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후 외계 생명체를 발견할 수도 있을 만한 곳

UFO나 외계인 납치 같은 이야기는 잊자. 과학자들이 다른 행성에서 생명체를 찾는 실제 방법은 이렇다.
외계 생명체에 관한 장광설을 늘어놓기는 쉽다. 다른 행성에 생명이 존재할 수 있다는 가능성은 대중문화의 단골 소재였고 지금도 책과 TV 프로그램, 영화 등에 영감을 주고 있다. 물론 그 가운데는 기이한 음모론도 있다. 하지만 초록색 작은 외계인에 대한 상상들 사이에서 바로 지금 이 순간에도 실제 외계 생명체를 찾는 탐사가 진행 중이다. 외계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다는 가설은 비주류 과학이나 논란의 여지가 있는 아이디어가 아니다. 현재 과학자들이 이를 체계적으로 연구하고 있으며 어쩌면 10년 이내에 결과가 나올 것으로도 기대된다.
현재 진행 중인 외계 생명체 탐사는 여러 가지다. 화성에서는 탐사 로봇이 과거 생명체 존재 여부를 밝혀줄 시료를 채취하고 있다. 또 다른 탐사선은 태양계의 얼음 위성에 접근해 생명체가 존재했을 가능성을 찾으려 한다. 천문학계 역시 태양계 밖 행성의 대기를 관측하며 외계 생명체의 존재를 뒷받침할 만한 원소 조합을 찾고 있다. 또한 의도적이든 우연이든 지적 문명에서 나오는 신호를 포착할 수 있는지 섬세하게 살피는 프로젝트도 있다.
영국 왕립 천문학자 마틴 리스 경은 "10년 안에 우리는 가까운 행성에 유기물이 존재하는지 확인할 증거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며 "정말 그 경계에 근접한 것 같다"고 말했다.
만약 외계 생명체가 존재한다면, 아직까지 그 증거는 발견되지 않은 것은 분명하다. '외계 지적 생명체 탐사(search for extraterrestrial intelligence, Seti)'는 20세기 중반 시작되었고 천문학자들은 다른 행성에서 나오는 전파 신호를 포착하려 했지만 아직 성과를 얻지 못했다. 화성에 운하와 강이 있다고 믿었던 19세기 후반 사람들의 생각과 달리, 화성은 대부분 건조하고 황량한 황무지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태양 이외의 별을 도는 행성들은 너무 작아 탐지조차 어려웠고 자세한 연구는 더욱 불가능했다.
이 때문에 탐지 방식은 더욱 정교해져야 했다. 동시에 초기 탐지 결과가 미생물이나 먼 행성 대기권의 화학 성분처럼 아주 미미한 형태일 수 있다는 점에도 대비해야 했다. 이런 결과는 외계 생명체와의 접촉을 상상한 할리우드식 그림에 비하면 다소 실망스러울 수 있다. 그러나 지구 밖 생명체의 확실한 증거는 우리가 우주에서 차지하는 위치에 대한 관점을 근본적으로 바꿔놓을 것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태양계에서는 화성이 생명체 탐사의 가장 유력한 후보지로 꼽힌다. 수십억 년 전 화성 표면에는 바다와 호수가 존재했고 잠재적으로 생명체가 살 수 있는 환경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에는 화성 남극 빙하 아래에 여전히 액체 상태의 물이 있을 수 있다는 흥미로운 단서도 발견됐다.
화성에서는 나사(NASA, 미국 항공우주국)의 탐사 로봇 퍼서비어런스가 적도 북쪽 제제로 분화구 바닥에서 시료를 채취하고 있다. 이곳은 한때 호수였다가 지금은 말라버린 것으로 추정된다. 이 '화성 시료 귀환' 프로젝트는 수십 개의 시료를 채취해 2030년대 초 지구로 가져오는 것이 목표다. 시료가 지구에 도착하면 생명체 흔적을 찾기 위한 조사가 진행될 예정이다. 다만 현재 이 프로젝트는 미국의 우주 프로젝트 예산 삭감으로 귀환 단계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러나 성공한다면 과학적으로 엄청난 성과가 될 것이다.
영국 오픈대학의 행성 과학자이자 화성 시료 귀환 프로젝트팀의 일원인 수잔 슈벤저는 과거 화성에 생명체가 존재했다면 암석과 물의 상호작용에 흔적이 남아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생명체가 있다면 매우 다른 것들이 보일 것입니다. 화성에서 시료를 확보하면 이를 미세한 수준까지 연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일부 샘플에는 암석 내부에 화석화된 미생물이 있을 가능성도 있다. 슈벤저는 "과학자로서 발견 가능성에 대한 희망이 없었다면 평생 이 연구에 매진하지 않았을 것"이라면서도 "무언가를 발견하길 바라지만 예측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화성에서 생명의 흔적을 찾더라도 그것이 외계 생명체가 우주에 널리 존재한다는 확실한 증거는 되지 못할 수 있다. 화성과 지구는 행성의 초기 역사에서 물질을 공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어 생명의 기원도 공유했을 가능성이 있다. 제2의 생명체 기원, 즉 다른 행성에서 독립적으로 생명이 탄생했다는 증거를 찾기 위해 과학자들이 목성의 유로파, 토성의 엔셀라두스 같은 얼음 위성에 주목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 위성들은 얼어붙은 표면 아래 광대한 바다가 존재할 것으로 추정된다. 슈벤저는 "만약 우리가 얼음 위성에서 생명을 찾아낸다면, 이는 분명 지구 생명의 기원과는 다른 종류일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의 유로파 탐사선 '주스'가 2023년 4월 발사된 데 이어 NASA의 '유로파 클리퍼' 탐사선이 오는 10월 발사될 예정이다. 각각 2030년과 2031년 도착 예정인 이들 탐사선이 유로파에서 생명체를 발견할 가능성은 낮다. 그러나 이들은 유로파의 바다 규모를 연구하고 향후 임무의 기반을 마련할 것이다. 향후 임무로는 얼음층 아래로 파고드는 시도(예: 설계 단계에 있는 NASA의 '유로파 랜더')나 위성 바다에서 우주로 분출되는 물질을 통과하며 생명체를 탐색하는 방식이 검토된다.
코넬대 천문학자 브리트니 슈미트는 "이런 행성의 바다에 기계를 투입하는 것은 수천 km 두께의 얼음을 뚫어야 하는 '100년짜리 과제'"라고 말했다. 그러나 "얼음 표층 안으로 들어가 액체 상태 물질과 상호작용하는 것은 보다 이른 시일 내 가능하다"고 했다. "그런 임무가 수행되길 바랍니다. 우리 연구팀은 이를 위한 장비와 기술을 개발 중이며 이를 통해 현장에 도착했을 때 무엇을 해야 할지 알 수 있을 것입니다."
100년을 기다릴 수 없다면 시선을 다른 태양계로 돌릴 수도 있다. 현재 학계에는 5500개 이상의 외계 행성이 보고되어 있으며 새로운 행성도 계속 발견되고 있다. 특히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JWST) 등 최신 장비 덕분에 천문학자들은 이들 행성을 더 정밀하게 탐구할 수 있게 됐다.
특히 JWST를 이용해 지구와 유사한 암석형 외계 행성의 대기 조성을 연구하려는 시도가 천문학 분야에서 진행 중이다. JWST는 21세기 초 처음 설계되던 단계에서는 외계 행성 연구를 목적으로 하지 않았으나 이후 이 분야에 활용되면서 역사상 가장 큰 우주망원경이자 외계 행성 연구에 최적화된 장비가 됐다.

그러나 이 장비로는 태양과 유사한 별 주위를 도는 지구형 행성을 관측하기 어렵다. 너무 어두워 JWST로도 연구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2040년대 발사 예정인 NASA의 '거주 가능 행성 관측소(Habitable Worlds Observatory)' 같은 차세대 망원경이 필요하다. 반면 JWST는 적색 왜성 주위를 도는 행성을 연구할 수 있으며 현재 흥미로운 행성계인 트라피스트-1에서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 이 행성계에는 지구 크기의 행성 7개가 있으며 이 중 최소 3개는 액체 상태의 물(그리고 생명)이 존재할 수 있는 거주 가능 영역에 위치한다.
천문학자들은 우선 이 행성들에 대기가 존재하는지 확인해야 한다. JWST로 이를 확인하기 위한 연구가 진행 중이며 결과는 2025년에 나올 가능성이 있다. 캘리포니아 공대의 제시 크리스티안센은 초기 연구 기준 가장 안쪽 행성은 생명체에 필요한 대기가 없을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그러나 다른 트라피스트-1 행성에서 대기가 발견된다면 엄청난 발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 20년간 외계 행성 탐사는 이 결과에 좌우될 것입니다. 적색 왜성의 행성에 대기가 존재한다면 우리는 전 세계 망원경을 총동원해 무언가를 찾아내려 할 것입니다."
과학계가 만약 그러한 대기를 발견한다면, JWST는 생명체 존재 가능성을 암시하는 생물학적 지표 흔적을 찾는 데도 활용될 것이다. 크리스티안센은 "우리는 불균형 화학 반응을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산화탄소·메탄·물은 어떤 행성에서도 생성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자연적으로 유지되기 어려운 비율로 존재한다면 생물학적 요인이 개입되었다고 볼 수 있죠."
미래의 망원경, 예컨대 거주 가능 행성 관측소나 유럽의 '라이프(LIFE)' 프로젝트 같은 구상들은 태양과 유사한 별 주위를 공전하는 지구형 행성들에도 동일한 분석을 적용하려 할 것이다. 스위스 취리히연방공대의 천체물리학자이자 라이프 프로젝트 책임자인 사샤 콴츠는 "주요 연구 대상은 거주 가능 영역에 있는 암석 행성들"이라고 말했다.
지능적 생명체 탐색도 진행되고 있다. 펜실베이니아주립대의 제이슨 라이트는 "손쉽게 얻을 수 있는 성과 대부분은 이미 확보했다"고 말했다. 그는 라디오 관측 결과 지구에서 약 100광년 이내에는 우리를 향한 강력한 신호원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현재 미국의 '브레이크스루 리슨' 같은 프로젝트는 탐색 범위를 더 넓히고 있으며 은하 내 먼 행성에서 오는 전파 신호나 지구형 행성에서 우발적으로 방출된 전파도 탐지하려 한다.
2028년 가동을 목표로 한 망원경 '스퀘어 킬로미터 어레이(Square Kilometer Array)'는 수천 개 전파 안테나를 두 대륙에 걸쳐 배치해 탐색 범위를 크게 넓힐 예정이다. 라이트는 "새 장비 가동은 정말 기대가 되는 일"이라면서도 "현대 전파망원경으로도 탐지는 '언제든' 가능하다"고 말했다.

설령 외계 생명체의 증거가 발견되더라도, 그것이 생명체 존재에 대한 결정적 증거가 될 가능성은 낮다. 태양계든 외계 행성이든 지적 문명이든 관계없이 말이다. 외계 생명체 존재는 점진적 과정을 거쳐 설득력을 얻게 될 것이다. 콴츠는 "정보가 많을수록 오탐(존재하지 않는데 존재한다고 탐지하는 것)을 배제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따라서 외계 생명체 발견은 단 한 번의 결정적 순간으로 끝나지 않을 수도 있다. 리스는 이러한 가능성에 대중이 어떻게 반응할지가 흥미로운 질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연구 결과가 잠정적이라면 과학자들이 그 점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며 "언론 보도에도 그 점이 반영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최근 사례로 금성에서 포스핀이, 외계 행성에서 디메틸설파이드가 검출된 바 있다. 두 물질 모두 생명 존재 가능성을 시사하며 학계 논쟁을 촉발했지만 생명체 존재 여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그리고 또 다른 가능성도 있다. 모든 탐사가 결국 헛수고로 끝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또한 흥미로운 과학적 결과로 외계 생명체가 우주에서 드물다는 사실을 알려줄 수 있다. 콴츠는 "생명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결론은 생명에 관한 근본적으로 중요한 사실을 깨닫게 한다"며 "생명체는 어쩌면 정말 드문 것일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2024년 3월 12일에 최초 게재되었고, 2025년 9월 11일 판에서는 퍼서비어런스 탐사로봇의 암석 샘플 분석 결과를 추가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