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선거 극우 우세 예측에, 메르츠 총리 '재앙'… 그러나 총리직 계속 유지할 것
정치적 위기에 몰린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가 20일(현지시간) 2곳에서 치러진 지방선거 출구조사에서 집권여당이 참패할 것으로 나타났음에도, 총리직을 계속 수행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메르츠 총리가 대표로 있는 중도보수 기독민주당(CDU)은 이날 북동부 메클렌부르크포어포메른주 주의회 선거에서 당초 사상 최악의 선거 결과를 기록하면서도 의석은 간신히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나 몇 시간 뒤, 출구조사에서 의석 유지의 문턱인 5%에도 미치지 못해 원내 진출을 장담하지 못하는 상황이 됐고, 메르츠 총리는 이를 여당의 "재앙"이라고 표현했다.
극우 정당인 독일대안당(AfD)은 메클렌부르크포어포메른주 주의회 선거에서 최다 득표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다른 정당들이 연정을 거부하고 있어 주정부를 꾸릴 가능성은 희박하다.
같은 날 치러진 베를린 주 의회 선거에서는 CDU가 좌파당(디린케)에 밀릴 것으로 예상됐다.
메르츠 총리는 낮은 지지율과 이른바 임기 도중 총리 교체설이 돌면서 더 큰 압박에 직면한 상태다.
이 2곳의 주의회 선거 모두 지난 20일 실시됐다. 이는 동부 작센안할트주에서 AfD가 대승을 거두며 CDU의 득표율이 절반으로 떨어진 지 2주 만이다.
메르츠 총리는 이날(20일) 베를린 소재 중앙당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2주 전 패배 직후 내놓았던 입장을 재차 되풀이하며, 현 연립정부가 추진 중인 경제·세금·복지 개혁 패키지를 강행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개혁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며 "저는 이 나라를 앞으로 나아가게 하고 싶기에 이 책임을 (계속) 지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기개와 변함없는 의지, 인내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밝힌 그는 "CDU의 당대표로서,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 나라의 총리로서 이를 증명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메르츠 총리는 "이 개혁들이 권위주의의 매혹적인 유혹과 우리 사회 깊숙이 스며들고 있는 권위주의적 독에 맞서는 해독제가 될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고 표현했다.
한편 AfD의 알리스 바이델 공동대표는 "우리는 가장 강력한 세력이며, 대중의 주류에 도달했다"고 자평했다.
포퓰리즘 정당인 AfD의 일부 분파는 독일 내 정보 당국이 극우단체로 분류됐으나, 당 측은 이에 강하게 반발하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 정당이 내세우는 반이민, 독일 우선주의, 친러시아 성향의 정책은 과거 공산주의 체제였던 독일 동부 지역에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선거 당일 밤, 베를린의 CDU 선거 상황실에서는 출구 조사 결과가 화면에 띄워졌지만, 환호나 축하 분위기는 없었다.
CDU 또한 현재 위기에 처해 있음을 알고 있다. 그리고 당 대표인 메르츠 총리는 재빨리 공세에 나서 물러날 생각이 없음을 강조했다.
실제로 메르츠 총리는 오랫동안 총리직을 갈망해 온 만큼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두 주 모두 오후 6시 투표가 마감됐으며, 최종 결과는 20일 늦은 밤 혹은 21일 아침이 돼야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공영 방송사 ZDF와 ARD는 메클렌부르크포어포메른주에서 AfD가 근소한 차이로 앞서고 있다고 보도했다.
AfD는 해당 주에서 득표율 38%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며, 중도좌파인 사회민주당(SPD)이 36%로 2위를 차지했다.
베를린의 경우, 투표 마감 시점 기준 방송사들이 집계한 CDU의 득표율은 20%였다. 이는 사상 최초로 수도인 베를린에서 1위를 차지한 좌파당의 득표율(거의 26%)에 뒤지는 수치다.
AfD 역시 베를린에서 과거 선거 때보다 득표율을 끌어올릴 것으로 예측됐다. 예상 득표율은 16%이다.
한편 20일 선거를 앞두고 독일 내에서는 당의 정치적 상황이 개선되지 않을 경우 메르츠 총리가 교체될 수 있다는 소문이 잇따랐다.
이번 주 초, 독일 8개 주 주지사들은 메르츠 당대표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기도 했다. 메르츠 총리는 취임한 지 불과 16개월밖에 되지 않았다.
20일, CDU 소속 정치인인 부르카르트 드래거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메르츠 총리가 당연히 자리를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에게는 해야 할 일이 많으며, 우리는 연방 차원에서 새 정부를 구성하며 시간을 낭비할 여유가 없습니다."
그는 유권자들이 "인내심이 부족하다", "(총리 취임) 1년 만에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총리에게는 4년의 시간이 주어졌고, 우리는 그에게 그 4년을 주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메르츠 총리의 지지자들은 현재 독일이 직면한 많은 문제가 과거로부터 물려받은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메르츠 총리의 인기는 여전히 매우 저조한 수준이다.
전직 기업 변호사인 그는 이민 문제 등에서 우경화 전략을 취했으나, 이는 AfD의 지지율을 낮추지 못했고, 좌파 진영의 유권자들을 더 소외시키는 결과로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