 비디오게임의 특정 조작법을 의미하는 상징일 수도 있다. 다만 이 부분은 불분명하며, 당국은 탄피 사진을 공개하지 않았다.

두 번째 탄피에는 '벨라 차오(Bella Ciao)'라는 곡의 가사가 새겨져 있다. 이 노래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독일에 맞서 싸운 이탈리아의 파르티잔(무장 저항세력)을 기리는 곡이다.
3번째 미발사 탄피에는 'If you read this, you are gay lmao'라는 문구가 적혀 있는데, 이 역시 온라인에서 트롤링에 쓰이는 문구로, '이거 읽으면, 너 게이임 ㅋㅋㅋ'이라는 뜻이다.
'안티파'는 지난 10년간 미국에서 거리 시위 등 다양한 행사에 참여해 온 극좌 성향 활동가들의 느슨한 연합체로, 이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및 극우 단체의 정책에 반대하는 경우가 많다.

캐시 파텔 FBI 국장은 총격 발생 16분 만에 첫 FBI 요원들이 현장에 도착해 통제했다고 설명했다.
파텔 국장은 수사 속도를 강조하며 "33시간 만에 우리는 찰리를 위한 역사적 진전을 이루었다"고 말했다. 그는 범죄 현장이 "광범위"했으나, 수사관들이 빠르게 처리했다면서, 법의학적 증거를 확보하고 수천 건의 단서를 추적 중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이번 체포는 훌륭한 법 집행 기관의 헌신을 보여준다"고 했다.
당국은 추가 체포 가능성과 관련된 정보는 없지만, 수사는 계속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찰리 커크는 누구인가?

영향력 있는 우파 운동가이자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이었던 찰리 커크(31)는 지난 10일 유타 밸리 대학교 행사에서 연설 도중 총격을 받아 숨졌다.
'아메리칸 컴백' 투어의 일환으로 해당 대학을 방문한 그는 캠퍼스 야외 중정에 설치된 흰색 천막 아래 앉아 청중 약 3000명으로부터 질문을 받고 있었다.
그러다 중 총성 한 발이 울렸다. 중정이 내려다보이는 '로시 센터' 건물 지붕에서 발사된 것으로 추정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