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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러시아 파병 대가로 얻을 수 있는 군사기술은?

2일 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
Reuters

올해 미국을 중심으로 우크라이나 전쟁 휴전 및 종전 협상이 진행되면서, 전쟁 동안 러시아에 군부대를 파병한 것으로 파악되는 북한이 대가로 무엇을 얻게 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금전적 보상이나 식량, 에너지 등 필수 자원을 지원하는 것에서 나아가 북한과 러시아 간 군사 협력이 더욱 긴밀해질 수 있다는 우려는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특히 올해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공언한 '국방발전 및 무기체계개발 5개년 계획(2021~2025)'이 마무리되는 해이기도 하다. 김 위원장은 초대형핵탄두와 극초음속미사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군사정찰위성 등 다양한 무기체계를 개발 및 운용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북한이 핵무기 고도화를 위해 필수적이지만 국제 제재로 인해 기술적으로 답보 상태에 있는 탄도미사일, 정찰위성, 핵추진잠수함을 비롯해 현대전인 우크라이나전을 통해 효과가 확인된 첨단 무인기 관련 분야에서 러시아로부터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찰위성

우주 분야 협력의 경우 비군사적 목적을 내세울 수 있는 만큼 공개적이고 활발하게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이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023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북한과 정상회담을 갖기 전 아무르주 보스토니치 우주기지에서 만나 사실상 우주 분야 협력을 공식화한 바 있다.

북한은 2023년 11월 3차 시도 끝에 첫 위성 '만리경-1호'를 발사체 '천리마-1호'에 실어 우주로 쏘아 올렸다. 하지만 만리경 1호가 우주에서 정찰 임무를 제대로 수행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다소 엇갈린다.

또 이후 4차 시도가 또다시 실패로 돌아가면서 발사 기술도 불안정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 측은 지난해 5월 위성 '만리경-1-1호'를 쏘아 올렸으나 공중에서 폭발해 실패했다고 발표했다.

러시아 군사학교 출신으로 국방부 산하 한국국방연구원에서 한반도 안보 분야를 연구하는 두진호 연구위원은 BBC 코리아와의 인터뷰에서 "우주 협력 분야에서는 군사 정찰 위성과 유인 우주 탐사가 속도감 있게 진행될 수 있을 것"이라며 러시아 우주기지에서 러시아산 우주발사체에 북한의 위성을 실어 쏘아 올려 주거나, 심지어 발사체 개발까지 도와줄 수 있다고 예상했다.

국방부는 지난 27일 북한이 지난해 5월 소위 '군사정찰위성' 발사 실패 이후 "러시아 지원 하에 기술적 보완을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라며 발사가 임박했다는 징후는 없지만 "발사체의 안정성 등 기술적 완성을 추구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위성의 정찰 능력이 고도화할 경우 군사 정보 수집은 물론 핵·미사일 타격 능력도 더욱 정확해진다. 또 우주발사체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사용되는 기술이 유사하다는 점에서도 우려가 제기된다.

무인기

우크라이나전에서 무인기(드론)가 활발하게 사용되면서 무인기 고도화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2023년 9월 김 위원장은 블라디보스토크를 방문했을 때 러시아 측으로부터 자폭용 무인기와 정찰용 무인기 6대를 선물로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듬해 북한이 공개한 자폭용 무인기의 외형이 러시아산 '란쳇'과 비슷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북한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은 지난달 27일 김 위원장이 '무인항공기술연합체'와 '탐지전자전연구집단'을 현지 지도한 소식을 전하면서 미국산 '글로벌호크'와 외형이 비슷한 무인정찰기와 자폭무인기가 전차 등을 타격하는 모습도 함께 공개했다.

통신은 "시험에서는 각이한 전략 대상들과 지상과 해상에서 적군의 활동을 추적 감시할 수 있는 탐지 능력을 갖춘 신형무인전략정찰기의 혁신적인 성능이 확증됐다"며 "다양한 전술 공격 임무수행에 이용할 수 있는 자폭 무인기들의 타격 능력이 남김없이 과시됐다"고 보도했다.

무인기 전문가인 서강일 한남대 국방유·무인융합학과 교수는 "FC(비행컨트롤러), 또는 GPS(위성항법장치) 및 EO·IR(전자광학·적외선) 같은 센서 분야의 경우 (북한이) 조악하게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러시아로부터 지원을 받으면 정밀도를 비롯해 성능을 충분히 고도화할 수 있다"라고 BBC 코리아에 설명했다.

또 서 교수는 정찰위성 고도화가 무인기 성능 개선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봤다. 앞서 그는 논문을 통해 "북한이 자체 기술로 정찰위성을 확보하거나 중국과 러시아 통신위성을 임대할 경우 (드론) 장거리 운용이 가능하다"라며 "다수의 전략 드론과 소형 드론을 복합 운용하면 북한은 평시 대남 감시 정찰 능력은 물론, 한·미 연합군의 군사 활동에 대한 조기경보 역량까지 크게 향상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잠수함

북한은 지난달 8일 노동신문을 통해 새로운 잠수함을 건조하는 현장을 공개하기도 했다.

북한의 주장대로 원자력을 추진 동력으로 하는 잠수함인지는 분명치 않다. 다만 전문가들이 사진을 통해 가늠한 잠수함 압력선체 지름은 약 12m로, 예상치 못하게 큰 규모라는 평가가 나왔다. 북한이 보유한 기술로는 제작이 어려운 수준이라는 것이다.

군사 전문가인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름이 12m라면 잠수함 길이는 한 100m가 나와야 한다"라며 "그 말은 즉 잠수함이 7000~8000톤급일 수 있다는 것. 그 정도 잠수함이라면 재래식으로는 어림도 없고 무조건 핵 추진 방식으로 가야 한다"라고 했다.

이어 "일단 잠수함 선체를 저렇게 만들고 있다는 건 (잠수함) 추진 체계를 무엇으로 할지 대략 정해놨으니까 전체 형상이 나온 것이고, 전체 형상이 나왔으니까 건조하는 것"이라며 "(북한이) 추진 체계를 개발했다는 증거나 흔적이 아무것도 없는데, 그렇다면 추진 체계를 (어딘가에서) 받았다는 얘기"라고 주장했다.

탄도미사일 탑재가 가능한 원자력 추진 잠수함은 바다 깊이 숨어있다가 본토가 공격당했을 때 보복 공격(second strike)을 할 수 있다.

두진호 연구위원은 "원자력 추진 잠수함 건조 기술과 여기에 소형 원자로를 탑재할 수 있는 부분도 러시아가 중장기적으로 관여할 수 있고 이는 북한이 엄청나게 원하는 바"라고 분석했다.

현대전 경험

전문가들은 현대전 경험을 토대로 북한군 전반의 체질이 크게 개선될 수 있다고도 봤다.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2월 25일 김 위원장이 러시아 전통 털모자를 쓰고 강건명칭종합군관학교를 방문해 당이 추구하는 "현대성과 선진성"이 부족함을 지적하며 "현대전장들에서 이루어지는 실전경험들을 우리식으로 소화습득"하고 "급속도로 선진화되고 있는 무기와 전투기술기재들에 정통하고 현대전에 상응한 지휘능력을 갖춘" 인재를 양성할 것을 강조했다.

국제전략연구소(IISS)의 '2025 밀리터리 밸런스' 보고서에 따른 북한의 군사지휘기구도
BBC
국제전략연구소(IISS)의 '2025 밀리터리 밸런스' 보고서에 따른 북한의 군사지휘기구도

서강일 교수는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이) 피를 흘리면서 얻은 교훈은 그 어느 교훈보다도 엄청날 것"이라며 "전투 기술뿐만 아니라 드론에 대응하고 또 드론을 활용하는 부분 등 종합적으로 교리화시킬 수 있는 부분들이 있을텐데, 이러한 교리화와 맞물려 무기 체계와 (군사) 조직 개편이 같이 맞물려 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두진호 연구위원은 우크라이나 전쟁 참여를 기점으로 북한군의 "체질이 바뀔 것"이라고 봤다. 그는 "우크라이나발 여러 인터뷰를 보면 북한군이 점점 진화하고 있다는 얘기를 한다"라고 했다.

두 위원은 "저돌적이고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빠른 속도로 뭔가를 체득해 나가고 있기 때문에 이런 교훈들이 특수작전군 내부적으로 공유가 될 것"이라며 "그래서 새로운 전장 안에서, 특히 무인 체계에 대해서 어떻게 활용을 하고 대응을 할 건지에 대한 부분과 어떻게 생존하고 전투 효율성을 극대화할 건지에 대한 부분들이 굉장히 빠른 속도로 체득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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