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 오염: '침묵의 살인자'는 어떻게 우리 건강을 해치나
침묵의 살인자가 우리 거리 곳곳을 헤집고 다니고 있다. 붙잡을 수도, 도망쳐 숨을 곳도 없다.
그 주인공은 매년 400만 명을 사망에 이르게 하고, 전 세계 인구의 99%에게 영향을 끼치는 대기오염이다. 대기오염은 공중 보건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
대기 오염 물질은 엄청난 거리를 이동해 오염원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지역에서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개인적인 노력에는 한계가 있어, 대기 오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정부와 대기업 차원의 행동이 필요하다.
지난 2020년, UN 총회에서는 매년 9월 7일을 '푸른 하늘을 위한 국제 맑은 공기의 날'로 지정하며 대기 오염 해결하고자 앞장서고 있다.
그렇다면 얼마나 심각한 문제이며, 전문가들이 제시한 방법은 무엇인지 살펴봤다.
얼마나 심각한 문제인가?
유엔환경계획(UNEP)은 대기 오염을 “전 세계적으로 공중 보건을 노리는 가장 큰 환경 위협”이라고 묘사한다. 대기 오염으로 인해 매년 전 세계 700만 명이 조기에 사망한다고 추산한다.
그리고 피해는 이뿐만이 아니다.
세계은행(WB)은 2019년 대기오염 노출로 인한 전 세계 건강 피해 비용이 무려 8조1000억달러(약 1경800조원)에 달한다고 계산했는데, 이는 전 세계 GDP의 6.1%에 해당한다.
UNEP는 “대기 오염은 전 세계의 문제이지만, 특히 개발도상국의 국민들 및 여성과 어린이, 노인 등 사회 취약계층에 더욱더 큰 영향을 미친다”고 말한다.
각국 정부가 직면한 도전과제는?
UNEP가 소집한 '기후 및 청정 대기 연합(CCAC)'의 마르티나 오토 사무총괄은 “대기 오염은 자연적 요인과 인위적 요인 등 그 원인이 다양해 관리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필수적인 대기질 모니터링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국가가 많습니다. 이를 구축하고 유지하는 데는 큰 비용이 들죠.”
오토 사무총괄은 깨끗한 공기가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는 자산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선 큰 변화가 선행돼야 한다고 말한다.
“아울러 규제한다고 해도 그 효과는 다양할 수 있습니다. 관련해 제대로 법이 마련돼 있지 않거나, 법이 있어도 제대로 집행되지 않는 곳도 있습니다.”
“정치적 의지 및 자금 지원 문제도 넘어야 할 큰 산입니다.”
대기 오염의 원인은?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대기 오염은 공중에 떠다니는 미세한 고체 입자, 액체 상태의 입자, 기체 등 복잡한 요인이 섞여 대기 오염이 발생한다.
이를 측정하는 단위가 ‘입자상 물질(PM)’로, 지름 2.5 마이크로미터(㎛) 이하의 입자(PM2.5)가 우리 건강을 가장 위협한다. 입자 크기가 워낙 작기에 혈관을 타고 들어가 심장, 뇌, 여러 장기에 축적될 수 있다.
사람의 평균 머리카락은 약 70㎛으로, PM2.5는 머리카락의 1/30 크기인 셈으로, 그 종류는 그을음부터 토양 먼지, 황산염까지 다양하다.
차량 사용, 난방 등으로 인한 위험
화석 연료를 통한 발전, (타이어 및 브레이크의 마모를 포함한) 차량의 사용, (주로 요리, 난방으로 인한) 가정에서 이뤄지는 오염 활동 등이 이러한 미세 입자의 주된 원인이다.
사막에 가까운 지역일 경우 바람에 날리는 먼지도 대기 오염의 주요 원인이 되곤 한다.
아프리카, 서아시아, 유럽에서는 바람에 날리는 먼지가 가장 큰 원인이며, 북미에서는 차량 사용, 라틴아메리카와 카리브해에서는 산업 활동, 아시아 태평양에서는 가정 오염이 대기 오염의 주요 원인으로 손꼽힌다.
신체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나?
우리 몸에 미세먼지가 침투하면 장기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게 방해할 수 있다.
2019년 데이터에 따르면 대기 오염은 6가지 흔한 질병으로 인한 사망에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UN은 뇌졸중으로 인한 사망의 17%가 실외 미세 입자 대기 오염으로 인한 것으로 추정한다.
PM2.5의 미세먼지에 얼마나 오래 노출됐는지도 질병 진행에 영향을 미친다. 단기적으로 노출됐다면 기존에 앓던 질병이 악화할 수 있으며, 장기적으로 노출됐다면 질병을 일으키거나 혹은 진행 속도를 촉진할 수 있다.
진전이 있었나?
CCAC의 오토 사무총괄에 따르면 유럽, 미국, 캐나다, 일본에서는 현재 오염물질 배출량을 제한하기 위한 효과적인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그러면서 영국 런던의 ‘초저공해 구역(ULEZ)’을 예로 들었다. 런던시가 중심부를ULEZ를 지정한 이후 유해한 오염 물질이 50% 감소했다. 장기적으로 런던의 미립자 대기 오염은 1900년 이후 97% 감소했다.
미국의 멕시코시티와 중국의 베이징 또한 정부가 나선 덕에 대기 오염이 크게 줄어든 도시다.
오토 사무총괄은 “지역적으로 (대기 오염이) 개선된 사례를 살펴보면 종종 사회경제적 발전 및 적극적인 국가 차원의 정책과도 관련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남아시아, 동남아시아 및 (중국을 포함한) 동아시아, 오세아니아, 중앙 및 동유럽, 중앙아시아 등에서는 지난 20년 동안 미세먼지 노출이 모두 감소했습니다.”
2020년, 핀란드는 PM2.5 농도를 인구 가중평균하여 합산한 값이 5 ㎍/㎡보다 낮은 유일한 국가로 주목받았다.
“이는 (대기 오염) 문제가 완전히 해결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구체적인 노력이 상당히 유의미한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라는 게 오토 사무총괄의 설명이다.
반면 중저소득 국가에서는 고소득 국가에 비해 PM2.5 노출 수준이 꾸준히 높았으며, 이러한 격차는 지난 10년 동안 비교적 일정하게 이어지고 있다.
오토 사무총괄은 “전 세계에서 PM2.5 노출이 가장 심한 10개국 중 8개국이 아프리카에 있으며, 나머지 2개국은 중동에 자리한다”고 설명했다.
“아프리카와 중동은 탄탄한 대기질 관리 시스템이 미흡하고, 규제도 부족하며, 관련 자금 지원도 부족해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오토 사무총괄은 “높은 화석 연료 의존성, 가정에서의 전통적인 바이오매스 사용, 노후화된 차량과 대중교통 인프라 부족, 폐기물 관리 시스템이 미비해 폐기물을 노출된 상태로 소각하는 행위” 등으로 인해 대기 오염 문제가 더욱 악화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