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LA 시위 군 투입은 '그가 열망하던 정치적 싸움'인가?

지난해 선거 기간,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 후보는 미국 내 거리에서 좌파의 무법 행위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며, 이에 맞서 대통령의 모든 권한을 동원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그리고 지난 7일(현지시간) 밤, 이민세관단속국(ICE)의 단속에 반대하며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에서 벌어진 시위는 그가 이 약속을 실제로 이행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비록 로스앤젤레스 경찰국(LAPD)이 해당 시위는 전반적으로 평화롭게 진행되었으며, 일부 폭력 사태에 대해서도 지역 당국이 자체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지만 말이다.
트럼프 행정부 관계자들은 ICE 요원들이 표적이 되었고, 일부는 부상당하기도 했으며, 현지 당국의 대응이 지나치게 느렸다고 주장했다.
크리스티 놈 국토안보부 장관은 8일 오전 미 CBS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LAPD가 오기를 몇 시간씩 기다려야 하거나, 위험한 상황에 처한 경찰관이 있어야만 지원이 가능하다는 말은 폭력 시위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전혀 맞지 않는 대응"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LAPD는 "안전이 보장되는 내에서 가능한 한 신속히 대응했다"고 밝히며, 신고 접수 후 55분 이내에 군중 해산이 시작되었다고 주장했다.
개빈 뉴섬 현 캘리포니아 주지사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은 캘리포니아 주방위군 2000명을 소집해 연방 소속화했으며,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은 해병대 또한 "고도의 경계 태세"에 들어갔다고 밝히며 투입 가능성에 대해 경고했다. 그랬다면 미 본토에서 현역군을 투입하는 매우 이례적인 상황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8일 오전, 트럼프 대통령은 승리를 선언하는 한편 주방위군이 평화를 회복했다며 감사 인사를 표했다. 그러나 당시 주방위군은 아직 완전히 집결하지도 않은 상태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신속한 반응을 통해 이번 상황이 현 행정부가 준비해온, 심지어 원해왔던 싸움임을 짐작할 수 있다.
백악관은 법과 질서, 강경한 이민 단속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유리한 사회 이슈라고 본다.
이러한 이슈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이 움직이면 핵심 지지층은 열광할 것이고, 공공 치안에 대해 우려하는 정치적 중립층의 마음이 움직일 수도 있다.
놈 장관은 이번 인터뷰에서 2020년 미네소타에서는 '블랙 라이브스 매터(흑인의 생명도 소중하다)' 시위가 통제 불가능하게 확산했다고 지적하며, 새 트럼프 행정부의 대처는 다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리는 2020년 같은 상황이 다시 일어나도록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한편 민주당에서는 군사 장비와 마스크를 착용한 이민 단속 요원들이 식당이나 상점에서 민간인을 체포하는 현 행정부의 방식이 선동을 일으키고 있다고 비판하며, 시위에 전문 군인을 배치하는 대통령의 열망은 부적절했다고 비난하고 나섰다.
민주당 소속 코리 부커 상원의원(뉴저지)은 "(지역 당국이 병력 배치를) 요청하지 않은 상황에서 대통령이 수 세기간 이어진 전통을 깨고 이처럼 행동하는 것은 상황을 악화시키고 더 나쁜 결과를 초래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 평화로운 시위들이 일어나는 주된 이유는, 미국 대통령이 자신들의 이민 심사 재판에 출석하며 법을 따르려는 사람들을 체포함으로써 혼란과 갈등을 조장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에서는 일반적으로 여름에 시위가 자주 발생하며, 지금은 아직 6월 초에 불과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2번째 임기를 시작한 지 5개월째인 지금, 이번 캘리포니아 시위는 단발성 사건일 수도 있다. 혹은 앞으로 벌어질 더 큰 사회적 불안의 시작일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