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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억' 세계 인구… 정확한 수치일까?

2024.07.12
손가락으로 8을 세는 아이의 모습
Getty Images

최근 UN이 발표한 '세계 인구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인구는 현재 82억 명으로 앞으로 103 억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7월 11일, ‘세계 인구의 날’을 맞아 발표된 해당 보고서는 앞으로 세계 인구가 “2080년대 중반 정점을 찍은 뒤 점차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또한 오늘 태어난 이들의 평균 수명은 73.3세로, 1995년 출생자보다 8.4년 더 오래 살 것이라는 설명이다.

UN은 지난 50여 년간 회원국의 인구 조사 자료, 출생 및 사망률, 여러 인구 통계 조사를 종합해 정기적으로 세계 인구를 예측해왔다.

이러한 인구 변화에 대한 통계적 연구를 ‘인구통계학’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이러한 인구통계학적 수치를 신뢰할 수 있을까.

'부정확한 과학'

영국 사우스샘프턴 대학에서 인구통계학을 연구하는 자쿱 비작 교수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세계 인구 계산은 부정확한 과학”이라고 말했다.

인구학 전문 경제학자인 비작 교수는 인구수 예측에 대해 가장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건 바로 불확실성이라고 인정했다.

미국 워싱턴 DC의 연구소인 ‘인구 조회국’의 인구통계 예측 전문가인 토시코 카네다 박사 또한 “마법의 구슬을 들여다보는 게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렇다고 인구 통계학자들이 인구수를 조사하고 예측할 때 그저 아무 숫자나 집어내는 건 아니다.

카네다 박사는 “매우 어려운 작업이다. 우리의 경험, 지식 및 접근 가능한 모든 정보를 바탕으로 추론한 수치”라고 설명했다.

인구학자들은 지속해서 미래 인구 예측값을 업데이트하고 있다. 예를 들어 올해 UN은 2100년의 인구에 대해 10년 전 예측값보다 6% 낮을 것으로 수정했다.

이렇듯 자주 수정되긴 하지만, 인구 데이터는 정부와 정책입안자들에게 중요한 정보다. 이를 바탕으로 미래에 대한 결정을 내리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최근 UN이 발표한 인구 수치를 통해 우리는 무엇을 알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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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세계 인구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전망에 따르면 “전 세계 4명 중 1명은 인구가 이미 정점을 찍고 감소하는 국가에 살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126개국에선 앞으로 30년간 인구가 증가할 전망이다. 여기엔 인도, 인도네시아, 나이지리아, 파키스탄, 미국 등 전 세계에서 이미 인구가 가장 많은 국가들이 포함된다.

아울러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약간 줄어들었던 전 세계 기대 수명이 다시 늘어나고 있다는 점도 이번 보고서에서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전 세계적으로 오늘 태어난 이들은 평균적으로 73.3년을 살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1995년 출생자보다 8.4년 늘어난 수치다.

게다가 보고서는 “앞으로 사망률이 더 감소하면서 2054년엔 전 세계 평균 수명이 약 77.4세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인구 증가를 이끄는 '이민'

한편 인구가 증가하는 국가라도 그 사정은 각자 다르다.

앙골라, 중앙아프리카공화국, 콩고민주공화국, 니제르, 소말리아 등에선 앞으로 30년간 출생아 수가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이들 국가의 인구는 2배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이번 UN 보고서에 따르면 이민자 유입이 인구 증가의 가장 큰 원동력인 지역도 있다. 독일, 일본, 이탈리아, 러시아, 태국 등 이미 인구가 정점에 이른 19개국에선 이민자들이 없었다면 인구가 더 일찍 더 낮은 수준의 정점에 도달했을 것이다.

아울러 이 보고서는 이민자 유입이 “호주, 캐나다, 카타르,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미국 등 2054년 이후 인구 정점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여러 국가의 지속적인 인구 증가를 이끌 것”으로 내다봤다.

이민자들의 모습
Getty Images
인구 이동 데이터를 축적하는 나라는 많지 않다

비작 교수는 “이주민 흐름은 전 세계 인구를 재분배하는 메커니즘으로서 점점 더 큰 견인력을 발휘하고 있다”면서도 “대부분 국가가 이러한 이주민 규모를 전혀 추적하지 않거나, 10년에 1번씩 인구 총조사 때만 살펴보는 등 매우 제한된 범위에서 추적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설문조사나 가구 등록 등을 하는 국가도 있지만, “이는 소수다. 유럽, 북미, 호주, 뉴질랜드 등 선진국들이 대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비작 교수는 일부 국가에선 “휴대전화 위치 추적 등 다른 형식으로 데이터를 모으려고 시도하지만, 이러한 방법론은 좀 더 다듬어져야 할 필요가 있다. 즉 이러한 데이터를 더 잘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카네다 박사는 이민자 패턴은 한 국가의 출산율보다 훨씬 더 빠르게 변화할 수 있기에 꼭 추적해야 하는 데이터라고 언급했다.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출산율이 낮은 나라도, 아예 0가 되지 않는 이상 그렇게 빨리 출산율이 변하진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자연재해, 전쟁으로 인한 이민자 흐름은 단 시간에 큰 변화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민자 유입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 줄 순 없다는 게 클레어 메노치 UN 인구부 인구통계분석 과장의 주장이다.

메노치 과장은 이민자 유입만으로는 “장기적으로 인구 감소 혹은 인구 노령화 등의 문제를 상쇄할 순 없다”면서 “이주민 유입이 ‘인구학적 전환’이라는 보편적이고 불가역적인 과정에 대한 ‘해결책’으로 여겨져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인구 조사 데이터가 중요한 이유

정보를 알아내고 정책의 방향을 잡고자 실시하는 인구 조사의 오랜 역사를 지닌다. 인구통계학자들은 기원전 4000년 메소포타미아(현재의 이라크 지역)의 바빌로니아 제국이 최초로 인구 조사를 실시했다고 추정한다.

그 이후로 인구조사 기술은 크게 발전했으나, 여전히 인구통계학자들의 고민은 줄어들지 않는 듯하다.

카네다 박사는 미국과 같은 선진국에서도 더욱더 정확한 데이터를 수집하기 위해선 “정부에 대한 깊어지는 불신 및 개인정보에 대한 우려 등의 도전 과제에 직면한다”고 설명했다.

아르헨티나 인구조사
Getty Images
인구 총조사 시 개인의 나이, 가구 수, 거주지 등을 물어본다

'데이터에 투자한 1달러는 32달러를 창출해냅니다'

카네다 박사는 선진국에선 데이터 수집 기관에 대한 예산을 삭감하고 있으며, 인구 데이터 수집에 워낙 엄청난 비용이 들고 그 과정도 복잡해 저개발국 및 빈국에선 상황이 더욱더 열악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UN에 따르면 “(인구 조사) 데이터 시스템 강화에 투자하는 1달러마다 경제적으로 32달러의 이익을 창출해낸다”고 한다.

UN은 “예를 들어 청소년 출산이 가장 흔한 지역의 청소년 산모(15~19세) 관련 데이터 집계 상황이 가장 열악하다”면서 소외된 지역사회에 대한 데이터 수집을 우선시하라고 권장한다.

한편 이번 ‘세계 인구 전망’은 UN이 공식적으로 인구를 집계하고 전망한 이래 28번째로 공개한 보고서다. 1950~2023년까지 실시된 1700개 이상의 국가 총인구 조사 결과, 국민 등록 시스템, 2890개의 국가를 대상으로 한 표본 조사에서 얻은 정보를 기반으로 한다.

UN 외 전 세계 인구 전망을 예측하는 주요 기관으로는 미국 워싱턴 대학교의 ‘보건계량연구소(IHME)’와 오스트리아 빈의 ‘IIASA-비트겐슈타인 센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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