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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위성은 어떻게 바다거북 보호의 길을 열었나

2024.10.20

바다거북은 생애 대부분을 거의 바다에서 보낸다. 바다거북이 어디에서 어디로 이동하는지는 지금까지 거의 알려진 바가 없었다. 이제 인공위성이 바다거북의 “알려지지 않은 생애”에서 이동 경로를 파악하는데 큰 도움을 주고 있다.

2024년 6월 초의 일이다. 파나마의 카리브해 연안 한 해변에서 도나 셸로라는 성체 암컷 바다거북이 햇볕을 쬐고 있었다. 80여 개의 알을 낳고 등에 위성 발신기를 단 이 거북은 얼마 후 미국 비영리 단체 ‘바다거북보호협회(STC)’가 주최하는 해양 마라톤 대회에 출전을 앞두고 있었다. ‘투르 드 터틀스’(Tour de Turtles)라는 이름의 이 대회에서 도나 셸로는 다른 암컷 바다거북 7마리와 ‘누가 가장 멀리 헤엄치는가’를 겨룰 예정이다.

STC 소속 생물학자인 다니엘 에반스는 “도나 셸로는 적어도 20살 정도는 된 듯한데, 어쩌면 80~90살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현재 살아있는 바다거북의 나이를 측정할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

에반스는 “요즘에는 거북이들의 이동 지역이 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거북이들이 이전에는 갈 수 없었거나 선호하지 않았던 새로운 지역을 탐험하며 활동 범위를 넓히고 있습니다.”

바닷가로 올라온 장수거북
Tom Doyle
장수거북의 수명은 100년 정도로, 생애 대부분을 혼자 바다를 여행하며 보낸다

바다거북 종 대부분은 온도에 민감하다. 때문에 바다거북이 이동할 수 있는 해역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에반스는 “이 (붉은바다거북) 성체가 그렇게 멀리 북쪽으로 올라갔다는 것은 해당 해역의 수온이 올라갔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건강한 바다에서 나오는 산소는 인간에게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학계에서는 전 세계 산소의 50%가 바다에서 나온다고 추정한다. 이러한 바다 생태계의 건강을 유지하는 데 있어 바다거북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푸른바다거북은 산호초를 먹어치워 건강한 영양 순환을 지켜주는 산호초 정원사 역할을 한다. 대모거북은 해면 개체수를 조절해, 산호가 자랄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준다. 장수거북 역시 해파리를 잡아먹어 개체 수를 조절한다.

바다거북은 해양의 영양분을 육지로 옮기고 둥지에 영양분을 남기는 ‘생태계의 운반자’ 역할도 한다. 또한 거북과 거북의 알은 다른 동물들의 중요한 먹이가 되기도 한다.

이런 바다거북이 사라지면, 해양 및 해변 생태계에 부정적인 결과가 일어날 수 있다.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은 현재 바다거북 6종을 취약, 멸종 위기 또는 심각한 멸종 위기에 처한 상태로 분류하고 있다.

생애 대부분을 물속에서 보내는 바다거북은 현재 생애 주기 및 서식지와 관련해 다양한 위험에 직면해 있다. 그런데도 인류가 바다거북에 대해 확보한 지식은 많이 부족하다. 지난 2021년에 발표된 한 연구에 따르면 기후가 바다거북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 연구 논문은 약 20%였으나, 바다거북의 해양 분포에 관한 연구는 5%도 채 되지 않았다.

연구원 마리아나 푸엔테스와 시모나 세리아니가 등에 위성 태그를 붙인 푸른바다거북을 들고 있다
Florida State University
연구원 마리아나 푸엔테스와 시모나 세리아니가 등에 위성 태그를 붙인 푸른바다거북을 들고 있다

플로리다 주립대 해양 보존 생물학자인 마리아나 푸엔테스는 바다거북의 물속 행동을 연구하고 있다. 이를 통해 바다거북을 위협하는 것을 파악하고, 이러한 과학적 증거를 해양 보호 구역(MPA) 지정에 활용하려 한다.

푸엔테스는 “(이 활동에서) 위성 측정은 큰 도움을 주는 도구 중 하나”라고 말했다.

과학자들은 인공위성으로 개별 바다거북을 추적해 먹이 활동 지역과 이동 통로, 번식지 등을 다소나마 이해할 수 있게 됐다. 그리고 이 정보는 해수면 온도, 어업 및 선박 활동, 바다에 존재하는 식물성 플랑크톤의 양을 나타내는 지표인 엽록소 농도와 같은 데이터와 결합해 바다거북 보호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푸엔테스는 “바다거북의 움직임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면, 연구팀에서 다른 데이터와 결합하여 스트레스 요인에 대한 노출 정보를 더 많이 찾아낼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2018년 프로젝트에서 푸엔테스와 연구자들은 바하마 비미니 주변 해역에서 해안 개발로 인해 서식지가 훼손돼 멸종 위기에 처한 어린 푸른바다거북의 주 이동 경로를 찾아냈다. 연구팀은 인근 지역을 1제곱킬로미터 격자 단위 칸으로 나누고, 바다거북의 밀도와 지역 이해관계자의 이용 현황 같은 정보를 입력했다. 이 자료를 통해 지역 사회에 미치는 영향, 비용 및 기타 사회경제적 요인도 고려하면서, 거북 및 거북의 먹이를 위해 보존 가치가 높은 지역의 우선순위를 정할 수 있었다.

이러한 정보가 가능했던 것은 위성을 활용한 전자 추적 장치 덕분이다. 대부분의 추적기는 컴퓨터로 프로그래밍된 마이크로프로세서로 제어한다. 부착된 장치가 파악한 정보는 극궤도 위성으로 전송되고, 위성은 이 자료를 다시 연구자들에게 보낸다. 푸엔테스는 “위성 추적기가 좋은 이유는 바다거북을 다시 찾아낼 필요 없이 컴퓨터 앞에서 위치를 확인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푸엔테스는 기후 변화가 바다거북의 서식지 및 먹이에 영향을 끼쳐서 바다거북의 분포에 변화가 생겼을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발표한 논문에서 그는 기후 변화를 바다거북이 직면하는 거의 모든 다른 스트레스 요인과 상호작용해 위협을 배가시키는 요인으로 설명했다.

호주 디킨대의 해양 생태학자인 그레이엄 헤이스는 지난 약 35년간 인공위성을 통해 거북이를 추적하며 기술의 진화를 목격해 왔다.

헤이스는 “지난 10년 동안 일어난 큰 변화 중 하나는 위성 추적 성능이 훨씬 더 좋아졌다는 점”이라며 “장치가 더 견고하고 신뢰할 수 있게 되었고, 태그를 부착하는 정말 좋은 방법도 나왔다”고 말했다. “이를 통해 바다거북 보호를 위해 잠재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데이터가 많이 증가했습니다.”

‘바다거북 컨서번시’의 연구원들이 부착한 위성 발신기를 달고 바다로 돌아가는 붉은바다거북
Evan Copper/Sea Turtle Conservancy
‘바다거북 컨서번시’의 연구원들이 부착한 위성 발신기를 달고 바다로 돌아가는 붉은바다거북

위성 데이터는 이미 바다거북 보호에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지난 2016년에 나온 한 연구는 종 회복 정책과 해양공원 구역 지정 강화, 거북이가 휴식하는 야간에 수직형 어망 또는 자망 사용을 제한하는 규정, 태평양에 통로를 만들고 보호하기 위한 4개국 간의 협약 등 전 세계에서 나온 위성 데이터 활용 사례 12가지를 소개했다.

최근에는 연구자들이 ‘호주 환경보호 및 생물다양성 보전법’에서 취약종으로 분류한 호주 지역의 한 바다거북에 대해 세계 최대 규모의 단일 종 위성 추적 데이터 세트를 수집했다. 이 연구 저자들은 상세한 바다거북 분포 지도를 작성하고 보호 조치가 여러 개체군에 동시에 혜택을 줄 수 있는 지역을 파악했다. 또한 연구 대상 바다거북이 살아 있는 시간의 99.5%를 호주 해역에서 보낸다는 점을 확인해, 국가 차원의 보호 조치를 통해 바다거북을 보호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었다.

하지만 도나 셸로와 같은 다른 바다거북 종들은 전 세계를 여행한다. 헤이즈에 따르면, 해파리를 쫓아 바다를 떠돌아다니는 장수거북이 기후 변화로 인해 더 먼 곳으로 이동하고 있기 때문에 많은 곳에서 이 바다거북의 개체수가 줄고 있다.

헤이스는 “매년 가장 많이 헤엄치는 해양 생물에게 올림픽 금메달을 준다면 아마 장수거북이 메달을 따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장수거북은 규제가 없는 국제 해역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기 때문에 보호하기가 더 어렵다. 전 세계 바다의 약 3%가 해양 보호 구역이지만, 이는 각국이 통제권을 가진 지역에서만 가능한 설정이다. 특정 국가가 관할권을 갖는 배타적 경제수역(EEZ)은 해안에서 200해리(약 370km)까지만이다.

해양 생물학자이자 비영리 단체 ‘코스타리카 바다거북 보호 및 과학 연합’의 공동 설립자인 크리스틴 피게너는 “가장 큰 문제는 바다 대부분이 사람의 땅이 아니라는 점”라고 말했다. “배타적 경제수역(EEZ) 외부는 황무지입니다.”

지구의 약 3분의 2에 달하는 바다에는 국가 경계 외부에 있어 “공해”라고도 불리는 지역이 있다. 다만 작년에 거의 20년 간의 협상 끝에 80여 개국이 한 국제 조약을 만들었다. 공해의 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요인을 해결하기 위한 법적 기반을 만든다는 조약이다. 피게너는 이러한 발전을 희망적으로 평가했다. 자신과 다른 사람들이 바다거북의 움직임과 행동에 대해 수집한 데이터를 활용하면 보호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뜻이다.

피게너는 최근 ‘바다거북과 함께한 나의 삶’이라는 책을 썼다. 바다에서 바다거북을 찾고 포획했던 자신의 작업과 경험 그리고 조심스럽게 발신기를 부착하는 일 등을 적은 책이다. 여기에는 피게너가 조력자들과 함께 코스타리카 태평양 연안의 한 배에서 바다거북이 숨을 쉬러 올라오기를 기다렸던 사례도 나온다. 마침내 올리브 바다거북 한 쌍이 나타났을 때, 피게너와 그의 조수는 즉시 바다로 물속에서 암컷과 씨름했다. 조심스레 거북을 배 쪽으로 데려가 두 조수는 45kg짜리 바다거북을 들어올렸다. 그리고 어둡고 축축한 천으로 눈을 가려 스트레스를 줄여주었다.

육지로 돌아온 피게너와 두 조교는 다리 부상으로 피를 흘리면서도 바다거북 등딱지 표면을 닦았다. 그런 다음 송신기를 부착하기 위해 끈적한 에폭시 수지를 준비했다. 이 접착제는 몇 분 정도면 마르는데, 마르면 떼어내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피게너는 이 과정에서 옷과 머리카락, 손톱이 자주 접착제에 달라붙는다며 심지어 어떤 동료는 실수로 바다거북에 달라붙은 적도 있다고 썼다. 연구팀은 그렇게 송신기를 부착하고 굳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발견한 곳 근처에 돌아가 바다거북을 다시 풀어주었다.

바다거북은 생애 대부분을 바다에서 보내지만, 인류가 아는 지식은 주로 거북이가 육지에서 보내는 시간에 대한 것들이다
Getty Images
바다거북은 생애 대부분을 바다에서 보내지만, 인류가 아는 지식은 주로 거북이가 육지에서 보내는 시간에 대한 것들이다

피게너는 책에서 수년간 거북이를 연구하며 인간의 활동과 극단적인 기후 변화, 플라스틱이 거북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고 했다. 그럼에도 그의 책은 우리가 아직도 모르는 것들이 많다고 말한다.

피게너는 “적어도 성체는 대부분 먹이 활동과 보금자리가 매우 분명하고 그 사이를 오가는 만큼, 그 이동에 대해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 바다거북이 코스타리카에서 캐나다로 어떻게 이동했을까요? 위성 송신기를 사용하지 않았다면 아무도 알 수 없었을 거예요. 위성 송신기는 그 지식의 공백을 메워주고 있습니다.”

다시 투르 드 터틀스로 돌아오면, 현재 선두는 5574km를 이동한 도나 셸로다. 최신 자료에 따르면 이 바다거북은 현재 미국 뉴저지 근처에서 먹이를 찾고 있다.

향후 몇 달 안에 도나 셸로는 대서양을 건너 아조레스 제도와 서유럽 해안으로 가거나, 그냥 북대서양에 머물 수도 있을 것이다. 이처럼 먼 거리를 이동하는 바다거북 보호는 여전히 쉽지 않은 일이다.

일부 바다거북 개체 수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헤이즈는 안심할 때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지금은 자만할 때가 아닙니다. 바다거북이 살아가는 곳에는 여전히 커다란 위협과 불확실성이 존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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