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에서 비판받는 '엉터리 선거' 1차 투표 종료
미얀마에서 3차례에 걸쳐 진행하는 총선 투표 가운데 1차 투표가 종료됐다. 주요 정당들이 해산되고 수장들이 투옥된 가운데, 계속되는 내전으로 전국의 절반가량은 투표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번 선거를 두고 쇼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미얀마 군사정권은 쿠데타로 권력을 장악한 지 거의 5년 만에 단계적 투표를 진행 중이다. 이 과정에서 광범위한 반발이 일어나, 미얀마가 내전에 휩싸였다.
관측통들은 중국의 지원을 받는 미얀마 군사정권이 교착 상태를 벗어날 출구를 모색하는 동시에 권력의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이라고 분석한다.
미얀마는 최근 새로운 법에서 사형을 포함한 중형을 규정했고, 해당 법에 따라 투표를 방해하거나 반대한 혐의로 200명 이상을 기소했다.
28일(현지시간) 첫 투표가 진행되는 동안 여러 지역에서 폭발과 공습이 있었다는 보고가 나왔다. 만달레이 지역 주지사는 빈집에 가해진 로켓 공격으로 인해 새벽 시간대에 3명이 다쳤다고 BBC에 전했다.
태국 국경 인근 미야와디 타운십(행정구역)에서는 20일 밤 발생한 일련의 폭발로 인해 주택이 10채 이상 파손됐다. 한 주민은 어린이 1명이 숨지고 다른 3명이 병원으로 이송됐다고 BBC에 전했다.
유권자들은 이번 선거가 과거보다 더 "규율이 잡혀있고 체계적"이라고 느낀다고 BBC에 말했다.
만달레이 지역에 거주하는 마 수 자르치는 "투표 경험이 많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자르치는 "투표하기 전에는 두려웠지만, 투표를 마친 지금은 안도감이 든다. 나라를 위해 최선을 다하려는 한 사람으로서 표를 던졌다"고 말했다.
처음 투표에 참여한 에이 피에이 표 마웅(22)은 "모든 시민의 의무"라고 믿기에 투표에 참여한다고 말했다.
마웅은 "어려운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길 원한다. 지금 물가가 치솟고 있는데, 가장 힘들어하는 이들을 위해 물가를 낮출 수 있는 후보를 지지하고 싶다"고 말했다.
"모든 국민에게 평등하게 베푸는 대통령이 필요합니다."
미얀마 군사정권은 이번 선거에 대한 비판을 일축하며, "다당제 민주주의 체제로 복귀"하는 것이 목표라고 주장하고 있다.
군사정권 수장인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은 삼엄한 경비 태세를 갖춘 수도 내 투표소에서 투표한 뒤 이번 선거가 자유롭고 공정할 것이라고 BBC에 말했다.
흘라잉 최고사령관은 "나는 군 최고사령관이자 공무원이다. 그냥 대통령이 되고 싶다고 말할 수 없다"며, 선거가 3단계로 진행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흘라잉 최고사령관은 이번 주 초 투표를 거부하는 사람은 "민주주의로 향하는 변화"를 거부하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영화감독 마이크 티, 배우 쪼 윈 툿, 코미디언 온 다잉 등의 유명 인사들은 지난 7월 제정된 선거 방해 금지법에 따라 유죄 판결을 받았다.
국영 매체에 따르면, 이들은 선거 홍보 영화를 비판한 뒤 각각 징역 7년을 선고받았다.
유엔이 임명한 미얀마 인권 전문가 톰 앤드루스는 28일 국제사회에 이번 선거를 거부할 것을 촉구하며, 이 선거에서 "어떤 합법적인 결과도 나올 수 없다"고 말했다.
앤드루스는 "민간인을 계속 폭격하고 정치 지도자들을 수감하며 모든 형태의 반대를 범죄로 규정하는 군사정권에서 주관한 선거는 선거가 아니라, 총구 앞에서 벌어지는 부조리극일 뿐"이라고 말했다.
군부는 쿠데타에 반대하는 무장 저항 세력과 자체 민병대를 보유한 소수민족 무장단체를 상대로 여러 전선에서 싸우고 있다. 군부는 일련의 큰 패배를 겪고 미얀마 내 많은 지역에 대한 통제권을 잃었으나, 중국과 러시아의 지원으로 집요한 공습이 가능해졌고 올해 들어 영토를 되찾았다.
이 내전으로 수천 명이 숨지고 수백만 명이 피난민이 되었으며, 경제가 붕괴되고 인도주의적 공백이 발생했다. 3월 발생한 대지진과 국제 자금 지원 삭감으로 인해 상황은 훨씬 악화됐다.
이 모든 상황과 더불어 국가의 상당 부분이 여전히 반군 통제하에 있다는 사실이 선거 진행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고 있다.
투표는 향후 한 달간 전국 330개 타운십 가운데 265곳에서 3단계로 진행될 예정이다. 나머지 지역은 상황이 너무 불안정하다고 판단됐다.
다음 투표는 내년 1월 11일과 1월 25일로 예정돼 있으며, 결과는 1월 말 발표될 전망이다.
나라의 최대 절반에 달하는 지역에서 투표가 진행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투표가 진행되는 타운십에서도 모든 선거구가 투표에 참여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예상 투표율을 가늠하기 어렵다.
군사정권이 지원하는 통합단결발전당(USDP)을 포함해 6개 정당이 전국적으로 후보를 내세웠다. 다른 51개 정당과 무소속 후보들은 주 또는 지역 단위로만 경쟁한다.
2015년과 2020년 압승을 거둔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이 이끄는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을 포함해 약 40개 정당 소속은 출마가 금지됐다. 수치 고문과 NLD당의 핵심 지도자 다수는 구금 상태에 있고, 다른 인사들은 해외로 망명했다. 이들에게 씌워진 혐의는 정치 공작에 의한 것으로 비판받고 있다.
선거 감시 단체 '스프링 스프라우츠' 대변인 틴 쪼 에이는 "당국은 투표 단계를 분할함으로써 1단계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전술을 조정할 수 있다"고 미얀마 나우 통신에 말했다.
서부 친주(州)에 거주하는 랄 우크 탕은 민간인들이 "이번 선거를 원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랄 우크 탕(80)은 "군부는 우리 나라를 어떻게 통치해야 하는지 모른다. 그들은 고위 지도자의 이익을 위해 일할 뿐이다"라고 BBC에 말했다.
"아웅산 수치 정당이 집권했을 때 우리도 약간의 민주주의를 경험했지만, 지금은 그저 눈물을 흘리며 울기만 할 뿐입니다."
영국 정부와 유럽의회를 포함한 서방세계 국가들은 이번 투표가 쇼에 불과하다고 일축했고,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은 선거에 앞서 정치적 대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