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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수엘라 야권 지도자 마차도, 수개월간 은신 끝에 처음으로 공식석상에 나타나

2일 전

베네수엘라 야권 지도자인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가 수개월간 은신 끝에 처음으로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노벨 평화상을 받고자 노르웨이행을 택한 결정에 "어떤 위험이 따르는지 정확히" 알고 있었다고 했다.

마차도는 11일(현지시간) 새벽 노르웨이 오슬로의 한 호텔 발코니에서 지지자들을 향해 손을 흔들어주었다. 올해 1월 이후 처음 공개적으로 나선 자리였다.

베네수엘라 정부가 여행 금지령을 내리고, 출국 시 도주범으로 규정하겠다고 위협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이 은밀한 여정을 감행했다.

감동적이게도 마차도는 오슬로의 그랜드 호텔 밖에 모여든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손키스를 보내고,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게다가 직접 밖으로 나와 바리케이드를 넘어 지지자들과 가까이로 다가가기도 했다.

사람들은 '마리아', 마리아!'라고 외치며 휴대전화를 들어 이 역사적인 순간을 카메라에 담았다.

10일 오전 열린 시상식에서는 딸 아나 코리나 소사가 어머니를 대신해 노벨 평화상을 수상했다.

노벨 위원회는 베네수엘라에서 "독재 체제에서 민주주의로의 공정하고 평화로운 이행을 위한 투쟁한" 공로를 인정하며 마차도를 평화상 수상자로 선정했다.

마차도는 자녀들을 국외로 피신시켰고, 안전상의 이유로 거의 2년간 만나지 못했다.

호텔 발코니에 모습을 드러낸 이후 BBC 진행자 루시 호킹스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마차도는 자녀들의 졸업식, 딸과 아들의 결혼식에도 참석할 수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마차도는 "약 16개월 동안 누구도 껴안거나 만질 수 없었다"면서 "그러다 갑자기 몇 시간 만에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고, 이들을 어루만지고, 이들과 함께 울며 기도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BBC 인터뷰 당시 마차도의 목에는 여러 묵주가 걸려 있었는데, 호텔 밖에 모여 있던 이들이 건넨 것이라고 한다.

바리케이드를 넘어가는 마차도의 모습
Reuters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는 오슬로 그랜드 호텔 밖에서 환호하는 지지자들에게 다가가고자 바리케이드도 뛰어넘었다

오랫동안 마차도는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 정부를 "범죄적"이라고 비난하며 국민들에게 단결해 이들을 몰아내자고 촉구해왔다.

마차도는 "이 정권을 전통적인 독재 체제가 아닌 범죄 조직으로 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마차도는 마두로 정권이 마약, 인신매매 같은 범죄 활동으로 자금을 축적했다고 주장하며, 국제 사회에 범죄 자금의 "유입을 끊어 달라"고 촉구해왔다.

최근 미국은 베네수엘라에서 출발한 마약 운반선으로 의심되는 선박들을 침몰시킨 바 있다. 이를 고려할 때 향후 미국이 베네수엘라 영토에서 공격을 감행할 경우 이를 지지할 것인지 묻는 말에 마차도는 직접적으로 답하진 않았으나, 마두로가 "우리의 주권을 범죄 조직에 넘겨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는 전쟁을 원하지 않았고, 하고 싶어 하지도 않았다 … 베네수엘라 국민에게 선전포고를 한 주체는 마두로"라고 덧붙였다.

마차도는 베네수엘라 야권에서 오랫동안 제일 존경받는 인물이었으나, 지난해 대선에서 출마를 금지당했고, 결국 마두로는 6년 임기를 벌써 3번째 이어가게 됐다.

여러 국가들은 그의 집권이 합법적이지 않다고 본다.

지난달 베네수엘라 검찰총장은 만약 마차도가 노르웨이를 방문해 상을 받을 경우 도주범으로 간주하겠다고 경고하며, 마차도는 "음모, 증오 선동, 테러 행위"의 혐의를 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베네수엘라에서 노르웨이까지 이어지는 마차도의 여정은 철저히 비밀로 유지돼 노벨 위원회조차 마차도가 어디 있는지, 오슬로에서 열리는 시상식에 참석할지를 알지 못했다.

요르겐 와트네 프리드네스 노르웨이 노벨위원회 위원장은 마차도의 여정에 대해 "극도로 위험한 상황"이었다고 표현했다.

BBC 인터뷰에 함께 응한 프리드네스 위원장은 자신에게도 "감동적인" 순간이라고 했다.

"이 한밤중에 (마차도가) 여기 있다니 정말 믿기 어렵다"면서 "이것이 노벨 위원회를 비롯한 우리 모두에게 어떤 의미인지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마차도는 베네수엘라를 빠져나가고자 변장을 하고, 들키지 않고 군사 검문소를 10곳이나 통과했다. 이후 어촌마을에서 나무 어선에 몸을 실었다.

이 계획에 정통한 소식통에 따르면 무려 2달간 준비한 계획으로, 베네수엘라 국외 탈출을 돕는 현지 네트워크의 도움을 받았다고 한다. 미국도 관여했으나, 그 정도는 명확하지 않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마차도는 BBC와의 인터뷰에서는 탈출 여정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다.

다만 "(베네수엘라 정부는) 나를 테러리스트라 말하며, 내가 평생 감옥에 갇혀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지금도 나를 찾고 있다"고 말하며 "그래서 이러한 상황에서 오늘날 베네수엘라를 떠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내가 오늘 이 자리에 설 수 있었던 것은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걸고 나를 오슬로로 보내줬기 때문"이라며 "그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한다"고 덧붙였다.

진행자 루시 호킹스가 마차도, 요르겐 와트네 프리드네스(노르웨이 노벨위원회 위원장)를 인터뷰하는 모습
BBC
오슬로 도착 이후, 마차도는 요르겐 와트네 프리드네스 노르웨이 노벨위원회 위원장과 함께 BBC 진행자 루시 호킹스와의 인터뷰에 응했다

한편 마차도가 앞으로 안전하게 베네수엘라로 돌아갈 수 있을지도 여러 추측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대해 마차도는 BBC에 "당연히 돌아갈 것"이라면서 "나 또한 이 선택에 어떤 위험이 따르는지 정확히 알고 있다"고 했다.

이어 "나는 늘 우리의 대의를 위해 내가 가장 유용하게 쓰일 수 있는 곳에 있고자 한다"면서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곳은 베네수엘라였지만, 오늘 우리의 대의를 위해 내가 있어야 할 곳은 오슬로라고 믿는다"고 했다.

노벨 평화상 수상 후 마차도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언급하며 치켜세웠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노벨 평화상에 대한 야망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바 있으며, 현재 베네수엘라와 군사적 긴장을 이어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0일 자국군이 베네수엘라 해안에서 유조선 한 척을 나포했다고 밝혔다. 이는 마두로 정부에 대한 미국의 압박이 급격히 커졌음을 시사한다.

트럼프 행정부는 제재 대상인 선박이었으며, "외국 테러 조직을 지원하는 불법 석유 운송 네트워크"에 연루돼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베네수엘라 정부는 미국이 절도와 해적 행위를 벌이고 있다며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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