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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공중제비를 돌았습니다'...싱가포르 항공 사고 승객들이 말하는 공포의 순간

2024.05.22

영국 런던에서 출발해 싱가포르로 향하던 싱가포르항공 여객기가 지난 21일(현지시간) 심각한 난기류로 인해 방콕 수완나품 국제 공항에 비상 착륙했다. 해당 사고로 1명이 사망한 가운데 승객들이 기내 이곳저곳에서 사람과 물건이 날아다니는 등 “절대적 공포”를 경험했다고 묘사했다.

사망한 남성은 영국인 남성 제프 키친(73)으로, 사인은 심장마비로 의심된다. 게다가 기내식 서비스가 진행 중이던 중 항공기가 급강하하면서 30여 명이 부상당했다.

사고기에 타고 있던 영국인 남성 앤드류 데이비스는 사고 발생 후 처음 몇 초 동안 “끔찍한 비명과 쿵쿵거리는 소리”가 났다고 증언했다.

“가장 강렬한 기억은 기내에서 물건이 날아다녔다는 것입니다.”

데이비스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커피를 뒤집어썼다. 믿기 힘들 정도로 심한 난기류였다”고 말했다.

또 다른 승객은 갑자기 항공기가 “기울더니 흔들리기” 시작했다고 기억했다.

학생인 자프란 아즈미르(28)는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고자 했다. (그런데) 갑자기 항공기가 급강하하는 바람에 안전벨트를 매지 않은 채 앉아 있던 모든 사람이 천장으로 솟구쳤다”고 묘사했다.

게다가 “좌석 위 수화물 칸에 머리를 부딪혀 다친 이들도 있었고, 기내 산소마스크가 들어있는 곳 혹은 조명이 달린 곳에 부딪힌 이들은 곧장 뚫고 나갔다”고 한다.

망가진 내부
Reuters

‘보잉 777-300ER’종인 해당 항공기는 이후 방콕 공항으로 방향을 돌렸고, 현지 시각으로 오후 3시 45분 승객 약 211명과 승무원 18명은 비상 착륙할 수 있었다.

싱가포르 항공 측은 승객 31명은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사망한 키친의 유족에게 깊은 조의를 표한다고 밝혔다.

키친이 잉글랜드 사우스 글로스터셔 지역에서 운영을 돕던 지역 극단 ‘쏜베리 뮤지컬 시어터 그룹’ 측은 “무척 정직하고 성실했던 신사”였다며 애도했다.

항공사 관계자에 따르면 해당 항공기는 비행한 지 약 10시간 정도 지났을 무렵, 미얀마 이라와디 분지 상공을 지나가던 중 상공 3만7000피트(약 11.2km)에서 “갑작스럽게 극심한 난기류”에 휘말렸다고 한다.

싱가포르 항공 측은 승객들에 대한 의료 서비스 지원을 위해 태국 당국과 협력하고 있으며, 추가 지원을 위해 방콕으로 직원들을 파견하고 있다고 밝혔다.

비상 마스크가 내려온 기내 모습
Reuters
방콕 공항에서 비상 착륙한 직후 기내 모습
주전자, 와인병 등이 나뒹구는 모습
Reuters
난기류로 인해 기내 바닥엔 주전자 등 각종 음식과 도구가 나뒹굴고 있다

‘서 있던 사람들이 공중제비를 돌았습니다’

싱가포르항공은 탑승객의 국적에 대해서도 자세히 밝혔는데, 영국인은 47명이다.

앨리슨 바커는 해당 항공기를 타고 최종 목적지 발리로 향하고자 했던 아들 조시로부터 “겁나게 하고 싶진 않지만, 지금 미친 비행기에 타고 있어. 비상 착륙 중이야…모두 사랑해”라는 메시지를 받았다.

바커는 해당 메시지 이후 다시 아들로부터 다시 소식을 듣기 전까지 2시간 동안 “끔찍한” 시간을 보냈다.

바커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아들은 안전벨트를 매고 앉아 있었는데, 갑자기 다른 승객들과 함께 바닥에 나뒹굴었고 그렇게 기절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아들의 부상 정도는 심하진 않지만, 죽을 수도 있었던 경험이 조시의 삶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며 우려했다.

또 다른 영국인 제리(68세)는 아들의 결혼식에 참석하고자 호주로 향하던 길이었다. 제리는 “항공기가 급강하하기” 전 그 어떠한 경고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제리는 “나는 천장에 머리를 부딪혔고 내 아내도 그랬다. 복도를 걷던 어떤 이들은 안타깝게도 공중제비를 돌았다”고 기억했다.

목 부상을 입은 영국 남성은 자신과 가족이 모두 살아남아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난기류 같은 건 전혀 없었다가…갑자기 천장에 부딪혔습니다. 순식간에 그렇게 된 거죠.”

현재 태국 병원에 있는 이 남성은 “아들은 내 좌석에서 2줄 뒤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화장실에 있다가 천장에 부딪힌 사람도 꽤 심하게 다쳤다고 들었다”고 설명했다.

한편 치 홍 탓 싱가포르 교통부 장관은 싱가포르 정부 또한 탑승객과 가족들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장관은 페이스북에 올린 성명에서 “런던 히스로 공항에서 싱가포르로 향하던 싱가포르 항공 SQ321편 기내 사고에 대해 깊은 슬픔을 느낀다”고 언급했다.

정상 항로(보라색)와 비상 착륙한 항로(붉은색)를 표시한 지도
BBC
정상 항로(보라색)와 비상 착륙한 항로(붉은색)

난기류는 보통 구름 사이를 지나는 항공기에 의해 가장 흔하게 발생하지만, 맑은 하늘에서 예고 없이 발생해 항공기의 기상 레이더에도 포착되지 않는 ‘청천(맑은 공기)’ 난류도 있다.

항공 전문가인 존 스트릭랜드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항공기 수백만 대가 비행하는 시대다. 심한 난기류로 인한 부상은 비교적 드물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심각한 난기류가 극적으로 발생하면 탑승객들이 심각한 부상을 당하거나 불행하지만 사망할 수도 있습니다.”

스트릭랜드는 승무원들도 난기류 대응법을 교육받는다면서 “항공사가 비행 내내 느슨하게든 짧게든 계속 안전벨트를 매고 있도록 권장하는 덴 이유가 있다”고 덧붙였다.

항공 전문 저널리스트 샐리 게틴은 안전벨트 착용이 “삶과 죽음을 가르는 차이”가 될 수 있다면서, 심한 난기류를 만났을 때 사람이든 물건이든 고정된 상태가 아니라면 위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에 따르면 기후 변화로 인해 앞으로 심한 난기류가 발생할 가능성이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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