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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잉: 내부고발자 BBC 인터뷰...'공급 부품에 심각한 결함 존재'

2024.05.10

보잉의 최대 공급업체 스피릿 에어로시스템스의 전직 품질 검사관이, 스피릿에서 만든 동체가 심각한 결함을 가진 상태로 공장에서 출고되곤 했다고 밝혔다.

캔자스주 스피릿 에어로시스템스(이하 스피릿)에서 근무한 산티아고 파레데스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보잉에 납품하려던 부품에서 최대 200개 결함을 발견하는 경우도 많았다고 밝혔다.

파레데스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는 과정에서 생산 속도가 늦춰졌기 때문에 “쇼스토퍼(showstopper)”라는 별명도 얻었다고 주장했다.

스피릿은 이러한 주장에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보잉의 최대 공급업체 스피릿의 대변인은 “당사는 산티아고 파레데스의 주장에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파레데스는 BBC 및 BBC의 미국 파트너 CBS와의 독점 인터뷰에서 스피릿에 대한 의혹을 제기했다. 그 바탕에는 2010~2022년의 근무 경험이 있었다.

파레데스는 보잉으로 납품될 비행기 동체에서 결함을 “50~100, 200개”씩 발견하는 경우도 허다했다고 말했다.

“잠금장치가 빠져있고, 부품이 구부러져있고, 심지어는 부품이 아예 누락된 경우도 많았습니다.”

보잉은 이에 대해 답변을 거부했다.

'반발'

지난 1월 신형 보잉 737 맥스 기종이 이륙 직후 사용하지 않은 문(도어플러그)가 뜯겨나가 비행기 동체 측면에 커다란 구멍이 생긴 사고가 있었다. 스피릿과 보잉은 이후 집중적인 조사를 받고 있다. 조사관에 따르면 해당 도어플러그는 원래 스피릿에서 장착했으나, 잘못된 리벳(금속막대로 강판을 고정하는 방식) 공정을 바로잡는 과정에서 보잉의 기술자가 제거했다고 한다.

이 사고로 인해 미 규제기관 연방항공국이 보잉과 스피릿의 생산 체계에 대한 감사를 시작했다. 그 결과, 양사가 제조관리 원칙을 준수하지 않은 여러 사례가 발견됐다.

파레데스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스피릿에 근무하는 동안 경미한 결함도 있었지만, 더 심각한 결함들도 있었다고 말했다.

또한, 너무 엄격하게 검사하지 말라는 압박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파레데스는 “다른 직원들은 내가 왜 결함을 발견했는지, 왜 그 부분을 살펴봤는지 항상 심하게 반발했다”고 말했다.

또한, “다른 사람들은 그저 납품만 생각했다. 불량 동체가 납품됐을 때 초래될 결과에는 관심이 없었다. 할당량을 맞추고, 일정을 맞추고, 예산을 맞추는 데만 집중했다...숫자만 맞으면 동체의 상태는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내부고발

파레데스가 스피릿에서 겪은 많은 경험은 불만을 품은 주주들이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법적 소송에서 증언으로 인용되기도 했다.

그러나 관련된 법적 문서에서는 파레데스가 단순히 “전 직원 1”로만 언급된다. 공군 기술자 출신인 파레데스가 공개적으로 발언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보잉 737 비행기 동체
Getty Images

파레데스는 스피릿을 떠나기 전 737 맥스 생산라인의 마무리 부분에서 검사팀을 이끌었다.

또 다른 전직 품질 검사관 조슈아 딘의 주장도 소송에서 증언으로 인용됐는데, 그는 지난주 심각한 박테리아 감염으로 세상을 떠났다.

해당 소송에서는 스피릿이 심각하고 광범위한 품질 결함을 고의로 은폐하려고 시도했으며, 이러한 결함이 드러났을 때 주주에게 금전적 손실을 입혔다고 주장한다. 스피릿은 해당 주장에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보잉의 재정 지원

스피릿은 보잉에서 분사한 회사로, 여전히 보잉의 주요 공급업체로 남아있다.

이 회사는 캔자스주 위치타 공장에서 모든 737 맥스의 동체를 제작한 후 워싱턴주 시애틀 인근 렌튼에 있는 보잉의 자체 시설로 운송한다. 또한 787 드림라이너의 많은 부분을 제작한다.

지금 스피릿은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 현금 출혈이 발생하고 있으며, 올해 1~3월에만 6억1700만달러(약 8434억원) 손실을 입었다.

보잉은 재정 지원을 제공하기로 했으며, 스피릿을 다시 인수하기 위한 협상을 진행 중이다.

초대형 항공우주회사 보잉의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스피릿의 품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 진행 중이다. 특히, 위치타 공장에서 출고되는 부품의 결함을 약 80% 줄이는 데 성공했다고 주장한다.

파레데스는 두 회사 모두 결함 문제의 규모를 인지하고 있었으며, 양사 품질 검사관들이 매주 회의에서 이 문제를 논의했다고 말했다.

‘마지막 도움 요청’

파레데스 개인의 입장에서 문제가 심각해진 것은, 관리자가 전체 결함 건수를 줄이기 위해 결함 보고 방식을 변경하라고 명령했을 때다.

파레데스는 이 지시에 항의한 뒤 강등되어 공장 내 다른 부서로 옮겨졌다고 말했다.

그는 “협박을 당하고 있다고 느꼈고, 문제를 제기했기 때문에 보복을 당한다는 느낌도 들었다”고 말했다.

이후 파레데스는 스피릿 인사팀에 “윤리적 고충”을 제기했고, 당시 스피릿의 최고 경영자였던 톰 젠틸레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파레데스는 이메일에서 “나는 스피릿의 품질 조직에 대한 믿음을 잃었으며, 이것이 마지막 도움 요청”이라고 전했다.

이후 고충 제기가 일부 수용되어 관리직으로 복귀할 수 있었고, 체납된 급여도 돌려받았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스피릿을 떠났다.

파레데스는 위치타 공장에서 발생한 결함이 여전히 남아 있을 수 있으므로, 737 맥스는 타고 싶지 않다고 주장한다.

파레데스는 “스피릿에서 일하기 전까지는 비행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을 별로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스피릿에서 일하면서 비행을 꺼리는 사람들을 많이 만났습니다. 동체를 어떻게 제작하는지 지켜봤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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