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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편드는 트럼프 … 러시아-중국 갈라놓기 전략일까?

2025.03.08
2017년 11월 11일 베트남 다낭에서 열린 ‘APEC 정상회의’의 일환인 ‘APEC 경제 지도자 회의’에서 대화 중인 트럼프, 푸틴 대통령
Getty Images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대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지지는 미국의 대러 정책의 큰 변화를 의미한다

도널드 트럼프 현 미국 대통령은 지난 수십 년간의 미 외교 정책 기조를 뒤집고 러시아와 밀착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한 평화 협정 문제를 놓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편을 들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침공해 온 러시아가 제시한 가혹한 조건을 받아들이라고 압박하고 있다.

아울러 유럽 동맹국들에는 더 이상 미국이 유럽의 안보를 지원하리라 기대하지 말라고 말한다.

이 모든 행보는 푸틴에 대한 지지 신호로 해석될 수 있으며, 이에 미국이 새로운 외교 전략에 착수한 거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러시아와 중국 사이를 갈라놓기 위한 더 큰 계획이 있는 것일까. 아니면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행보는 그저 개인적인 감정이나 푸틴과의 친밀감에서 비롯된 결과일까.

트럼프 행정부는 어떤 식으로 러시아 편을 들고 있나?

러시아에 대한 미 당국의 주요 태도 변화가 처음 포착된 것은 지난 2월 12일로, 트럼프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과 90분간의 전화 통화를 진행했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러시아에 빼앗긴 영토를 양도하지만 미국의 안전 보장은 없는 평화 협정안에 동의하도록 압박을 가하기 시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과 "서로의 나라를 방문하는 등 매우 긴밀히 협력하는 데 동의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우크라이나가 전쟁 이후에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이 될 수 없다고 밝혔는데, 우크라이나의 NATO 가입은 전임자인 조 바이든 대통령이 약속했으나, 러시아 측이 강하게 반발하는 부분이다.

2월 28일 백악관 회담 도중 설전을 벌이는 트럼프, 젤렌스키 대통령
Reuters

그 이후로 트럼프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을 "무능하다", "독재자"라고 말하며 백악관에서 만난 자리에서는 우크라이나는 처음부터 전쟁을 "시작하지 말야야 했다"는 말을 했다. 이는 과거 푸틴 대통령의 발언과 비슷하다.

이에 더해 트럼프 대통령 전쟁 이후 유럽 국가들이 우크라이나 내 평화 유지 역할을 맡게 되더라도 미국은 지원하지 않겠다며 거부의 뜻을 밝혔다. 러시아는 서방의 우크라이나 내 군대 파병에 강하게 반발한다.

또한 미국은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3주년을 맞아 UN 총회에 상정된 러시아를 규탄하는 내용의 결의안에 반대표를 던지며 러시아 편을 들었다.

미국은 중-러 관계를 갈라놓고자 러시아와 밀착하나?

마르코 루비오 미 국무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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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코 루비 미 국무부 장관은 자신은 러시아를 중국의 "하급 파트너"로 보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유럽 동맹국과는 거리를 두고 러시아와 밀착하는 이 같은 행보는 지난 80년간 미 당국이 이어온 외교 정책을 뒤엎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새로운 외교 정책을 알리는 신호탄인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마르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지난달 25일 보수 성향 매체인 '브레이트바트'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행정부는 중-러 관계를 약화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루비오 장관은 "나는 러시아가 영구적으로 중국의 하급 파트너가 되고, 중국에 대한 의존성이 너무 커 중국이 하라는 대로 다 하는 상황은 결코 러시아에 좋은 상황이 아닐 뿐만 아니라 미국, 유럽, 전 세계에 좋지 않은 결과일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되면 "핵무기를 지닌 두 강국이 미국에 맞서게 되는 것이기에" 이는 미국에 위험하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루비오 장관은 미국은 중국이 구축 중인 글로벌 무역 네트워크, 이른바 '일대일로' 이니셔티브에 도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루비오 장관의 발언에 대해 중국 측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린 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중국과 러시아 사이에 불화의 씨앗을 심으려는 미국의 시도는 결국 실패하게 될 것"이라면서 중국과 러시아는 장기적인 발전 전략 및 외교 정책을 갖고 있다"고 일갈했다.

1972년 만리장성을 방문한 미국의 닉슨 대통령(가운데), 윌리엄 로저스 국무장관(오른쪽)과 리셴녠 당시 중국 당부의장
Getty Images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가운데)은 1972년 중국을 방문하며 외교적 쾌거를 이루었다

루비오 장관이 말하는 이 같은 전략, 즉 중국의 힘을 약화하고자 러시아를 중국에서 멀어지게 한다는 전략은 과거 리처드 닉슨 대통령이 중국과 구소련의 관계를 갈라놓으며 외교적 승리를 거두었던 사례의 반대 형태라고 할 수 있다.

닉슨 대통령의 경우 중국과 수교하며 러시아를 고립시켰다. 트럼프 대통령의 경우 러시아와의 관계 개선이 중국을 고립시킬 수 있다.

평론가들은 이를 '역 닉슨' 계획, 혹은 '역 키신저' 계획이라 부르고 있다.

닉슨 대통령은 당시 국가안보보좌관이었던 헨리 키신저의 주도에 따라 1972년 중국을 방문해 조약을 체결하여 미국에 적대적이었던 두 공산주의 국가 간 동맹관계를 끝냈다.

미국 싱크탱크인 '미국 외교 협회'는 루비오 장관이 말한 이 같은 계획에 대해 "백악관 및 미국 내 강경 중국 매파들은 러시아와의 협력을 통해 중국을 세계에서 고립시키고 성장하는 중국의 글로벌 입지를 위협할 수 있다고 보는 듯하다"고 했다.

런던 정경대학의 클라우스 웰 객원교수는 "미국은 러시아가 중국의 원자재 식민지가 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면서 "즉 러시아가 중국에 매우 싼 가격에 자원을 팔며 중국이 미국보다 유리한 위치를 점하는 상황을 원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영국의 싱크탱크인 '국제 전략 문제 연구소(IISS)'의 다나 앨린 박사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 같은 전략을 전적으로 지지할 가능성은 작다고 전망했다.

"(비록) 트럼프의 스타일과 전혀 동떨어진 방식은 아니며, 심지어 그도 이 전략이 통하리라 생각할 수도 있으나, 이는 루비오 장관 및 공화당 내 다른 전통적인 외교 정책 인사들이 언급한 내용이다. 이들은 백악관 내에서 실제로 정책을 이끄는 세력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역 키신저' 전략은 효과가 있을까?

2019년 연간 370억달러에서 2024년 620억달러로 증가한 중국의 러시아산 원유 수입량
BBC

한편 미국이 중국으로부터 러시아를 떼어놓으려면 여러 장애물을 대면할 수도 있다.

지난 2022년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며칠 전, 중국과 러시아는 "무제한" 우호 관계를 선언했고, 그 이후로 양국 간 무역량은 더욱 증가했다.

중국은 2024년 기준 러시아산 원유를 620억 달러어치나 구매하며 최대 수입국이 되었다. 2021년에는 3분의 1밖에 되지 않았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후 서방 국가들이 러시아산 원유에 제재를 가하면서 중국이 더 많이 사들이게 된 것이다.

또한 중국은 반도체(대부분 무기 제조에 이용됨)와 같은 컴퓨터 칩 등의 최첨단 기술 부품 수출 분야에서도 중요한 파트너이다. 미국의 싱크탱크인 '미국 기업 연구소'와 '카네기 국제 평화 재단'의 보고서에 따르면 러시아가 수입하는 반도체의 대부분이 중국산이다.

산동항 터미널에 정박한 유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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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러시아 원유의 최대 시장이다

'상하이 글로벌 거버넌스 및 지역 연구소'의 양 청 교수는 러시아와 미국 간은 "역사적 불신 및 이념적 차이가 서로 얽힌 복잡한 관계"이기에 두 국가가 완전히 밀착하기는 어려우리라 전망했다.

청 교수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는 미국 외교 정책의 일방적인 도구가 되기보다는 전략적 자율성을 유지하고자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스웨덴 '국제 평화 문제 연구소'의 헨리크 바흐마이스터 박사는 "푸틴 대통령이 당분간 미국의 접근 방식에 따를 수도 있다고 본다"면서도 "그러나 미국이 제공하는 모든 것과 중국과의 관계를 맞바꾸고 싶어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바흐마이스터 박사는 "러시아와 중국은 자원 측면에서 동맹일 수밖에 없다"면서 "러시아와 미국은 그렇지 않다. 이들은 석유, 천연가스 부문에서는 경쟁 관계"라고 덧붙였다.

트럼프는 개인적인 이유로 러시아 편을 들고 있나?

2012년 헬싱키에서 열린 정상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에 참석한 트럼프, 푸틴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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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은 자신과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에 관한) 거짓 음모"를 함께 겪었다고 발언했다

한편 앨린 박사는 러시아와 푸틴을 편애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 이면에는 외교 전략이 아닌, 1기 행정부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는 "지극히 개인적인" 동기가 있다고 주장했다.

당시 러시아는 미 대선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었고, 트럼프 공화당 후보는 러시아와 결탁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었다.

최근 백악관에서 젤렌스키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푸틴에 대해 "나는 그를 오랫동안 알고 지냈다. 우리는 러시아(와 관련된) 거짓 음모를 함께 겪어야 했다"고 발언한 바 있다.

이러한 점을 바탕으로 앨린 박사는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과 푸틴을 마녀사냥의 희생자로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웰 교수는 "우리는 트럼프와 러시아가 관계를 잘 쌓아왔음을 알고 있다"면서 "이는 트럼프가 러시아에서 '미스 월드' 대화를 주관하고, 러시아가 트럼프의 부동산 프로젝트에 자금을 투입해 지탱해주었던 과거로 거슬러 올라간다"고 덧붙였다.

"러시아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은 언제나 긍정적인 경험을 쌓아왔습니다."

기사 작성: 제레미 호웰, 앤커르 샤, 잭 라우

제작: 에프렘 게브랩

편집: 케이트 포브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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