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 '17년만 공동발표문'과 함께 일본 일정 마무리…어떤 논의 오갔나?

이재명 한국 대통령이 24일 1박 2일간의 방일 일정을 마무리했다. 일본에서의 일정을 마친 이 대통령은 이날 오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포함한 방미 일정을 위해 바로 워싱턴 DC로 향했다.
앞서 이 대통령은 23일 오전 도쿄에 도착해 가장 먼저 숙소에서 재일동포 오찬간담회를 가졌다. 이후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한일 정상회담 및 만찬 등 공식 일정을 가졌다. 24일 오전에는 스가 요시히데 전 일본 총리를 포함해 일본 주요 정치권 인사와 만남을 가졌다.
이 대통령의 이번 방일 일정에서 크게 주목을 받은 것은 2008년 이후 17년 만에 채택한 '공동언론발표문'이다.
이재명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 총리는 23일 도쿄 총리 관저에서 개최된 한일 정상회담 이후, 회담 결과 내용을 공동으로 언론발표한 것에서 나아가 보다 상세한 내용의 문서로도 채택했다.
특히 두 정상은 미국발 통상질서 개편과 북러 밀착 움직임 등 급변하는 국제정세 속에서, 국제사회의 다양한 과제에 대해 파트너인 한일 양국이 미래지향적이고 상호호혜적인 공동의 이익을 위해 함께 협력해 나가야 한다는 점에 인식을 같이했다.
공동 발표문 내용은?
대통령실이 공개한 이번 공동언론발표문에는 이재명 대통령이 일본을 '실무방문'하였음이 명시됐다. 지속적으로 '실용외교'를 강조해 온 이 대통령의 기조가 드러나는 부분이다.
공동발표문의 요지는 올해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을 맞아, 지금까지 축적되어 온 한일관계의 기반에 입각해 양국 관계를 미래지향적이며 안정적으로 발전시켜 나가자는 것이다.
이에 더해 이시바 총리는 1998년 '21세기의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김대중-오부치 선언)을 포함해 역사인식에 관한 역대 내각의 입장을 전체적으로 계승하고 있음을 언급했다.
반면 이날 회담에서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비롯한 과거사 문제나 후쿠시마 처리 오염수 등의 사안은 전면에 등장하지 않았다.
앞서 이 대통령은 방일 직전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위안부, 강제징용 배상 문제와 관련한 언급을 하며 "국민 입장에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전 정권의 합의였지만, 국가적 약속은 존중한다"고 말한 바 있다.
- 한국의 히로시마…'우린 아직도 그날에 멈춰있다'
- 과거는 잠시 뒤로, 지금은 협력?...23일 한일 정상회담, 과거사 청산 언급할까
- 80년 전 광복 직후, 서울에서는 어떤 '소리'가 들렸을까?
구체적으로, 공동언론발표문에는 ▲정상 간 교류 및 전략적 인식 공유 강화 ▲미래산업 분야 협력 확대 및 공동 과제 대응 ▲인적교류 확대 ▲한반도 평화와 북한 문제 협력 ▲역내 및 글로벌 협력 강화 등의 내용이 담겼다.
정상 간 교류 부분에서는 이 대통령 취임 2주 만에 캐나다에서 개최된 첫 한일 정상회담과, 약 2개월 만에 다시 열린 한일 정상회담을 언급하며 "양국 간 셔틀외교가 조기에 재개"됐음을 강조했다. 이어 역내 전략 환경 변화에 따른 전략적 소통 강화를 위해 안보·경제안보를 포함한 각 분야에서 정상 및 각급 차원에서의 소통을 강화하기로 했다.
미래산업 분야에서는 수소·인공지능(AI) 관련 협력이 언급됐으며, 특히 저출산·고령화, 인구감소, 지방활성화, 수도권 인구집중 문제 등과 같이 한국과 일본이 공통으로 직면한 사회문제에 함께 대응해 나갈 협의체를 출범하기로 했다.
인적교류 확대 부분에서는 '한일 워킹홀리데이'가 언급된 부분이 주목받았다. 발표문에 따르면 "한일 청년들이 서로의 문화·사회를 체험 및 이해할 수 있는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참여 횟수 상한을 기존의 총 1회에서 2회로 확대할 예정이다. 또한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기념해 이미 시행되고 있는 '한일 양국 전용 입국심사대'를 포함해 앞으로도 다양한 교류사업을 지원해 나가기로 했다.
북한과 관련해서 양 정상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및 항구적 평화구축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하며, 대북정책에 있어 양국 간 협력을 지속해 나가자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이번에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은 물론, 북한의 불법 사이버 활동이나 북러 간 군사협력의 심화 문제도 언급됐다.
발표문에는 "납치 문제의 해결을 위한 노력이 중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고도 나와 있는데, 일본은 오랫동안 북한에 일본인 납북 피해자 문제를 제기해 온 바 있다. 한국에도 전시 납북자, 전후 납북자를 포함해 아직까지도 500여 명이 북한에 억류되어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마지막으로 역내 및 글로벌 협력 강화를 위해서는 한일, 한미일 협력을 추진해 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이 다시 한번 강조됐다.

한편, 이재명 대통령의 일본·미국 순방에 동행 중인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24일 오전 이번 한일 정상회담과 관련해 "한미일 협력 강화를 실현했다는 의미가 있다"고 평가한 것으로 전해진다.
위 실장은 이날 일본 도쿄에 마련된 프레스센터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우리가 일본과의 관계를 발전시키는 것에 대해 미국도 긍정적일 것"이라며 "한미일 협력은 미국도 중시하는 과제"라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은 한일 관계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미국이 한미일 3국 협력을 하도록 하는 경우가 많았으나 이번에는 우리가 주도적으로 일본에 이어 미국을 방문하는 모습을 연출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한일정상은 전날 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회담을 주제로 대화를 나누는 등 대미전략을 일부 공유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시바 총리가 (미일정상회담에 대한) 경험이나 그동안 느낀 점을 우리에게 도움말 형태로 얘기하는 방식이었다"는 것이 위 실장의 설명이다.
그러면서 그는 "마침 한국이 오늘 미국을 향해 떠나기 때문에 많은 참고가 됐다고 생각한다. 일본 측에는 감사하는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이재명 대통령은 현지시간으로 24일 오후 워싱턴DC에 도착한다. 이튿날인 25일에는 이 대통령 취임 82일 만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첫 한미 정상회담이 예정돼 있다.
이번 회담에서는 지난달 말 타결된 관세협상의 세부 협의를 비롯해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북한 문제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방안 등 민감한 외교·경제·안보 현안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