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시 급락', 중간선거 이후 AI 성장 둔화 우려 커지나
중간선거 이후 인공지능(AI) 개발 둔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미국 증시가 급락했다. 이에 따라 주요 기술 기업들의 시가총액 수천억 달러가 증발했다.
AI 개발 둔화를 주요 쟁점으로 삼은 민주당이 승리를 거두며 기술 및 AI 관련 기업들의 주가가 일제히 폭락했다.
다우존스 데이터에 따르면, 기술주 비중이 높은 나스닥 종합지수는 5.5% 이상 하락하며 시가총액 약 2조5000억달러(약 3393조원)가 사라졌다. 미국의 다른 주요 주가지수들도 큰 폭의 하락세를 보이며 2025년 이후 최악의 하루를 기록했다.
이번 매도세는 AI에 막대한 투자금이 투입되고 있는 만큼 그 투자가 실제 성과로 이어질 수 있는지에 대한 광범위한 우려가 겹치면서 나타났다.
앞서 미국 전역의 선거에 출마한 민주당 후보들은 데이터 센터와 AI의 지나친 확산을 늦추겠다고 약속했다. 실제로 전국 각지에서는 AI 기술에 필수적인 데이터 센터 개발을 제한하자는 안건 수십 건도 투표에 부쳐졌다.
그리고 지난 3일 치러진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은 상원과 하원을 모두 장악하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남은 임기 동안 의회를 주도하게 됐다.
민주당 소속 텍사스 주지사 당선자인 지나 이노호사는 데이터 센터에 강력히 반대하는 선거 운동을 펼치며, 신규 건설을 일시 중단하겠다고도 약속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SNS를 통해 "선거 결과로 인해 주식 시장이 역사상 최악의 날 중 하나를 겪었다"며 이번 주가 하락의 원인을 정치적 반대파 탓으로 돌렸다.
"기억하세요, 공화당이 아니라 '멍청한 민주당'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두려워하지 마세요. 우리는 머지않아, 어떤 식으로든 그 어느 때보다 더 크고 강해질 것입니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일부 민주당원들은 AI 업계가 별다른 안전장치나 감독도 없이 지나치게 거대해졌다며, 의회에서 새롭게 확보한 권력을 통해 이를 바로잡겠다고 약속했다.
민주당 소속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은 지난 5일 X를 통해 "미국인들은 거대 빅테크 세력이 환경을 파괴하고, 일자리를 없애며, 인류의 미래를 위협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지금 당장 전적으로 데이터 센터 건설을 즉각 중단하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지난 5일 핵심 반도체 제조업체를 포함해 AI 데이터 센터에 밀접하게 관련된 기업들의 주가가 폭락하며 이미 커지고 있던 투자자들의 우려를 여실히 드러냈다.
엔비디아의 주가는 9% 이상 하락해 시가총액 약 4000억달러가 증발했다.
다른 반도체 기업들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AMD와 마이크론 모두 각각 17% 이상 하락했다. 인텔 주가도 10.3% 하락했으며, 메모리 저장장치 제조사인 샌디스크는 22% 이상 급락했다.
반도체 생산 관련 주요 기업 30곳의 주가 흐름을 추적하는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도 12% 이상 하락했다.
일론 머스크 CEO가 이끄는 스페이스X와 테슬라의 주가도 각각 8%와 11% 가까이 급락했다. 이에 따라 지난 5일 하루 동안 두 회사의 시가총액이 총 3000억달러 이상 감소했다.
머스크는 공화당 선거 운동을 돕고자 약 4억5000천만달러를 지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중 특히 텍사스 상원의원 선거에 출마한 켄 팩스턴 후보를 지원하는데 최소 4500만달러를 사용했으나, 지난 3일 선거에서 민주당이 대승을 거두며 텍사스마저 민주당 지지 지역으로 돌아섰다.
애플, 엔비디아, 테슬라를 포함한 이른바 '매그니피센트 7(빅테크 기업 7개사)' 기술 대기업들은 단 하루의 거래일 동안 총 1조달러의 시가총액을 잃었다.
이러한 흐름은 미국의 다른 주요 주가지수에도 타격을 주었다. S&P500 지수는 장 마감 시점에 4.4% 하락했으며,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지난 4일의 상승분을 모두 반납하고 3.4% 이상 하락한 채 장을 마쳤다.
나스닥 종합지수의 하락폭은 특히 커서 현재 시장 전문가들이 말하는 '조정 국면'에 진입했다. 이는 지수나 기업가치가 최근 고점 대비 최소 10% 이상 하락한 상태를 의미한다.
한편 영국의 투자 플랫폼 '웰스 클럽'의 수석 투자 전략가인 수잔나 스트리터는 나스닥과 S&P500 지수의 급격한 매도세가 다른 시장에도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고 말했다.
"AI 투자에 대한 새로운 공포가 월가를 강타했다"는 분석이다.
"AI 인프라에 쏟아지던 막대한 투자금이 투자자들이 기대한 만큼의 수익으로 연결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우려와, 데이터 센터 건설이 급격히 둔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맞물리고 있습니다."
한편 일부 기술 업계 경영진은 중간선거 기간 중 불거진 데이터 센터에 대한 반발에 당황했다고 밝혔다.
오픈AI의 사장 겸 공동 창업자인 그레그 브록먼은 데이터 센터에 대한 반응에 업계 인사 대부분이 놀랐을 것이라며, 지역 사회의 지지를 얻기 위해 더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브록먼 지난 5일 저녁 캘리포니아주 나파에서 열린 'WSJ 테크 컨퍼런스'에서 "다들 샌프란시스코에서 텍사스, 조지아 등에 이르기까지, (AI 관련) 인프라를 구축하려는 과정에서 단순히 '이건 좋은 일이 될 거야'라는 트윗만으로는 부족함을 깨닫게 됐을 것"이라며 "해당 지역 사회에 직접 들어가 소통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메타의 디나 파월 맥코믹 사장 또한 업계가 AI의 긍정적인 면을 알리고 설득하는 데 더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해당 컨퍼런스에서 "이를 위해서는 2배, 3배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했다.
한편 미국 중간선거가 미친 즉각적인 영향뿐 아니라, 일부 투자자들은 AI 관련 주식에 거품이 형성돼 조만간 주가가 크게 떨어질 가능성도 우려하고 있다.
추가 보도: 릴리 자말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