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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우주 생명체의 존재가 인간에게 주는 의미

11시간 전
은하수 아래 서 있는 사람
BBC

과학적 발견 중에는 지식의 폭을 넓혀줄 뿐만 아니라, 우리 정신에도 영향을 주는 것이 있다. 우리는 이러한 발견을 통해 우주의 크기와 그 속의 우리 위치를 깨닫게 된다.

우주로 나간 탐사선이 처음 지구의 모습을 담은 사진을 보내왔던 그 순간도 그 중 하나일 것이다. 다른 세계에서 생명의 흔적을 발견하는 것 역시 마찬가지일 텐데, 이 순간이 이제 조금 더 가까워진 듯하다. 지구 해양에 사는 생물이 만든다고 알려진 기체의 흔적이 'K2-18b'라는 행성에서 포착됐기 때문이다.

이번 발견을 주도한 과학자들은 외계 생명체를 발견할 가능성, 즉 인간이 우주 유일 생명체가 아님을 입증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주장한다.

케임브리지 대학 산하 천문학 연구소의 닉쿠 마두수단 교수는 "이는 인간의 근본적 질문 중에서도 가장 큰 질문인데, 어쩌면 이제 그 답에 근접한 것일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질문은 또 다른 질문으로 이어진다. 만약 실제로 다른 세계에서 생명을 발견하면, 그 사실은 인간에게 어떤 영향을 주게 될 것인가?

비행접시와 공상 과학 소설 속 외계인

오래전부터 인류의 조상들은 하늘에 있을지도 모르는 존재를 이야기해 왔다. 20세기 초 천문학자들 역시 화성 표면에서 직선 형태의 물체를 포착했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이러한 생각은 지구와 가까운 행성에 고등 문명이 있을 수도 있다는 추측으로 이어졌고, 여기에서 비행접시나 초록색 피부를 가진 외계인 등이 나오는 공상 과학 소설 문화가 탄생했다.

그런데 당시는 서방 정부들이 공산주의 확산을 경계하던 시기였다. 그래서 우주에서 온 방문자는 주로 희망보다는, 위험을 몰고 오는 위협적인 존재로 묘사되곤 했다.

그로부터 수십 년이 흐른 최근, 외계 생명체와 관련해 "가장 강력하다"고 할 만한 자료가 발견됐다. 이 자료는 화성이나 금성이 아닌, 지구에서 수천조 마일 떨어진 먼 항성(스스로 빛과 열을 내는 천체, 별이라고도 한다)을 도는 행성에서 포착됐다.

유럽 남방천문대(ESO) 망원경에서 발사된 레이저 빔이 하늘을 향해 뻗어 나간다.
Reuters
미 항공우주국(NASA)은 우리 은하에 최소 1천억 개의 행성이 있을 것으로 추정한다

외계 생명체를 탐사할 때 만나는 난점 중 하나는 어디를 살펴야 할지 파악하는 것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나사는 화성을 탐사의 초점으로 삼았다. 하지만 1992년에 태양계 외부 항성의 주위를 도는 행성이 최초로 발견됐다. 그리고 이로 인해 탐사의 흐름이 바뀌었다.

오래 전부터 천문학자들은 지구에서 멀리 떨어진 항성 주위에도 행성이 있을 것으로 예상했었다. 물론 당시에는 증거가 없었지만, 지금은 이미 약 6000개에 달하는 태양계 외부 행성이 발견됐다.

이런 행성 중에는 목성이나 토성처럼 가스로 된 것들이 있다. 또 너무 뜨겁거나 차가워서, 생명에게 필수적이라고 알려진 액체 상태의 물이 존재할 수 없는 행성도 많다.

하지만 학계에서는 많은 행성이 "골디락스 존"에 있다고 추정한다. 골디락스 존이란 생명체가 존재하기에 "딱 좋은" 상태를 말하는데, 마두수단 교수는 은하계에 이런 행성이 수천 개 가량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야심찬 기술

'태양계 외부의 행성'이 발견되자, 과학자들은 이 행성의 대기 성분을 분석할 장비 개발에 착수했다. 이런 기술을 만든다는 것은 놀라울 만큼 대담한 포부였다.

왜냐하면 이 기술은 행성의 대기를 통과한 항성 빛의 미세한 흔적을 포착해, 지구에서는 생명체에 의해서만 생성되는 분자로 알려진 '생명지문'을 찾아내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과학자들은 이러한 장비를 지상 망원경과 우주 망원경에 장착하는 데까지 성공했다.

이번에 K2-18b 행성에서 기체를 탐지한 망원경은 2021년에 우주로 발사된 '나사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이하 JWST)'이다. 지금까지 만들어진 것중 가장 강력하다는 이 망원경의 발견으로 학계에서는 우주 생명체 탐사가 조금 더 가까워졌다며 흥분하고 있다.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
NASA
나사의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이 K2-18b 행성에서 가스를 탐지해냈다는 기록이 나왔다

그런데 JWST는 한계가 있다. 지구처럼 작은 행성이나 항성과 너무 가까운 행성은 강한 빛 때문에 제대로 관측하지 못한다. 때문에 나사는 2030년대 발사를 목표로 '거주 가능한 세계 천문대'(Habitable Worlds Observatory, 이하 HWO)를 개발중이다. 이 장비는 고성능 차단막으로 행성 궤도에 떨어지는 항성의 빛을 최소화해서, 지구와 비슷한 크기 행성의 대기도 분석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 남 천문대(European Southern Observatory, ESO)의 초대형 망원경(Extremely Large Telescope, ELT)도 이르면 2020년대 후반부터 칠레 사막의 맑은 하늘 아래에서 가동을 시작할 예정이다.

ELT는 지름 39m에 달하는 거대한 거울을 통해, 과거에 만들어진 장비들보다 세밀하고 정밀하게 행성의 대기를 관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발견이 많아질수록 늘어나는 질문

마두수단 교수는 향후 2년 안에 K2-18b에서 생명지문을 입증할 자료를 확보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그런데 이를 달성하더라도, 이것이 바로 "외계 생명체 발견"으로 확정되지는 않을 것이다.

오히려 이 생명지문이 생명체의 활동이 아닌 다른 과정에서 나왔을 가능성을 놓고 학계에서 치열한 논쟁이 펼쳐질 수 있다.

NASA 허블 우주 망원경으로 본 화성
Reuters
비교적 최근까지 나사의 우주 생명체 탐색 초점은 화성이었다

하지만 에든버러 대학 천문학자이자 스코틀랜드 왕립 천문학자인 캐서린 헤이먼스 교수는 대기에서 더 많은 자료가 수집되고 화학자들이 생명지문에 대한 대안적인 설명을 찾는 데 실패하게 되면 과학적 합의는 다른 세계에 생명체가 존재할 확률로 천천히 옮겨갈 것이라 전망했다.

"천문학자들이 관측 장비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면 대기의 화학 성분을 보다 선명하게 파악하게 될 것입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확실히 생명체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 수는 없겠죠. 하지만 데이터가 쌓이고 이 행성뿐만 아니라 여러 다른 시스템에서 이러한 흔적을 발견하게 된다면, 더 큰 확신을 갖게 될 것입니다."

과거 인터넷은 작은 혁신적 기술들이 축적되며 시작됐다. 하지만 초기에는 인터넷이 그렇게 큰 의미를 가진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이와 비슷하게 어쩌면 인류 역사상 가장 거대한 과학적, 문화적, 사회적 변화가 이미 일어났지만, 그 결정적인 순간(우주 어딘가에 생명이 있다는 쪽으로 균형이 기울어진 순간)을 사람들이 충분히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노란-주황색 모래와 유사한 표면 위에서 작동하는 엑소마스가 만든 탐사로봇 프로토타입
Getty Images
'엑소마스'가 만든 탐사로봇 프로토타입

우주에서 또 다른 생명체를 찾아내는 보다 확실한 방법은 실험실을 탑재한 로봇 우주선으로 생명체를 직접 찾아내는 것이다. 우주에서 찾아낸 어떤 미생물이라도 분석을 할 수 있고 심지어 지구로 가져올 수도 있다면, 그것은 명백한 증거가 된다. 또한 이후에 나올 수 있는 과학적 반론을 상당히 제한할 것이다.

최근 몇 년새 우주 탐사선들이 보내온 자료가 쌓이며, 태양계 내 생명(또는 과거 존재했던 생명)의 존재 가능성과 관련된 학계 자료도 늘어났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생명의 흔적을 찾기 위한 여러 가지 임무도 계획되고 있다.

유럽우주국(European Space Agency, 이하 ESA)은 2028년 발사가 목표인 '엑소마소' 로버를 통해 화성 표면을 시추해 생명체의 흔적을 찾을 계획이다. 화성의 극한 환경을 고려할 때, 만약 이 프로젝트가 성공한다면 화석화된 과거 생명체의 흔적을 발견할 가능성이 높다.

2028년 발사가 목표인 중국의 '톈원-3'도 우주에서 샘플을 채취하여 2031년까지 지구로 가져올 계획이다. 나사와 ESA 역시, 목성의 얼음 위성들로 가는 우주선을 준비중이다. 이 우주선들은 목성의 위성 표면 아래에 거대한 바다가 존재할 가능성을 탐색할 예정이다.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이 발송을 위해 포장되고 있다
NASA/ Reuters
JWST는 지구처럼 작은 행성은 탐지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이 우주선들이 생명체를 찾기 위한 목적으로 설계된 것은 아니다.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의 미셸 도허티 교수에 따르면, 이 우주선의 임무는 향후 우주 생명체를 탐색하기 위한 기반을 다지는 것이다.

그는 "우주 생명체 탐사는 길고 오랜 시간이 걸리는 일"이라고 말했다. "다음 단계는 착륙선을 어떤 위성으로 보낼지, 어디에 착륙할지 등을 정하는 것입니다. 얼음이 너무 두꺼워서 시추할 수 없는 곳에 보내지는 않겠죠. 탐사는 천천히 진행되고 결과도 아주 느리게 나오겠지만, 그 여정은 정말 흥미로울 겁니다."

나사는 토성의 위성인 '타이탄'에 착륙하는 것을 목표로 2034년에도 우주선 '드래곤플라이'를 발사할 계획이다. 타이탄에는 탄소가 풍부한 화합물로 만들어진 호수와 구름이 존재한다고 알려져 있다. 이 탄소 화합물은 물과 함께 생명체에 필요한 필수 성분으로 간주된다. 그리고 이곳의 오렌지빛 안개는 "마멀레이드 빛깔의 하늘"을 만들어 비틀즈의 노래 '다이아몬드와 함께 하늘에 있는 루시'(Lucy in the Sky with Diamonds)를 연상시킨다.

목성이나 토성의 얼음 위성에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도허티 교수는 환하게 웃으며 "생명체가 없다면, 오히려 놀라운 일일 것"이라고 말했다.

"생명이 만들어지려면 세 가지가 필요합니다. 열원과 액체 상태의 물, 유기물(탄소 기반 화학물질)이죠. 이 세 가지 조건이 갖추어지면, 생명이 만들어질 확률이 정말 빠르게 올라갑니다."

인간의 '특별함'이 줄어든다

단순 구조 생명체의 존재가 입증된다고 해서, 그곳에 보다 복잡한 구조의 생명체가 존재한다는 보장은 없다.

마두수단 교수는, 만약 존재가 확인된다면 단순 구조 생명체는 은하계에 "꽤 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런데 단순 구조 생명체에서 복잡 구조 생명체로의 나아가는 것은 커다란 도약입니다. 학계에서도 이 과정을 아직 규명하지 못했습니다. 생물학적으로 그 과정은 어떻게 일어난 것일까요? 어떤 조건이 필요했을까요? 이에 대해 우리는 아직 아는 것이 없습니다. 게다가 복잡한 구조를 가진 생명체에서 지능을 가진 생명체로 가는 것은 또 다른 커다란 도약입니다."

칼리스토 분지는 목성의 위성인 칼리스토(Calistio)에 있는 거대한 충돌 분지를 뜻한다
NASA
일부 과학자들은 외계 생명체 발견이 가까워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왕립천문학회 부소장인 로버트 매시 박사도 지능을 가진 생명체의 발견 가능성은 단순 생명체 발견 가능성보다 더 낮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구에 생명이 나타난 것은 대단히 복잡한 과정이었습니다. 단세포에서 다세포 생명체가 나타나고, 그것이 다양한 형태로 진화하는 데 정말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가장 큰 질문은 지구에 그러한 진화를 가능하게 했던 조건이 있었는지 여부입니다. 다른 행성에서도 똑같은 조건, 크기, 바다와 육지가 있어야만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요, 아니면 이와 무관하게 이러한 과정이 일어나는 것일까요?"

매시 박사는 단순한 구조의 외계 생명체를 발견하는 것만으로도, 우주에서 인간이 차지하는 위치가 한층 낮아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거대한 맨션
NASA
이 분야를 연구하는 많은 학자들은 다른 세계에서 생명체를 발견하는 것은 '가능'이 아니라 '시기'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의 말대로, 수세기 전 인류는 우리가 우주의 중심에 있다고 믿었다. 그런데 천문학계의 발견이 있을 때마다, 우리는 우주의 중심에서 멀어졌다. 그는 "우주의 다른 곳에서 생명이 발견되면, 우리의 특별함이 더욱 축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도허티 교수는 태양계에서 그러한 발견이 나온다면, 그것은 과학적 정신적으로 커다란 의미를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단순 구조의 생명체라도 발견된다면, 수천만 년 전 우리가 어떻게 진화했는지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우주에서 어떤 존재인지 파악하는 데도 기여할 것입니다."

"태양계 어딘가 혹은 그 너머에 생명체가 있다는 것을 확인하면, 우리가 더 큰 무언가의 일부라는 사실을 통해 위안을 받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 예술가의 상상도는 TRAPPIST-1 행성 시스템이 어떻게 보일지 보여준다
NASA
외계 행성이 발견되자, 과학자들은 대기의 화학 성분을 분석하는 장비를 개발하기 시작했다

과학자들은 다른 행성의 생명체를 찾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며 놀라운 도구를 만들어냈다. 이제 이 분야를 연구하는 많은 학자들은 다른 세계에서 생명체를 발견하는 것은 가능성의 문제가 아니라 시기의 문제라고 믿는다. 마두수단 교수는 외계 생명체의 발견이 두려움을 가져다주기보다는 희망을 가져다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게 되면) 우리는 하늘을 올려다보며, 별과 행성 같은 물리적 존재만이 아니라 생명이 살아있는 하늘을 보게 될 것입니다. 그것의 사회적 파급 효과는 어마어마할 것입니다. 우주에서 우리 자신을 바라보는 방식에 엄청난 변화가 일어나게 되는 것이죠."

그는 "우리가 자신과 타인을 바라보는 정신세계가 근본적으로 달라질 것"이라며 "우리가 모두가 하나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면 언어적, 정치적, 지리적 장벽은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는 더 가까워지겠죠. 인류 진화의 또 다른 단계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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