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오래 복역한 사형수', 일본서 결국 무죄 판결 받아
‘세계에서 가장 오래 복역한 사형수’로 알려진 일본의 이와오 하카마다(88)가 결국 무죄 판결을 받았다.
일가족 4명이 살해된 해당 사건의 증거가 조작된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반세기 넘게 사형수로 살아온 하카마다는 지난 1968년 상사와 상사의 아내 그리고 이들의 10대 자녀 2명을 살해한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았다.
그러나 최근 그의 유죄로 이어진 증거가 조작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하카마다는 재심을 신청했다.
하카마다의 사건은 일본 역사상 가장 길고 유명한 법정 공방 중 하나다.
이번에도 해당 사건은 지난 25일 500여 명이 법정에 들어가고자 기다리는 등 대중의 큰 관심을 끌었다.
마침내 무죄 판결이 내려지자, 법원 밖에 모인 하카마다의 지지자들은 ‘반자이’(일본어로 ‘만세’)를 외치며 환호했다.
다만 하카마다는 법원에 출석하지 않았다. 정신 건강 악화로 인해 모든 심리 출석을 면제받았기 때문이다.
그는 재심을 허가받은 2014년부터 교도소에서 나와 누나의 보살핌을 받으며 생활하고 있다.
장독에서 발견된 피 묻은 옷
전직 프로 복서였던 하카마다는 상사 일가족이 도쿄 서부 시즈오카 소재 자택에서 화재 사건 후 주검으로 발견됐던 1966년 당시, 미소 제조회사의 직원이었다.
상사 부부와 두 자녀는 모두 칼에 찔려 숨진 상태였다.
수사 당국은 하카마다가 이들 가족을 살해하고 집에 불을 지른 뒤, 현금 20만엔(약 180만원)을 훔쳐 달아났다고 판단해 기소했다.
하카마다는 처음에는 강도 및 살인을 저지르지 않았다며 부인했으나, 하루 최대 12시간가량 이어진 구타와 심문 끝에 강압에 의한 자백을 하게 됐다.
그렇게 1968년, 그는 살인 및 방화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고 사형을 선고받았다.
수십 년에 걸친 법적 공방은 시신이 발견된 직후 장독에서 발견된 피 묻은 옷에서 출발한다. 바로 이 옷들이 유죄 판결의 증거로 사용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하카마다의 변호사는 수년 동안 이 옷에서 채취한 DNA가 그의 것과 일치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며 타인의 것일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와 동시에 수사 당국이 증거를 조작했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그리고 변호인의 주장은 히로아키 무라야마 판사를 설득하기 충분했다. 무라야마 판사는 2014년, “해당 옷은 피고인의 것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당시 무라야마 판사는 “피고인의 무죄 가능성이 상당 부분 밝혀진 상황에서 계속 구금해두는 것은 부당하다”고도 판단했고, 그 덕에 하카마다는 석방돼 재심을 준비할 수 있었다.
법적 절차가 길어지면서 실제 재심은 지난해 시작됐으며, 법원의 최종 판결은 지난 25일 아침이 돼서야 내려졌다.
무라야마 판사는 하카마다의 무죄를 판결하는 한편, 검찰 측의 주요 증거가 조작됐다는 결론을 내렸다.
하카마다의 변호사와 가족들에 따르면 하카마다는 수십 년간 독방에서 생활하며 언제든 사형당할 수 있다는 위협에 시달린 탓에 현재 정신 건강이 심각하게 악화된 상태라고 한다.
그의 누나 히데코(91)는 오랫동안 남동생의 석방을 주장해 온 인물이다. 지난해 재심이 시작되자, 히데코는 “드디어 어깨에 진 무거운 짐을 내려놓았다”며 안도감을 표했다.
사형수에 대한 재심은 일본에서 드문 일로, 사형이 확정된 죄수가 재심에서 무죄가 나오는 건 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 5번째다.
일본은 미국과 더불어 G7 국가 중 유일하게 사형을 집행하는 국가로, 교수형 집행 당일 몇 시간 전에 사형수에게 통보하는 방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