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로워 1500만의 96세 인플루언서' … 틱톡을 장악하고 있는 할머니들
SNS 팔로워들에게 '드로니악 할머니'로 알려진 릴리안 드로니악(96)은 지난 6월 온라인에서 큰 관심을 받았다. 요양원에서 파티를 열었다는 이유로 퇴거 위협을 받았다고 주장하면서다.
논란이 커지자, 해당 요양원 측은 위협한 사실이 있다고 인정했다. 대신 드로니악과 합의해 술은 마시지 않고 계속 파티를 열 수 있도록 허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무려 1500만 명의 팔로워를 보유한 드로니악은 자신의 개성을 사업으로 전환해수익을 올리고 있다. SNS 활동을 통해 매달 1만2000달러(약 1500만원)에 달하는 요양원 비용을 충당할 만큼의 수입을 벌어들인다.
미국 코네티컷에 사는 이 할머니는 온라인에서 뜻밖의 명성을 얻은 수많은 고령 여성 중 한 명으로, 이들을 따르는 팔로워 대부분 손주뻘인 청년층이다.
패션과 음식부터 데이트와 가사 관리에 이르기까지, 이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사람이 점점 늘어나고 있으며, 몇몇 고령 인플루언서들은 이를 통해 삶의 새로운 활력을 얻고 있다.
'나이 드는 것이 꼭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라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드로니악은 "나는 내게 유명해질 자질이 있다는 건 늘 알고 있었지만, 90대에 실현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지난 2020년부터 처음에는 심심풀이로 손자의 도움을 받아 영상을 찍어 올리기 시작했다고 한다.
드로니악은 나이가 들어도 삶이 멈추지 않는다는 사실을 청년들에게 직접 보여줄 주는 점이 자신의 매력 포인트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노인들이 그냥 앉아서 벽만 쳐다보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저는 나이 드는 것이 꼭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요. 나이 듦을 받아들이며 여전히 즐길 수 있습니다. 저는 지금도 가끔은 파티도 즐기고 외출도 해요."
현재도 손자가 식품 및 뷰티 브랜드 등과의 각종 협찬 콘텐츠를 편집하고 있다. 이 수익금으로 드로니악은 요양원 비용을 충당할 뿐만 아니라, 증손주들의 대학 학자금 마련에도 보태고 있다.
공공장소에서 팬들이 알아보는 일도 있지만, 요양원에서는 이러한 유명세를 받아들이는 시선이 다르다고 한다.
"그들은 틱톡을 하지 않기 때문에 (제가 왜 유명한지) 이해하지 못해요."
'아무 브랜드와 협업하지 않아요'
대서양 건너편에는 영국 웨일스 카디프 출신으로, 82세임에도 여전히 장난기 넘치고 명랑한 비브 트루란이 있다.
그는 남편이 먼저 세상을 떠난 이후부터 인스타그램에 게시물을 올리기 시작했다. 이웃이 트루란의 알록달록한 패션을 영상으로 한번 찍어보라고 제안했기 때문이다.
이제 그는 스튜디오로 개조한 침실에서 하루에 무려 영상 2편을 제작해 옷과 22개나 되는 안경, 서랍 2개를 가득 채운 스카프를 자랑한다.
"아침에 일어나서 아침 영상을 다 찍기 전까지는 절대 아래층으로 내려가지 않아요. 이 루틴만큼은 아주 철저하게 지키고 있죠."
팔로워 수와 조회수를 기록하는 노트도 꾸준히 쓰고 있는데, 현재 벌써 5권째다.
트루란에게는 낯선 사람들, 그중에서도 20~30대 여성들이 자주 말을 걸어온다. "늙는 게 두렵다"고 털어놓는 그들에게 트루란은 "나이가 드는 것은 그리 나쁘지 않다"고 말해준다.
트루란은 브랜드들도 주목하는 인플루언서다. 그는 브랜드 협찬 제안을 거절하는 것은 "멍청한 일"이라면서도, 매우 신중하게 선별해 아무 브랜드와 협업하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 달에 2~3번 정도 협찬 게시물을 올린다. 다만 지역 브랜드, 혹은 영국의 노인 권익 옹호 단체인 '에이지 UK'와 같은 자선단체를 우선시한다. 에이지UK는 최근 한 캠페인 건으로 수천 파운드를 제시했다.
"아무리 큰 건이라도 제 스타일이 아니면 거절합니다. 저는 함께 일할 상대를 고를 때 매우 까다롭습니다. 제가 진심으로 좋아하는 브랜드여야만 해요."
'전 세계 각지에서 보내준 메시지에 눈물이 나요'
인플루언서 마케팅 대행사 '위 아 소셜'의 나오미 베이커는 고령 크리에이터들은 구매력이 높고 "탄탄하게 자리 잡은, 충성도가 매우 높은" 팬들을 보유하고 있어 브랜드에 매력적인 대상이자, "큰 프리미엄"이라고 설명했다.
그레이스 제라미타(85)는 수백만 명의 팔로우에게 수십 년간 만들어 온 요리 레시피를 선보인다.
'논나(이탈리아 어로 '할머니') 그레이시'로 알려진 그는 18세 때 이탈리아에서 미국으로 이주했고, 이후 두 딸을 먹여 살리고자 여러 일을 동시에 하기도 했다.
그리고 현재, 과거 다녔던 그 어떠한 직장에서보다 더 많은 돈을 벌고 있다.
6년 전, 할머니의 요리 모습을 촬영해 게시해보자는 손자 매튜의 제안에도 그는 SNS에 대해서도 잘 몰랐고, "영어도 잘 하지 못했기"에 시큰둥했다.
하지만 영상들은 큰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제라미타는 "전 세계 곳곳에서 보내온 메시지에 눈물이 난다"고 했다.
그가 올리는 콘텐츠들은 단순히 음식 그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다.
제라미타는 "가족들이 다 같이 식탁에 둘러앉아 모이는 전통"을 후대에 전하고 싶다고 말한다.
팔로워들의 '가상 할머니'
베이커는 틱톡 할머니들의 매력 중 하나로 "불확실한 세상에서 편안함을 선사해준다"는 점을 꼽았다.
또한 이들의 건전한 콘텐츠가 팔로워들에게 "가상 할머니" 역할을 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바바라 코스텔로(77)의 경우도 그렇다. 전직 교사인 그는 현재 '브런치 위드 밥스' 계정을 통해 요리, 청소 등 가사 팁에 관한 영상을 올리고 있다.
팔로워들은 코스텔로에게 자신의 어머니나 할머니를 떠올리게 된다고 말한다. 어떤 이들은 그를 "내가 한 번도 만나보지 못한 엄마"라고 부르기도 한다.
"최근에는 식당에서 밥을 먹는데 한 대학생이 다가와, 제 요리책이 독립한 첫해를 잘 헤쳐나가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고 말해줬습니다. 정말 기뻤어요."
코스텔로는 여러 브랜드와 협업하고 있지만, 자신의 이름을 걸고 하는 협업은 늘 신중하게 고민한다고 말한다.
크리에이터로서 가장 보람 있는 순간은 사인회에서 예전에 가르쳤던 제자들이 자녀들을 데리고 다시 찾아올 때라고 한다.
"모든 것이 한 바퀴를 돌아 다시 만난 느낌이에요. 제가 이런 삶을 살고 있다니 정말 믿어지지 않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