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캄보디아 국경 분쟁이 끝나지 않는 이유는?
태국-캄보디아 국경을 따라 또 한 번 포탄과 로켓포, 공습의 굉음이 울려 퍼지고 있다.
수백 킬로미터에 걸친 이 국경 지역의 주민들은 5개월 만에 또 한 번 피난길에 나서야만 했다. 이들과 반려동물들은 임시 대피소에 깔린 돗자리에 앉아 언제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 또 언제 다시 피난을 떠나야 할지 불안해하고 있다.
지난 7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재로 휴전에 들어갔으나, 왜 이렇게 빨리 분쟁이 재발한 것일까.
이번 갈등은 지난 7일(현지시간) 발생한 사소해 보이는 듯한 사건에서 비롯됐다. 태국 군 당국은 분쟁이 이어지는 국경 지역에서 도로 공사 중이던 자국 공병대가 캄보디아 군의 공격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태국 군인 2명이 부상했으나 중상은 아니었다.
과거 같았으면 발 빠른 외교 조치로 마무리됐을 일이지만, 올해는 그런 움직임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국경을 접한 두 국가 간에는 사실상 해소하기 어려운 깊은 불신의 간극이 존재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 능력으로도 이 간극을 메우지 못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역사적인 평화 협정을 체결했다고 주장하지만, 올해 7월 그가 양국에 강요로 성사시킨 휴전은 처음부터 불안정했다.
특히 태국은 국경 분쟁의 국제화를 매우 우려하는 입장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라는 무기를 동원해 위협했기에 마지못해 휴전에 동의했을 뿐이다. 당시 태국과 캄보디아 모두 주요 대미 수출품에 대한 관세율을 대폭 낮추기 위한 협상 마감 기한을 불과 며칠 앞둔 상황이었다.
반면 캄보디아는 외부의 개입을 매우 환영한다. 태국보다 국가 규모가 작기에, 일대일 협상에서는 자신들에게 불리하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경에서 캄보디아 군대는 태국군과 계속 대치하고 있으며, 새로운 지뢰를 매설하여 현재까지 태국 군인 7명이 사지를 잃었다. 이는 태국 대중을 격분시킬 것이 뻔한 행동이었다. 태국은 지뢰 매설에 대한 확실한 증거를 제시하며 캄보디아가 휴전 합의 이행에 불성실하다고 비난하며, 올해 7월 포로로 붙잡았던 태국 군인 18명의 석방도 연기했다.
올해 7월 이후 태국 군은 억제할 수 있는 장치는 사실상 사라졌다. 아누틴 찬위라꾼 현 태국 총리는 소수 연립정부를 이끌고 있으며, 여러 다른 현안에 시달리느라 국경 분쟁에 관해서는 판단하는 대로 처리하라며 군에 전권을 위임한 상태다.
태국군은 캄보디아군이 다시는 국경 지역을 위협하지 못하도록 충분히 타격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한다. 또한 향후 캄보디아군과 교전을 벌일 경우 우위를 점할 수 있도록 여러 고지대를 장악하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양측은 올해 내내 이곳 국경 지역을 오가며 도로 접근로와 방어 시설을 보강하고자 애썼다.
태국군은 억지로 교전을 멈춰야 했던 올해 7월 당시 자신들이 캄보디아군을 후퇴시키고 있다고 믿었다. 그리고 이제는 그 미완의 임무를 끝내겠다고 말한다.
또한 대부분 무인 지대인 아주 작은 토지를 둘러싼 분쟁이지만, 태국군은 자신들이 조국의 영토를 수호하는 신성한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본다.
한편 캄보디아 지도부의 속내는 훨씬 더 파악하기 어렵다.
훈 센 전 총리는 자기 아들인 훈 마넷 현 총리의 배후에서 여전히 실세로 활동하고 있다. 공개적으로는 자국군에 자제를 촉구하는 한편, 캄보디아는 힘센 이웃인 태국에 괴롭힘을 당하는 존재로, 국제 사회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묘사한다.
그러나 올해 이 끓어오르는 국경 분쟁에서 그의 개입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특히 패통탄 친나왓 당시 태국 총리와의 사적인 통화 내용을 유출하기로 한 결정이 그러했다. 친나왓 전 총리의 아버지 탁신 친나왓 전 태국 총리는 훈 센 전 총리의 오랜 친구이자 사업 파트너였다.
패통탄 친나왓 총리가 훈 센 전 총리를 칭찬하며 자국 군 지휘관들이 지나치게 호전적이라고 비난한 내용이 유출되며 친나왓 부녀는 재앙과도 같은 타격을 입었다. 총리는 해임당했고, 탁신은 수감됐으며, 태국 내 친나왓 가문의 반대파들조차 캄보디아가 자국 정치에 간섭하고 있다며 분노했다.
그 결과, 현재 태국 여론은 캄보디아에 대한 군의 강경한 접근을 훨씬 더 지지하는 분위기로 기울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월처럼 다시 양측을 억지로 중재할 수 있을까. 아마도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또 다른 휴전을 성사시킨다고 하더라도, 교전 재개는 결국 시간문제일 뿐이다.
태국 측은 외교적 해결을 논의할 단계가 아직 아니라고 거듭 말한다. 휴전을 재시도하기 전에 캄보디아가 먼저 진정성을 보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것이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불분명하지만, 최소한 국경 지역에서 지뢰 매립을 단호하고도 검증 가능한 방식으로 중단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