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담한 색상, 태슬, 화려한 럭셔리… 2026년 패션 트렌드 키워드
새해를 맞아 늘 돌려 입던 몇 가지 옷차림에서 벗어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면(걱정할 필요는 없다), 주목할 만한 대목이 있다.
패션 캘린더의 특성상, 날씨가 조금 더 따뜻해질 즈음 우리가 어떤 옷을 입게 될지에 대한 업계의 전망은 이미 제시돼 있다.
올해 초 런던·파리·밀라노·뉴욕에서 열린 패션쇼에서 주요 브랜드들은 다가오는 봄·여름 시즌을 겨냥한 디자인을 공개했다.
2026년 옷장에 참고할 만한 대표적인 패션 트렌드 여섯 가지를 정리했다.
대담한 색상
보통 봄 패션이라고 하면 잔잔한 꽃무늬와 부드러운 파스텔톤을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이번 시즌 런웨이의 중심은 선명한 단색 컬러였다.
로에베와 디올, 펜디 등 주요 명품 브랜드의 무대는 노랑과 빨강, 초록 등 무지갯빛에 가까운 강렬한 색감으로 채워졌다. 일부 컬렉션에서는 여러 색을 과감하게 섞어 극적인 효과를 강조하기도 했다.
벨기에 출신 디자이너 메릴 로지의 쇼에서도 일렉트릭 블루 색상의 시선을 끄는 의상들이 등장했다.
스타일 팁: 이 같은 흐름을 일상에서 활용하고 싶다면, 선명한 색상의 포인트 아이템 하나에 집중해보는 것이 좋다. 강렬한 색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다.
'라우드 럭셔리'
2025년 패션의 키워드는 '콰이어트 럭셔리(절제된 고급스러움)'였다. 우아함과 단순함에 초점을 맞춘 이 흐름은 유행을 타지 않는 디자인과 질 좋은 소재를 골라 오래 반복해 입는 데 방점이 찍혀 있었다.
하지만 패션계는 이미 이 같은 미학을 뒤로하고, '라우드 럭셔리(화려하고 눈에 띄는 고급스러움)'라는 새로운 흐름으로 시선을 돌리고 있는 모습이다.
다가오는 시즌 컬렉션에서 가장 분명하게 드러난 공통점은 '맥시멀리즘'이었다. 풍성한 실루엣의 드레스와 치마, 고급 소재, 굵고 존재감 있는 장신구들이 런웨이를 채웠다.
생 로랑의 모델들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검은 가죽 의상을 선보였고, 미쏘니는 브랜드 특유의 지그재그 무늬에 과감한 목걸이를 더한 스타일을 내놨다. 발렌시아가와 샤넬은 색감과 질감이 두드러지는 깃털 장식을 앞세웠다.
스타일 팁: 이런 분위기를 일상에서 연출하고 싶다면, 옷장 속에서 가장 화려한 아이템을 골라 과감하게 조합해보는 것이 좋다. 강한 요소들을 어떻게 균형 있게 섞느냐가 핵심이다.
태슬과 프린지(술 장식)
패션 선택은 종종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의 분위기를 비춘다. 트렌드 분석가들 사이에서는 태슬 가방과 프린지 치마 등 장식 요소가 강화된 아이템의 증가가 전 세계적인 경제 불확실성과 맞닿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경기가 불안할수록, 옷차림에 확실한 변화를 줄 수 있는 대담하고 눈에 띄는 디자인의 투자 가치 아이템이 선호된다는 것이다. 평범한 차림에 포인트를 더하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 되기 때문이다.
호주 브랜드 아제의 런웨이는 술 장식이 돋보이는 의상들로 채워졌고, 발망은 큼직한 스웨이드 메신저 가방을 든 모델들을 내세웠다.
또 엘리 사브와 루이비통은 네온 컬러의 태슬과 프린지(술 장식)가 더해진 드레스와 바지를 선보이며 강한 인상을 남겼다. 모델들은 이러한 디자인을 입고 런웨이를 유유히 걸었다.
스타일 팁: 술 장식은 유행이 주기적으로 돌아오기 때문에, 이미 집에 하나쯤은 있을 가능성이 크다. 만약 없다면 중고 거래 사이트나 빈티지 상점, 자선 상점에서 가죽이나 스웨이드 소재의 술 장식 가방을 비교적 쉽게 찾을 수 있다.
텍스쳐(질감)
장식적인 디테일은 다가오는 봄·여름 시즌의 핵심 트렌드로 꼽힌다. 여러 런웨이에서는 풍부한 질감이 강조된 화려한 아이템들도 대거 등장했다.
끌로에의 런웨이에서는 꽃 장식이 더해진 뷔스티에와 우아하게 주름 잡힌 상의와 드레스가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했다. 반면 모스키노는 대비되는 색감을 조합한 주름·프릴 투피스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짐머만에서는 여러 겹의 레이어드와 프릴이 극적으로 강조됐고, 이사벨 마랑은 방향을 달리해 폼폼 장식이 더해진 레이어드 라라 스커트를 선보였다.
스타일 팁: 이 트렌드의 매력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변주할 수 있다는 점이다. 디자이너들은 프릴과 원단 레이어링, 셔링을 다양한 색과 형태로 제시했다. 옷장에 있는 아이템을 손질하거나 조합을 바꿔, 런웨이에서 보인 개성적인 믹스매치 분위기를 비교적 쉽게 구현할 수 있다.
트렌치코트의 귀환
트렌치코트는 많은 이들의 옷장에서 빠지지 않는 기본 아이템이다. 봄과 여름, 가을과 겨울 사이의 환절기에 특히 활용도가 높다.
이번 시즌에는 트렌치코트가 런웨이 전반에 걸쳐 등장했다. 전통적인 연한 베이지색이 주를 이뤘지만, 일부 패션 하우스는 색다른 변주를 시도했다. 셀린느는 안감에 선명한 색을 더해 포인트를 줬고, 생 로랑은 서로 다른 소재와 색감을 활용해 변화를 꾀했다.
엘리 사브의 런웨이에서는 허리를 단단히 묶은 슬림한 실루엣의 트렌치코트가 눈길을 끌었고, 지방시는 보다 밝은 색감에 굵은 검은색 단추와 버클을 더한 디자인을 선보였다.
스타일 팁: 트렌치코트는 유행을 크게 타지 않는 아이템이다. 하나쯤 투자해두면 매 시즌 꾸준히 활용할 수 있는 만큼, 충분한 가치를 기대해도 좋다.
출근룩의 재해석
이번 시즌 패션 위크에서는 맥시멀리즘과 대담한 색감, 다양한 질감이 두드러졌지만, 보다 직장인 감성의 스타일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주요 패션 하우스들은 '일하는 옷'을 멋지고 즐겁게 재해석했다. 스텔라 매카트니와 보테가 베네타는 여성용 클래식 수트를 새롭게 선보이며, 1980년대의 파워 드레싱에서 영감을 받은 실루엣을 제시했다.
일부 디자이너들은 유니폼의 개념에 유쾌한 변주를 더했다. 드레스 위에 셔츠와 니트웨어를 겹쳐 입는 식의 레이어드로 색다른 분위기를 연출한 것이다. 톰 브라운은 넥타이만으로 만든 치마를 선보이며 그 흐름을 한층 과감하게 밀어붙였다.
스타일 팁: 이 스타일은 의외로 어렵지 않다. 셔츠나 니트, 베스트 하나만 골라 겹쳐 입어도, 사무실에 어울리는 세련된 룩을 완성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