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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군을 파병했을까?

2024.10.11
훈련 중인 북한 군인
Reuters
군의 높은 전투 준비 태세 과시는 북한 선전의 일부다

북한군이 러시아군을 돕고자 우크라이나에 파병됐다는 보도가 늘어나고 있다.

지난주 ‘인테르팍스-우크라이나’지와 ‘키이우포스트’지는 우크라이나 정보 소식통을 인용해 지난 3일(현지시간) 러시아가 점령한 돈바스 지역에 우크라이나 미사일이 떨어지며 훈련 중이던 북한 군인 6명이 사망하고, 3명이 부상당했다고 보도했다.

해당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 군 장교들은 “경험을 나누고자” 그곳에 머무르고 있었다고 한다.

과연 이러한 주장에는 진실이 섞여 있을까.

지난해 우크라이나 정보 당국은 북한이 소규모 군 병력, 특히 공병부대를 우크라이나 내 러시아 점령지에 파병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당시 러시아는 이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그리고 올해 지난 8일, 한국의 김용현 국방부 장관은 북한이 우크라이나에 러시아를 돕고자 군대를 파병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러시아가 점령한 돈바스 지역에서 북한군이 사망했다는 보도에 대해 “사실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김 장관은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올해 6월 체결한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을 언급하며 러시아와 북한이 “거의 군사동맹에 버금가는 상호 협약을 맺고 있기 때문에 파병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보고 있다”고 답했다.

사실 과거에도 북한군이 러시아를 돕고자 우크라이나 전쟁에 개입했다는 보도가 나온 바 있다.

그러나 지난해 9월, 당시 보스토치니 우주센터에서 김 위원장을 만났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러한 보도에 대해 “완전히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그러던 올해 6월, 푸틴 대통령은 북한과 상호 방위 관련 조항이 포함된 조약에 서명하면서 북한 군인의 우크라이나 파병 가능성에 대한 질문을 받았는데, 이에 대해 “우리는 누구에게도 이에 대해 요청하지 않았으며, 그 누구도 우리에게 제안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북-러 협력 강화

푸틴 대통령과 김정은
Reuters
푸틴 대통령과 북한 지도자 김정은

러시아와 북한 모두 군사 협력을 강화하고 있음은 숨기지 않고 있다.

러시아 국영 언론에 따르면 지난해 7월 세르게이 쇼이구 당시 러시아 국방부 장관은 평양을 방문해 “군사적 관계를 강화”했으며, 그해 9월에는 김 위원장이 직접 러시아 극동 지역을 방문했다.

같은 달(9월), 윤석열 대통령은 UN 총회 기조연설에서 러시아 군사 기술을 대가로 북한이 러시아에 무기를 공급할 가능성을 언급했다.

지난해 10월 16일에는 영국 ‘왕립 합동 군사 연구소(RUSI)’가 북한이 러시아에 대량으로 탄약을 공급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RUSI는 보고서에서 탄약의 위치가 담긴 위성 사진을 공개했다.

이러한 주장에 대해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크렘린궁 대변인은 “영국뿐만 아니라 미국의 정보도 마찬가지이다. 저들은 이러한 내용에 대해 늘 보도하지만, 그 어떠한 증거도 제시하지 않는다”며 일축했다.

그러나 이미 지난해 말에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 부대가 사용하는 포탄과 지뢰 일부에서 북한제만의 기술적 특성이 포착된 바 있다(그러나 품질은 대부분 좋지 않았다).

훈련 중인 북한군
Reuters
북한은 예산 수입 대부분을 군을 위해 사용한다

그리고 올해 1월,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러시아가 북한으로부터 탄도미사일을 지원받았으며, 이미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사용했다고 언급했다.

푸틴 대통령이 북한을 방문한 직후인 올해 6월에는 러시아 언론에서 북한이 군 기술자와 건설 전문가를 우크라이나에 파병할 계획이라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한국의 방송사 ‘TV조선’과 ‘미국 전쟁 연구소(ISW)’가 인용한 한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군의 “10개 공병부대 중 3~4개가 러시아로 보내질 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이에 대한 대가로 북한은 러시아로부터 연간 최대 1억1500만달러(약 1550억원)을 받을 수 있다는 게 TV조선의 주장이다.

이러한 보도에 대해 페스코프 대변인은 “무슨 내용인지 모르겠다”는 반응이었다.

그리고 7월 초, 북한의 관영 매체 ‘조선중앙통신’은 북한 엘리트 군사 훈련 대표단이 러시아를 방문하고자 출국했다고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금철 김일성군사종합대학 총장이 대표단을 이끌고 있으며, 이는 푸틴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긴밀한 군사 협력을 약속하는 협정에 서명한 이후 이뤄진 양 측 간 첫 군사 교류라고 한다.

북한 대표단의 방문 목적을 명확히 해달라는 언론의 요청에 페스코프 대변인은 러시아 국방부에 문의하라고 답했다.

북한군에 대해 알려진 바는?

훈련에 참여한 북한군 탱크
Reuters
북한이 보유한 무기 중 상당수가 오래된 러시아제 혹은 중국제 장비이지만, 자체 기술로 개발한 것도 일부 있다

북한과 마찬가지로 북한 군대는 매우 폐쇄적인 구조이며, 그 구성에 대해서도 외부에 거의 알려진 바 없다. 아울러 북한 군의 전투 능력에 대한 여러 추정치도 논란의 여지가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병력 규모다. 북한에서는 여성을 포함해 모두가 병역의 의무를 져야 하며, 부대에 따라 3~10년간 의무적으로 복무하게 된다.

영국의 싱크탱크 ‘국제 전략 연구소(IISS)’에 따르면 2018년 기준 북한 군은 세계에서 4번째로 큰 규모로, 복무 인원은 약 120만 명에 달한다고 한다.

그러나 ‘러시아 전략 연구소’의 전문가 안드레이 구빈은 북한의 군사 잠재력에 관한 기사에서 “현재 북한 병력은 85만 명을 넘지 않을 것이며, 전투 부대의 군인은 65만 명으로 추산된다”면서 이 같은 추정치가 과장됐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구빈은 북한 군이 지닌 엄청난 동원 잠재력을 강조했다. “예비군이 최소 400만명이고, 전체적으로 동원할 수 있는 인력은 620만 명에 달한다”는 것이다.

또한 북한에는 준군사 조직도 여럿 존재한다.

“북한의 준군사 조직으로는 노농적위군(지역 예비군 성격) 약 150만 명, 붉은청년근위대(중고등학생) 70만 명, 사회안전성와 국가보위성 소속 병력 3만 명 등이 있습니다.”

국제 사회의 제재를 받고 있으며 경제적으로도 빠듯한 데다, 군사적으로 훈련되고 순종적인 대규모 인구 집단까지 보유한 북한이 몇 안 되는 동맹국 중 하나를 돕고자 일부 병력을 보낸다는 이야기에는 아무런 문제도 없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파병 사실을 숨기기란 불가능할 것

북한 군이 구소련 모델을 기반으로 하고 있으며, 구소련 군사 기술을 사용하는 건 사실이지만, 현 러시아 군과 달리 실제 전투 경험이 없다.

주력 부대인 동력 보병 부대 없이 북한 군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를 위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과연 훈련받은 대로 대규모 기계화 부대의 일원으로서 독립적으로 작전을 수행할 수 있을지는 불분명하다.

게다가 우크라이나에서는 이 같은 전술이 통하지 않는다. 러시아 군대는 이미 1번 이상 이 같은 전술을 사용해 통하지 않음을 느꼈고, 탱크를 대규모로 보내는 식의 공격을 점점 줄이고 있다.

그렇다면 북한군이 소규모 그룹으로 행동에 나설 수 있을까. 그렇게 하기 위해선 완전히 차원이 다른 협력 및 조율, 상호 작용이 필요하며 최소한 언어의 장벽도 없어야 한다.

두 경우 모두 인명 손실이 불가피한데, 이는 중요한 요소다.

북한군이 러시아의 군사 작전에 참여했다는 사실을 숨기기 불가능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크라이나가 다수의 북한군이 숨지거나, 사로잡힌 모습을 공개할 경우 지금껏 북한 당국이 선전해 온 북한군의 무적 이미지가 훼손될 수 있다.

구빈은 “평화의 시기에는 전투 정신과 스스로를 희생할 준비가 돼 있는지 등을 검증하기란 어렵다”면서 “지난 1950~1953년 한국전쟁에서 군인들이 보여준 영웅주의 사례는 충분한 증거가 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병력에 대한 통제권 상실, 즉 이들이 별도의 부대가 아닌 러시아 군 부대의 일부로 활동할 경우 북한 지도부는 이를 위험으로 인지할 수도 있다.

게다가 양측이 동맹을 맺긴 했지만, 러시아와 북한 지도부의 이념은 무척 다르다.

저렴한 인력

김정은을 맞이하는 북한 병사들
Reuters
북한군은 소련 모델을 기반으로 한다

물론 이렇듯 여러 요소가 있지만, 그렇다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북한군의 참전 가능성을 무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북한은 돈과 기술이 필요하고, 러시아는 군인과 탄약이 필요한 상태이며 양측 모두 군사 협력 발전에 관심이 있다.

수년 동안 북한군은 저렴한 인력으로 쓰였다. 수많은 부대가 소련의 건설 부대처럼 기능했다.

북한의 공병 및 건설 부대가 건설한 방어 구조물은 종종 군사 전문가들에게 높은 평가를 받는다. 그리고 이러한 부대는 러시아 군에 유용할 수 있다.

이들을 후방에 배치해 지하 창고, 요새, 도로 및 교량과 같은 군사 인프라를 건설할 수도 있다. 그리고 후방 부대를 북한 군으로 대체하면 러시아는 더 많은 인력을 전선에 내보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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