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부동산 대기업 '헝다', 극적인 몰락 끝 결국 상장 폐지

중국의 대형 부동산 개발업체 '헝다(에버그란데)'가 홍콩 증권거래소에서 16년 만에 25일(현지시간) 상장 폐지되었다.
한때 시가총액 500억달러(약 69조원)를 웃돌며 중국 최대 부동산 개발업체로 불렸던 헝다의 앞날은 암울하기만 하다. 급격한 성장의 원동력이었던 막대한 부채가 결국 발목을 잡으며 극적으로 몰락한 것이다.
이번 상장 폐지에 대해 전문가들은 피할 수 없으며, 돌이킬 수 없는 단계라고 평가했다.
'유라시아 그룹'의 중국 담당자인 댄 왕 이사는 "한번 상장 폐지되면 다시 돌아올 수 없다"고 지적했다.
헝다는 세계 2위 경제대국을 수년째 흔들고 있는 부동산 위기에 끼친 영향으로 유명하다.
헝다에 무슨 일이 일어났나?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헝다그룹은 중국 경제 기적의 빛나는 상징과도 같았다.
그룹의 창업주인 쉬자인 회장은 가난한 농촌 가정 출신으로, 2017년에는 '포브스'가 선정한 아시아 최고 부자 1위에 선정되기도 했다.
그러나 그의 재산은 2017년 약 450억달러에서 현재 10억달러에도 못 미치는 수준으로 추락했다. 쉬 회장 개인의 몰락 또한 회사의 추락만큼이나 극적이었다.
헝다그룹이 매출을 780억달러 가량 부풀린 사실이 적발되며 지난해 3월 중국 금융 당국은 쉬 회장에게 벌금 650만달러를 부과하는 한편, 그를 평생 중국 유가증권시장에서 퇴출한다고 밝혔다.
청산 관리인들은 현재 그의 개인 재산에서 채권자들에게 상환할 자금을 회수할 수 있을지 검토 중이다.
몰락 직전까지 헝다는 중국 전역의 280개 도시에서 1300개에 달하는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었다.
전기차 사업은 물론 한때 중국 최고 명문 구단으로 불리던 '광저우 FC'까지 거느리며 거대한 제국을 이루었으나, 올해 초 해당 구단마저 부채를 감당하지 못해 자국 축구 리그에서 퇴출당했다.

헝다는 3000억달러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부채 위에 세워진 사실이 알려지며 '세계에서 가장 부채가 많은 부동산 개발업체'라는 불명예스러운 별명을 얻었다.
기업의 위기는 지난 2020년 중국 당국이 대형 부동산 개발업체의 차입 한도 규제를 강화하기 시작하면서 시작했다.
이 조치 이후 헝다는 사업을 계속 유지할 수 있도록 자금이 필요해졌고, 이에 부동산을 대폭 할인된 가격에 내놓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자 지급에도 어려움을 겪으며 일부 해외 채권에 대한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선언했다.
수년간의 법적 분쟁 끝에 지난해 1월, 홍콩 고등법원은 결국 청산 명령을 내렸다.
이후 주식 거래가 정지되며 헝다는 상장 폐지의 위협에 직면했다. 그 무렵 이미 붕괴 직전에 몰리며 기업 가치는 99% 이상 증발한 상태였다.
이 같은 청산 명령이 내려진 이유는 헝다 측이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해외 부채를 줄일 현실적인 계획을 내놓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달 초 청산 관리인들은 헝다의 부채가 현재 450억달러에 달하지만, 지금까지 매각한 자산은 2억5500만달러에 불과하다고 설명하며, 전사적 구조조정은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왕 이사는 "이번 상장폐지는 상징적이다. 그러나 동시에 큰 전환점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미국 듀크대학교의 스통 차오 교수는 이제 남은 것은 파산 절차를 거치며 어떤 채권자가 얼마를 돌려받을 수 있느냐 하는 문제뿐이라고 설명했다.
다음 청산 심리는 오는 9월 열릴 예정이다.
- 시진핑에게 미국과의 무역 전쟁보다 더 시급한 과제
- 트럼프 관세만 문제가 아니다? 중국이 골머리 앓는 3가지 이유
- '내 집 마련' 고군분투... 중국 온라인에서 공감을 얻은 젊은 부부의 이야기
중국 경제에 미친 영향은?
현재 중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지방 정부의 대규모 부채, 소비자 지출 감소, 실업률, 인구 고령화 등 여러 굵직한 문제에 직면한 상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헝다의 붕괴 및 다른 부동산 개발업체들의 위기야말로 중국 경제 전반에 가장 큰 충격을 주었다고 말한다.
왕 이사는 "부동산 침체야말로 경제의 가장 큰 걸림돌이자 소비가 위축된 근본적인 이유"라고 설명했다.

특히 부동산 산업이 중국 경제 규모의 약 3분의 1을 차지했을 뿐만 아니라 지방정부의 주요 수입원이었기 때문이다.
차오 교수는 "내 생각에 중국은 이 정도 규모로 자국 경제를 지원할 만한 실현 가능한 대안 산업을 찾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금융 시장 연구 플랫폼 '본드슈퍼마트'의 잭슨 찬 연구원은 현재 부채에 허덕이는 중국 개발업체들이 "대규모 해고"를 단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남아 있는 부동산 업계 근로자들의 급여도 크게 줄었다고 덧붙였다.
그리고 이러한 부동산 위기는 여러 중국 가계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가계의 주요 저축 수단이 부동산이기 때문이다.
프랑스 은행 '나티시스'의 아시아태평양 지역 담당 알리시아 가르시아-헤레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주택 가격이 최소 30% 하락하면서 중국 가계의 저축 가치도 떨어졌으며, 이로 인해 소비와 투자 심리도 위축되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맞서 중국 당국은 부동산 시장 재활성화, 소비 진작, 전반적인 경기 활성화 등을 목표로 한 다양한 정책을 발표했다. 그 종류도 신규 주택 구매자 지원, 증시 지원, 전기차 및 가전제품 구매 장려까지 다양하다.
이처럼 중국 당국이 경제에 수백억달러를 쏟아부었음에도 한때 눈부신 속도를 자랑하던 중국 경제 성장률은 "5%대"로 주저앉았다.
대부분의 서방 국가들이라면 만족할 만한 수치겠으나, 2010년까지만 해도 연간 10%를 웃도는 성장률을 기록했던 중국이기에 더디게 느껴진다.
중국의 부동산 위기는 끝났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마도 아니다.
헝다가 여전히 언론의 관심을 차지하고 있으나, 다른 여러 중국 부동산 기업들도 여전히 큰 어려움에 시달리고 있다.
이번 달 초, '차이나 사우스 시티 홀딩스'는 홍콩 고등법원으로부터 청산 명령을 받으며, 헝다 이후 청산 명령을 받은 최대 규모의 개발업체가 되었다.
또 다른 개발업체 '컨트리 가든'은 채권자들과의 협상을 통해 140억달러가 넘는 미상환 해외 채무를 탕감하고자 노력 중이다. 이미 여러 차례 연기된 청산 심리는 홍콩 고등법원에서 2026년 1월에 열릴 예정이다.
차오 교수는 "(중국) 부동산 산업 전체가 위기다. 앞으로 더 많은 중국 부동산 업체가 몰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 정부는 부동산 시장 및 경제 전반을 지원하고자 여러 조처를 했으나, 개발업체들을 직접적으로 구제하고자 나서지는 않았다.
차오 교수는 "(이미) 바닥은 친 것 같다. 이제 천천히 회복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러한 정부 정책이 부동산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설명하면서도 "그러나 매우 강하게 회복하리라 기대하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유명 투자 은행 '골드만삭스'는 지난 6월 보고서에서 중국 부동산 가격이 2027년까지 계속 하락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왕 이사 또한 이에 동의하며, 중국 부동산 시장은 수요가 공급을 따라잡는 약 2년 후에야 "바닥을 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가르시아-헤레로 이코노미스트는 "터널 끝에 빛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며 보다 암울한 전망을 내놓았다.
왕 이사는 중국 정부가 "직접 부동산 부문을 구제하지는 않겠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정부는 이미 막대한 부채를 안고 있는 부동산 업계가 더 위험한 행동을 하지 않도록 신중한 정책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호황기에는 자국 경제 성장을 견인하는 핵심 동력이었던 부동산 시장이었으나, 이제 중국공산당의 우선순위는 다른 곳에 있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현재 재생에너지, 전기차, 로봇 산업과 같은 첨단 기술 분야에 더 집중하고 있다.
왕 이사의 묘사처럼, "중국은 새로운 발전 시대로의 중요한 전환기"에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