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인근 해상서 유조선 나포한 미국, 선박 6척 추가 제재
미국이 베네수엘라 인근 해상에서 유조선을 압류한 지 하루 만인 지난 11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산 원유를 실은 것으로 알려진 선박 6척을 추가로 제재했다.
또한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의 일부 친인척을 비롯해 미국에서 불법적인 정권으로 규정된 마두로 정권과 연관된 기업들에도 제재를 가한다고 밝혔다.
캐롤라인 리빗 백악관 대변인은 압류된 '스키퍼'호는 "불법적인 석유 수송"에 연루된 선박으로, 미국 항구로 옮겨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베네수엘라 정부는 이를 "국제적 해적" 행위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이는 마두로에 대한 미국의 압박 수위가 급격히 커졌음을 의미한다. 앞서 미국이 베네수엘라에서 출발한 마약 운반선으로 추정되는 선박들을 공습하며 수십 명이 숨졌다. 최근 몇 달간 베네수엘라 인근 카리브해에는 미국 군함들이 집결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는 베네수엘라가 자국으로 마약을 밀반입한다고 비난한다. 반면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규모의 확인된 석유 매장량을 보유한 베네수엘라는 미국이 자국의 자원을 탈취하고자 벌이는 일이라고 비난한다.
마두로는 지난 10일 베네수엘라는 결코 "석유 식민지"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나 리빗 대변인은 11일 기자들에게 미국은 자국으로의 "불법 마약 유입 차단" 및 제재 이행을 위해 최선을 다할 뿐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앞으로 베네수엘라산 석유를 수송하는 다른 선박을 추가로 압류할 계획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답을 피했다.
리빗 대변인은 "미국은 제재 대상인 선박들이 암시장 석유를 싣고 바다를 돌아다니는 모습을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그 수익은 전 세계 불량, 불법 정권의 마약 테러 활동을 부추길 것"이라고 비난했다.
아울러 앞으로 필요한 법적 절차를 거쳐 스키퍼호에 실린 석유를 모두 압류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이날 오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외부 압박이 커지는 상황에서" 지지를 표하고자 마두로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었다는 소식을 트럼프 대통령도 들었으나,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고도 전했다.
이후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장관은 마두로 대통령 부인의 조카 3명과 다수의 기업, 선박을 겨냥한 이번 제재는 마두로의 "독재적이고 잔혹한 통치"에 맞서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또한 베센트 장관은 X를 통해 트럼프 행정부는 "이 정권과 그 측근 및 기업들에게 계속되는 범죄에 대한 책임을 묻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 10일 백악관은 위장한 군인들이 무장한 채 헬기에서 뛰어내려 유조선 스키퍼호 갑판을 급습하는 모습을 담은 극적인 영상을 공개했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미국의 유조선 압류를 강력히 비난하고 나섰다. 디오스다도 카벨로 내무장관은 미국은 "살인자, 도둑, 해적"이라고 규탄하며, 이것이 바로 미국이 "전 세계에서 전쟁을 일으켜온 방식"이라고 덧붙였다.
미 CBS 보도에 따르면 미국 재무부가 스키퍼호를 제재 명단에 올린 시점은 2022년이다. 당시 헤즈볼라와 이란혁명수비대의 쿠드스 부대의 자금줄로 의심되는 석유 밀수에 연루됐다는 혐의였다.
한편 이번 유조선 급습 며칠 전부터 미국은 베네수엘라 북쪽에 접한 카리브해에서 군사적 존재감을 확대하고 있었다. 병력 수천 명과 세계 최대 항공모함인 'USS 제럴드 포드'호가 베네수엘라를 타격할 수 있는 거리에 배치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