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탄 테러 위협에 전 유럽 항공사와 공항 '비상'
이번 주 들어 벌써 2번째 발생한 폭탄 위협으로 인해 유럽 전역에서 항공편 최소 21편과 여러 공항 운항에 차질이 빚어졌다. 영국 당국은 이를 "악의적인 허위 신고"라고 비난했다.
영향을 받은 항공편은 오스트리아, 벨기에, 불가리아, 체코, 프랑스, 이탈리아, 폴란드, 루마니아행이다.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이탈리아 로마로 향하던 '에어링구스'사의 항공기는 프랑스의 한 공군 기지로 우회했으며, 헬싱키에서 출발해 로마로 향하던 '핀에어' 항공편은 이탈리아 전투기들의 호위를 받았다.
항공사 '이지젯'은 예방 조치 차원에서 뉴캐슬과 글래스고에서 출발한 자사 항공편이 체코 프라하에 도착한 이후 현지 경찰이 출동했다고 밝혔다.
영국 런던 히스로 공항과 버밍엄 공항에서도 위협이 접수됐으나, 당국은 신빙성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
현재까지 수색 과정에서 폭발물은 발견되지 않았으며, 잘 알려지지 않은 한 단체가 일부 사건의 배후를 자처하고 나섰으나, 이번 사건들이 서로 관련이 있는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로마의 공항 당국은 지난 5일 입국 예정이던 항공편 2편을 노린 허위 위협이 이메일을 통해 접수됐다고 설명했다.
'남성 국가의 전사들'이라고 자칭하는 단체 혹은 개인이 보낸 이 이메일에는 자신들이 "페미니스트 정권"을 표적으로 삼고 있으며, "역사에 우리의 흔적을 남기고 싶다"는 주장이 담겨 있었다.
또한 폭발로 "하늘을 붉게 물들일 것"이라고 위협했다.
이러한 세부 내용은 이탈리아 현지 언론이 처음 보도했으며, 이후 로마 시내의 두 공항을 관리·운영하는 공항 운영 기업인 '로마공항공사(ADR)'가 BBC에 해당 사실을 확인했다.
'남성 국가의 전사들'은 러시아 극우 성향 단체 '무즈스코이 레기온('남성 군단'이라는 뜻)'을 지칭하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21년 러시아 법원은 지난 2021년 지나치게 극단주의 성향을 이유로 이들의 활동을 금지한 바 있다. 그러나 이 단체는 이듬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을 지지하며 온라인에서 수만 명의 지지자들을 모았다.
하지만 해당 이메일의 진위와 관계없이, 각국 경찰과 공항 당국이 허위 위협을 퍼뜨린 범인 및 그 동기에 대한 단서를 제공해 줄 가능성은 낮다.
하이디 알렉산더 영국 교통부 장관은 지난 5일의 이 같은 사건들을 "악의적인 허위 위협"이라고 비난했다.
다만 정부는 "이러한 위협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허위 및 악의적인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확립된 절차"가 있음을 강조했다.
이후 영국 정부 대변인은 이날 "이른 시간에" 접수된 이러한 위협은 "해결됐다"고 설명했으나, 구체적인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다.
히스로 공항도 이후 성명을 통해 이날 오전 위협을 접수했으나 "신빙성이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며, "승객, 직원 또는 항공기에 대한 위험은 없다"고 덧붙였다.
이어 "영국의 항공 보안 체계에는 이러한 유형의 상황을 평가하고 안전하게 관리하는 절차가 마련돼 있다"고 설명했다.
버밍엄 공항 대변인은 BBC에 위협을 접수한 후 "긴급 대응 기관 및 관계 당국과 협력해 즉시 대응 절차에 나섰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 5일 위협의 표적이 된 항공편은 다음과 같다:
- 에어링구스 측은 더블린에서 출발한 로마행 항공편이 프랑스 노르망디로 우회해 안전하게 착륙했다고 밝혔다. 이어 "승객들이 가능한 한 빨리 최종 목적지로 이동할 수 있도록 조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핀에어는 헬싱키에서 출발한 항공편 2편이 정상적으로 목적지에 착륙했다고 밝혔다. '로마공항공사(ADR)'는 BBC에 한 편은 이탈리아 공군 전투기의 호위를 받아 로마 피우미치노 공항에 착륙했으며, 다른 한 편은 오스트리아 비엔나에 착륙했다고 전했다.
- 위즈 에어는 밀라노에서 출발한 항공편 2편이 영향을 받았다고 밝혔다. 한 편은 폴란드 바르샤바로 향하던 중 비엔나로 우회했으며, 다른 한 편은 루마니아 부쿠레슈티에 안전하게 착륙했다고 한다. 현재 전문가들이 해당 항공기를 수색 및 점검 중이다.
- 폴란드 항공사 LOT는 바르샤바발 브뤼셀행 항공편은 예정대로 착륙했으며 "의심스러운 물품은 발견돼 않았다"고 밝혔다. 다만 바르샤바에서 출발해 파리로 향하던 또 다른 LOT 항공편은 이륙 전 운항이 취소되고 수색 작업이 진행됐으나, 위험물은 발견되지 않았다.
- 불가리아 언론에 따르면 라이언에어 항공편 3편이 불가리아에 착륙했다. 코펜하겐발과 마드리드발 항공편 각 1편은 수도 소피아에 착륙했으며, 런던에서 출발해 소피아로 향하던 항공편은 중남부 플로브디프에 착륙했다. 해당 항공편들은 불가리아 공군 전투기의 호위를 받았다.
- 체코 경찰은 프라하에 착륙한 항공편 4편 모두 폭발물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후 이지젯 측은 뉴캐슬과 글래스고에서 출발한 자사 항공편도 영향을 받은 항공편 중 일부라고 밝혔다. 다만 "두 항공편의 승객들 모두 정상적으로 내렸다"는 설명이다.
- 에게안 항공은 그리스 테살로니키에서 밀라노로 향하는 항공편 2편과 아테네에서 비엔나로 향하는 항공편에 대한 "폭탄 위협을 받았다"고 밝혔다. 다만 해당 위협은 "근거 없으며", 두 항공편 모두 각 공항에서 정상적으로 출발했다고 전했다.
- 이탈리아 안사 통신에 따르면, 포르투갈 포르투에서 출발한 라이언에어 항공편은 예정대로 밀라노에 안전하게 착륙했으며, 도착 후 폭발물 처리 전문가들이 기내를 수색 및 점검했다.
- 스페인 공항 당국은 마드리드 공항 내 항공편 3건에 대한 폭탄 위협을 접수했으나, 점검 결과 어떠한 위협도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이후 이베리아 항공은 밀라노-마드리드, 로마-마드리드 노선 2편이 영향을 받았다고 밝혔다. 다만 나머지 세 번째 항공편이 앞서 언급한 라이언에어의 마드리드-소피아 노선인지 여부는 명확하지 않다.
- 에어 세르비아는 베오그라드에서 부쿠레슈티로 향하던 자사 항공편은 "예정됐던 공항에 안전하게 착륙했다"고 밝혔으며, 점검 결과 보고된 폭탄 위협은 "근거가 없는 것으로 판명됐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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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블린에서 로마로 향하던 중 항로를 변경한 에어링구스 항공편의 탑승객이었던 에밀리 노블(26)은 로마에서 열리는 친구의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비행기를 탄 지 약 1시간이 지났을 무렵, "기술적" 문제가 발생했다는 안내를 들었다고 설명했다.
더블린 출신의 이 여성은 BBC Verify 팀에 프랑스에 착륙하고자 우회하기 시작했고, 기장은 승객들에게 "보안" 이슈가 있다고 설명했다고 전했다.
노블은 "이상한 경험"이었다며, 다들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몰라 걱정스러웠지만, 최대한 침착하려고 노력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착륙하는 동안 전투기 소리를 들을 수 있었고, 전투기 한 대가 항공기 뒤편에 착륙하는 것도 목격했다고 한다.
프랑스 북서부 노르망디의 에브뢰-포빌 공군 기지에 착륙한 뒤에야 승객들은 해당 항공편과 관련해 폭탄 위협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노블에 따르면 착륙 이후 경찰과 군 관계자들이 탐지견을 동원해 수색 및 점검 작업을 펼쳤고, 그동안 승객들도 기내에서 2시간 30분가량 머물렀다.
이후 승객들은 파리의 또 다른 공항으로 이동해 그곳에서 대체 항공편을 통해 로마로 가게 될 것이라는 안내를 받았다.
한편 영국 커본트리 대학에서 항공 보안학을 가르치는 필립 바움 교수는 항공 업계는 "매일 수많은 폭탄 위협에 직면한다"면서도 이번 주 발생한 일련의 사건에 대해서는 "놀랐다"고 했다.
"이러한 위협이 신빙성이 있으며, 당국이 기내에 폭발물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할 때만" 항공편이 우회한다는 것이다.
바움 교수는 "허위 위협이 너무 빈번해지면 경계심이 느슨해지며 실제 위협도 무시될 수 있다. 그리고 바로 이런 점이 악용될 수 있다는 사실"이 우려된다고 강조했다.
영국 킹스턴 대학교의 항공 전문가인 마르코 찬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사건에 대해 "대부분 허위일 가능성이 높지만, 당국과 시스템이 실제 위협으로 취급하고 대응하는 것은 옳은 조치"라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일부 전문가들은 이를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혼란을 일으키면서도 배후를 추적하기 힘든" 항공 업계 방해 행위로 추정한다.
또한 일부 위협은 모방범에 의한 것일 가능성도 있지만, "3일간 발생한 사건만으로는 조직적인 공조와 단순한 모방 현상을 구분하기 힘들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틀 전, 영국발 2편을 포함한 유럽 항공편 7편은 폭탄 위협으로 수색을 받았다. 그러나 어느 항공기에서도 폭발물은 발견되지 않았다.
지난 2일에는 런던 루턴 공항에서 불가리아 소피아로 향하던 '위즈 에어' 항공편이 비행 중 폭탄 위협을 받으면서 헝가리 전투기의 호위를 받아 부다페스트로 회항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