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 올린 SNS 하나로 위험한 해외 여행이 될 수 있다
위험하거나 불쾌감을 주는 소셜미디어 게시물을 올릴 경우 비자가 거절되거나 온라인상에서 집중포화를 맞을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다른 나라를 여행하려는 사람이라면 이러한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지난주 미국 정부는 비자 없이 90일간 미국 방문이 가능한 수십 개 국가 출신 여행객들의 최근 5년간 소셜미디어 게시물을 살펴보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 제안의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불분명하지만, 미국 시민들은 2026년 2월 8일 시행에 앞서 향후 몇 주 동안 이 계획에 대한 의견을 제출할 수 있다. ESTA(전자여행허가제) 비자 면제 신청자는 다른 정보와 함께 지난 10년간 사용한 모든 이메일 주소를 제출해야 한다.
이 제안에는 미국 방문자에 대한 심사가 강화되고 있는 최근의 추세가 반영되어 있다. 여행자가 온라인에 남긴 활동 기록이 이제는 입국 거부나 추방의 근거로 활용될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올해 초 한 노르웨이 관광객은 미국 당국이 자신의 휴대전화를 검색하던 중 부통령 J.D. 밴스를 풍자한 밈을 발견한 뒤 입국이 거부됐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미국 세관국경보호청(CBP)은 해당 주장을 부인하며, 입국 거부 사유는 그 노르웨이인이 밝힌 "마약 사용 자백"이었다고 설명했다. CBP 웹사이트에는 "전자기기 국경 검색은 미국 입국 시 개인의 의도를 판단하기 위한 절차로 진행된다"고 명시돼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1월 백악관으로 복귀한 이후 국가 안보를 이유로 미국 국경 보안을 강화해 왔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이러한 조치가 잠재적인 미국 방문객들에게 또 하나의 장벽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입국 검색의 디지털화
호주국립대 법학 교수인 도널드 로스웰은 최근 미국 여행에 신중해진 많은 사람들 가운데 한 명이다. 그는 미국을 방문하는 경험이 점점 더 걱정스러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비자 면제 프로그램에 따라 42개국 국민들이 ESTA 절차를 통해 미국에 입국할 수 있지만, 국경에서 그들이 행사할 수 있는 권리는 매우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부분적으로 비자 면제 프로그램 신청 시 방문자가 국경에서 미국 CBP가 내린 특정 결정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미국 내 법적 권리 일부를 포기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미국 국경에 도착한 외국인 방문자는 CBP 국경관리관의 요청을 따르지 않을 경우 입국이 거부될 수 있습니다."
그는 미국을 방문하는 이들에게 미국의 정책이나 특정 미국인과 관련된 사안에 대해 온라인에 게시하는 글의 내용에 각별히 주의하라고 조언했다.
로스웰은 또 디지털화가 심화될수록 강도 높은 감시가 훨씬 더 흔해지고 실행하기 쉬워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여행이 '국경에 얽매이지 않는' 형태로 나아갈수록, 여행자와 관련된 더 많은 디지털 데이터가 수집될 것입니다."
그는 이러한 데이터가 당국으로 하여금 입국자가 안보상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확신을 갖는 데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판단 과정에서 AI 활용도 점점 늘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게시 전에 한 번 더 생각하라
미국만이 이런 감시 조치를 시행하는 유일한 국가는 아니다. 세계 각국 정부는 점점 더 여행자들의 소셜미디어 활동을 주시하고 있으며, 개인의 디지털 발자국은 국경을 넘은 뒤에도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2018년 뉴질랜드는 국경 관리관이 여행객의 휴대전화를 열어볼 것을 요구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세계 최초의 법률을 도입했다고 밝혔다. 이 법에는 비밀번호 공유를 거부할 경우 고액의 벌금을 부과하는 조항도 포함돼 있다.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갔다. 당국이 명예훼손성 콘텐츠를 게시하거나 심지어 재게시한 외국인을 구금할 수 있다. 지난해 한 아일랜드인은 아랍에미리트연합에서 근무하던 당시 전 고용주에 대해 부정적인 온라인 리뷰를 남겼다가 체포됐다.
여행자들이 점점 더 민감한 콘텐츠를 올리면서 위험도 커지고 있다. 영국 여행객을 대상으로 한 버진 모바일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절반 이상은 "휴가 중 사진을 찍지 않는 것은 상상할 수 없다"고 답했다.
응답자들은 평균적으로 일주일에 7장의 사진을 소셜미디어에 게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른바 '트래블 포르노' 경쟁 속에서 사용자들 간 과시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응답자 10명 중 1명은 절벽 가장자리에 서거나 야생동물과 함께 포즈를 취하는 등, 휴가지 사진을 위해 위험한 행동을 할 의사가 있다고 답했다.
문제는 이러한 사진 촬영이 종종 현지 문화나 관습을 고려하지 않은 채 이뤄져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그 반발이 빠르게 확산될 수 있다는 점이다.
2022년 한 러시아 인플루언서 부부는 발리에서 신성한 나무 아래에서 누드 사진을 촬영했다가 추방당했다. 사진이 소셜미디어에 게시되자 현지 정치인 닐루 젤란틱은 시민들에게 이들을 경찰에 신고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사진을 올린 사람들은 마을 주민들이 치러야 하는 정화 의식의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며 "쓰레기 같은 관광객, 집으로 돌아가라!"는 글을 남겼다.
이러한 사건들로 인해 각국 정부는 해외를 자주 오가는 자국민을 대상으로 교육에 나서고 있다. 해외에서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소셜미디어 예절이나 많은 여행객이 존재조차 모를 수 있는 문화적 규범을 안내하는 웹페이지를 구축하는 식이다.
예컨대 캐나다 정부가 운영하는 한 포털 사이트는 태국에서는 술을 권하는 행위가 불법이며, 술이 담긴 사진을 소셜미디어에 게시할 경우 벌금을 물 수 있다고 경고한다.
오해의 스펙트럼
아동 도서 작가 수체타 라왈은 휴가 중 올린 게시물이 얼마나 빠르게 확산될 수 있는지를 몸소 경험했다. 지난해 아프리카 여행 중 올린 게시물 하나가 지인의 눈에 띄었고, 그 지인은 분노하며 해당 게시물을 다시 공유했다.
라왈은 "내가 무례한 행동을 했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그 일로 오해와 비난, 적대감이 쏟아져 남은 여행이 매우 힘들어졌다"고 말했다. "모든 콘텐츠는 취약합니다. 개인적으로 올린 것이든, 사적으로 공유한 것이든 마찬가지죠. 오늘날에는 댓글 하나만으로도 맥락이 왜곡되거나 의도하지 않은 이야기로 엮이기 쉽습니다."
여행자들이 콘텐츠 제작자가 되어 매달 기가바이트 단위의 자료를 게시하는 시대가 되면서 오해의 여지는 더욱 커지고 있다.
라왈은 "'베아토의 일본 여행'을 집필하면서 사진 속에 담긴 수많은 미묘한 문화적 뉘앙스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점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그는 유카타를 여미는 방식이 산 사람과 죽은 사람에 따라 다르며, 일본 신사 입구에 있는 도리이 문을 등지고 서는 것은 예의에 어긋난다고 설명했다.
여행 사진이 점점 더 다양한 퍼포먼스를 담게 되면서, 사진을 찍기 위해 현지 전통 의상을 입거나 종교적 성지를 방문하는 사례도 급증하고 있다. 이러한 실수는 사진이 온라인에 게시되기 전부터 주변의 현지인들에게 불쾌감을 줄 수 있다.
맥락이 중요하다
이러한 사건들의 배경에는 악의보다는 문화적 규범에 대한 낯섦이 자리한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일본은 아시아 및 중동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맥락이 중요한 사회'에 속한다. 문화 간 소통 전문가 에린 메이어는 한 강연에서 이러한 사회에서는 의사소통이 "보다 암묵적이고 다층적이며, 미묘한 뉘앙스를 띤다"고 설명했다. 상징적 제스처나 암묵적 이해를 통해 많은 의미가 전달된다는 것이다.
직접적 언어 표현을 중시하는 '맥락 의존도가 낮은 사회' 출신 여행자들에게 이러한 다층적이고 절제된 소통 방식은 자칫 무례를 저지르게 만드는 지뢰밭처럼 느껴질 수 있다. 노골적인 무례한 표현을 하지 않더라도, 무례한 인상을 주는 것을 피하기는 어렵다. 예컨대 외국의 과일 시장에서 촬영한 평범한 영상에 수박 이모티콘 하나를 덧붙이는 것만으로도, 보는 사람에 따라 반유대주의나 흑인 미국인에 대한 인종차별적 신호로 해석돼 불쾌감을 유발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여행의 추억을 소셜미디어에 공유하는 일을 완전히 자제하라는 것은 아니다. 다만 보다 신중하게 게시하는 태도가 최선의 접근법일 수 있다. 알고리즘이나 타인의 기대에 맞추기보다, 양보다 질을 우선시하는 것이다.
라왈은 "주변 환경을 온전히 인식하고 현재에 집중하라"고 조언했다. "주변 사람들의 옷차림과 말투, 행동을 관찰하고, 최대한 그들과 어울리려 노력하세요. 여행자라는 이유만으로 현지인을 대상화하지 마십시오."
그 결과는 단지 더 안전하고 의미 있는 여행에 그치지 않는다. 문화유적지를 단순한 콘텐츠로 소비하는 대신, 존중과 교감을 바탕으로 한 여행을 가능하게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