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어떻게 전기차를 주류로 만들었나

중국 남부 광저우 외곽에 있는 한 전기차 충전소에서 만난 루윈펑은 운전기사 일을 하고 있다. 그는 "나는 돈이 많지 않아서 전기차를 탄다"고 말했다.
근처에 서 있던 쑨징궈도 비슷한 입장이었다. 그는 "휘발유 자동차를 사용하려면 돈이 너무 많이 든다"며 "전기차를 타면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기차 운전은) 환경 보호에도 도움이 됩니다."
쑨징궈는 자신의 전기차 '베이징 U7'에 기댄 채로 이렇게 말했다.
이는 기후 운동가들이 반길 만한 발언이다. 많은 국가에서 전기차는 사치품 취급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작년에 판매된 자동차 중 거의 절반이 전기차였던 중국에서는 전기차가 훨씬 경제적이라는 이야기가 아주 평범한 현실로 통한다.
'언덕의 제왕'
금 세기 초, 중국의 국가 지도자들은 미래 기술 선점을 위한 몇 가지 계획을 제시했다. 이를 통해 한때 자전거의 나라였던 중국은 이제 전기차 분야에서 전세계 선두주자로 떠올랐다.
광저우는 인구가 1800만 명이 넘는 대도시다. 광저우 시민들은 이제 출퇴근 시간에 내연기관의 굉음이 아닌 전기차의 윙윙거리는 소리를 듣는 게 일상이 되었다.
자동차 업계 애널리스트인 마이클 던은 "전기차에 관한 한, 중국은 다른 어떤 나라보다 10년 앞서 있고 10배 더 뛰어나다"고 말했다.

중국의 BYD는 올해 초 미국 테슬라를 추월했고, 현재는 글로벌 전기차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14억 명이 넘는 방대한 중국 내수 시장에 힘입어 매출을 키워온 BYD는 이제 해외 판매 확대를 위해 노력중이다.
일반 대중을 겨냥해 저렴한 가격의 전기차를 만드는 다른 중국 스타트업들도 마찬가지다.
중국은 어떻게 이러한 성과를 만들어낸 것일까? 그리고 다른 국가들이 이를 따라잡을 수 있을까?
마스터 플랜
자동차 업계 분석가들은 전 세계 전기차 시장을 선도하게 된 중국의 역사를 이야기할 때마다 한 사람을 자주 거론한다.
독일에서 공부를 한 엔지니어로 2007년 중국 통상과학부 장관이 된 완강이다.
던은 "완강 장관은 업계 경향에 대해 '좋은 소식은 우리가 이제 세계에서 가장 큰 자동차 시장이라는 점이고 나쁜 소식은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의 거리에는 외국 브랜드만 보인다는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고 했다.
2000년대 당시 중국 자동차 브랜드는 품질과 명성 면에서 유럽, 미국, 일본 자동차 브랜드의 경쟁 상대가 되지 못했다.
이들은 이미 가솔린 또는 디젤 자동차 생산에 있어서는 난공불락의 위치를 점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중국은 풍부한 자원과 숙련된 노동력, 자동차 생산망에 부품을 공급하는 기업 생태계를 보유하고 있었다.
던은 완 장관이 "전기 자동차로 전환해 판도를 바꾸기로 결심한 것"은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전기차에 대한 중국 정부의 종합적인 마스터 플랜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중국 정부는 2001년부터 5개년 단위 경제 청사진에 전기차를 포함시켰다.
다만 중국이 전기차 산업을 키우기 위해 막대한 보조금을 지급하기 시작한 것은 2010년대 이후부터다.
서구 민주주의 국가와 달리, 중국은 국가 경제력을 특정한 목표를 위해 수년간 동원할 수 있는 힘을 갖고 있다.
중국에서 만들어온 어마어머한 규모의 인프라 건설 프로젝트와 전세계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제조업이 이를 증명한다.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2009년부터 2023년 말까지 중국이 전기차 산업 발전에 약 2310억 달러를 투자한 것으로 추산했다.
당시에는 전기차와 관련만 있다면, 소비자와 자동차 제조업체는 물론 전기·배터리 공급업체에 이르기까지 중국에 있는 모든 사람이 자금과 지원을 받을 자격이 있었다.
이러한 상황때문에 BYD는 스마트폰 배터리 제조에서 전기차 생산으로 사업을 전환했다.
닝더에 본사를 두고 테슬라, 폭스바겐, 포드 등에 배터리를 공급하는 CATL은 2011년에 설립되었지만, 현재 전 세계 전기차에 사용되는 배터리의 3분의 1이 이 기업에서 생산된다.
중국이 배터리 생산의 주요 공급망을 장악할 수 있었던 것은 장기적인 계획에 정부 자금이 결합된 결과다.
중국은 대도시를 중심으로 세계 최대 규모의 공공 충전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이를 통해 대도시의 전기차 운전자들은 몇 분 거리 안에서 가까운 충전소를 쉽게 찾을 수 있다.

던은 "오늘날 전기차에 들어가는 배터리를 생산하려면 그 과정에서 반드시 중국을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를 "국가 자본주의"라고 부른다. 서구 국가들은 이러한 중국 정부의 역할을 불공정한 비즈니스 관행으로 평가한다.
하지만 중국 전기차 기업 경영진은 이는 국내외 모든 기업이 동일하게 이용할 수 있는 자원이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현재 중국에서는 치열한 경쟁과 혁신 문화에 힘입어 전기차 스타트업이 번창하고 있다고 말한다.
전기차 제조사 샤오펑 대표인 브라이언 구는 BBC에 "중국 정부는 정책 지원, 소비 장려, 인프라 제공 등 유럽과 미국에서 볼 수 있는 것과 동일한 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중국은 일관되게 가장 경쟁이 치열한 환경을 조성하는 방식으로 그 일을 해왔다고 생각한다"며 "특정한 누구를 편애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브라이언 구는 샤오펑을 업계를 선도하는 "중국 챔피언" 기업중 하나로 묘사했다.
샤오펑은 설립된 지 10년이 채 되지 않았고 아직 손익분기점을 넘지 못했다.
하지만 이 스타트업은 이미 세계 10대 전기차 생산업체로 꼽힌다.
광저우에 있는 이 회사의 본사에는 캐주얼한 차림의 직원들이 플랫 화이트를 마시며 일하고, 인터넷 스트리머들이 쇼룸에서 실시간으로 자동차를 판매한다.
이곳은 중국의 명문 대학을 졸업한 많은 젊은 인재들이 모여들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건꼭대기층에서 1층까지 이어진 밝은 색상의 실내 슬라이드는 이곳이 중국의 산업 중심지가 아니라 실리콘밸리 같다는 느낌을 준다.
브라이언 구는 회사의 편안한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소비자에게 더 좋은 차를 더 저렴한 가격에 제공해야 한다는 압박감은 "엄청나다"고 말했다.
BBC는 중국에서 약 2만 달러에 판매되는 샤오펑의 '모나 맥스' 시승 행사에 초대를 받았다.
중국에서는 이 정도 가격으로 자율주행, 음성 인식, 평평한 침대로 만들 수 있는 내부 공간, 영화 및 음악 스트리밍 등의 기능을 이용할 수 있다.
취재 도중 만난, 대학을 졸업한지 얼마 안되는 젊은이들은 이 모든 기능이 요즘 사람들의 첫차에는 기본이라고 여겨진다고 말했다.
자율주행차에 쓰이는 라이다 센서 기술을 개발하는 허사이의 공동 창립자이자 최고 경영자인 데이비드 리는 "새로운 세대의 전기차 제조업체들은 자동차를 다른 동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나에게는 전기차가 적합합니다'
CSIS의 연구에 따르면, 중국의 젊은 소비자들은 분명 최신 기술에 매력을 느낀다.
하지만 전기차를 경제적으로도 매력있게 만드는 데 막대한 정부 지출이 투입되고 있다.
중국에서는 타고 있던 내연기관차를 전기차로 바꾸면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전기차는 공공 충전소에서 충전 보조금이나 세금 면제 혜택도 받을 수 있다.
이러한 혜택때문에 루윈펑도 2년 전에 전기차를 구입했다.
그는 과거에는 차량을 400km 운행하는데 약 200위안(27.84달러)이 들었지만, 지금은 그 비용이 4분의 1로 줄었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는 교통 체증과 오염을 줄이기 위해 자동차에 대한 규제를 하고 있다.
그래서 규제 대상인 자동차를 운행할 수 있게 하는 번호판을 위해 수천 달러(때로는 자동차 자체 가격보다 더 많은 금액)를 지불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루윈펑은 이제 그러한 비용을 낼 필요가 없는 녹색 번호판을 받았다.
그는 "부자들은 자원이 많기 때문에 휘발유 자동차를 운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저에게는 전기차가 적합합니다."
상하이에 거주하며 전기차 소유에 자부심을 가진 데이지라는 이름의 한 여성은 전기차를 충전하는 대신 전기차 제조업체 니오가 제공하는 배터리 교환 서비스를 이용한다고 말했다.
도시에 있는 배터리 자동 교환 스테이션에서 차량의 배터리를 갈아끼우는 서비스를 말한다.
배터리 교환 장치는 방전된 차량 배터리를 완전히 충전된 배터리로 3분 내에 교체한다.
연료 탱크에 휘발유를 가득 채우는 것보다도 빠른, 최첨단 기술이다.
앞으로의 여정
자국 자동차 산업을 보호하려는 국가들은 중국 전기차 성장의 핵심인 정부 보조금을 불공정하다고 말한다.
이 때문에 미국과 캐나다, EU는 모두 중국산 전기차에 상당한 수입세를 부과한다.
하지만 영국은 이러한 흐름에 동참할 계획이 없다고 말한다.
3월부터 영국 소비자들에게 'G6' 모델을 공급하기 시작한 샤오펑과 이번 달 영국에서 최저 2만 6100달러에 판매되는 '돌핀 서프' 모델을 출시한 BYD 같은 기업들에게 영국이 매력적인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UN은 전기차로 전환하는 것이 기후 재앙을 막기 위해 "중추적"인 전환이라고 말한다.
이를 열렬히 지지하는 서방 정부들에게는 영국의 소식이 기분 좋게 들릴 것이다.

영국을 비롯한 몇몇 서방 국가들은 2030년이 되면 휘발유와 디젤 자동차 판매를 금지할 계획을 밝힌 바 있다. 현재 이러한 계획을 실현하기에 중국보다 더 적합한 국가는 없을 것이다.
던은 "중국은 전 세계에 공급되는 거의 모든 차를 중국이 생산하는 미래를 그리고 있다"며 "그들은 '우리보다 더 잘할 수 있는 이들이 있을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디트로이트, 나고야, 독일, 영국 등 다른 국가에 있는 많은 경쟁사 경영진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있습니다. 지금은 새로운 시대이며, 중국인들은 자신의 미래에 대해 매우 큰 자신감을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환경과 관련된 이점에도 불구하고, 중국 기술에 의존하는 것이 가져올 수 있는 결과를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MI6 국장을 역임했던 리처드 디어러브 경은 최근 중국 전기차에 대해 "베이징이 제어할 수 있는 바퀴 달린 컴퓨터"라고 표현했다.
스텔라 리 BYD 수석 부사장은 최근 BBC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의 전기차가 언젠가 영국 도시를 움직이지 못하게 할 수 있다'는 리처드 경의 주장을 일축했다.
"게임에서 진 사람이야 어떤 말이든 할 수 있겠죠. 하지만 그래서요?"
"BYD는 비용을 들여 매우 높은 수준의 데이터 보안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모든 데이터는 현지 통신사를 이용하고요. 실제로 경쟁사보다 데이터 보안이 10배는 더 뛰어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리처드 경의 우려는 중국 기술을 둘러싼 이전의 안보 관련 논쟁을 떠올리게 한다.
여러 서방 국가에서 장비 사용이 금지된 통신 인프라 제조업체 화웨이와 영국 정부 기기에서 사용이 금지된 소셜미디어 앱 틱톡은 이러한 안보 논쟁을 배경으로 일어난 사례다.
하지만 광저우에서 만난 쑨징궈가 전하는 메시지는 간단했다.
그는 웃으며 "세계는 이 기술을 세계에 가져다준 것에 대해 중국에 감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저도 그런 마음입니다."
추가보도: 국제 비즈니스 전문 기자 테오 레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