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레놀은 임신 중 복용해도 안전할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진통제 타이레놀과 자폐 사이의 논란이 있는 연관성을 근거로, 미국 의사들이 임신부에게 타이레놀을 처방하지 말라는 권고를 곧 받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타이레놀(파라세타몰 또는 아세트아미노펜)을 복용하는 것이 "좋지 않다"며, 임신부는 극심한 열이 있을 때만 복용할 수 있도록 "지옥 끝까지 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학 전문가들은 이 주장에 강하게 반발했으며, 일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위험하다고 평가했다.
이미 지난 19일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들에게 "자폐증은 정말 통제 불능 상태다 … 아마도 그 원인을 우리가 찾은 것 같다"며 이 장애에 관한 "놀라운"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일부 연구에서는 임신부의 아세트아미노펜(타이레놀의 주성분) 복용과 자폐증 사이 미약한 연관성이 나타났으나, 결과가 일관되지 않아 해당 약물이 자폐증을 유발한다고 단정 지을 수 없다.
'타이레놀'이란?
타이레놀은 일반의약품으로 분류되는 진통제로, 주성분은 미국에서는 '아세트아미노펜', 그 외 지역에서는 '파라세타몰'로 알려진 물질이다.
다양한 상표명으로 판매되고 있으며, 영유아용 제품도 출시되어 전 세계적으로 통증과 발열에 대비한 대표적인 가정용 상비약으로 자리 잡았다
임신 중 복용 안전성
전 세계 주요 의료 단체와 정부는 임신 중 타이레놀을 복용이 안전하다고 말한다.
미국산부인과학회(ACOG)는 아세트아미노펜이 임신부에게도 안전한 몇 안 되는 진통제로 전국 의사들 사이에서 꾸준히 인정받았다고 밝혔다.
ACOG는 "과거 수행된 연구에서도 임신 어느 시기든 아세트아미노펜을 신중하게 사용할 경우 태아 발달 문제와 직접 연관성을 입증하는 명확한 증거는 나타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영국 국민건강서비스(NHS)의 지침에도 아세트아미노펜은 임신부를 위한 "최우선 선택" 진통제로 명시되어 있다. "임신 중 흔히 복용하는 약물로, 태아에 해롭지 않다"는 설명이다.
타이레놀의 제조사인 '켄뷰' 역시 임신부를 위한 가장 안전한 진통제라면서 안전성을 강조했다.
BBC는 켄뷰 측에 논평을 요청한 상태다.
다만 켄뷰와 미국 의료진은 임신한 여성이라면 그 어떠한 일반의약품일지라도 복용 전 반드시 전문가와 상담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한편 미 언론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임신부가 고열에 시달릴 경우에만 해당 약품의 복용을 권장할 계획이다. 고열이 제때 치료되지 않으면 산모와 태아 모두에게 해를 끼칠 수 있다.

타이레놀이 자폐를 유발할 수 있나?
올해 4월, 미국의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 보건복지부장관은 5개월 이내에 자폐증 원인을 규명하기 위한 "대규모 검사 및 연구"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수십 년간 이미 연구되고 있으며, 그만큼 복잡한 증후군인 자폐 스펙트럼의 원인을 밝히는 일은 절대 간단하지 않으리라 경고했다.
현재 학계의 일반적인 견해는 자폐증은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단일한 발병 원인은 없다는 것이다.
올해 8월, 미국 하버드 대학의 T.H. 챈 보건대학원 학장이 주도한 연구 검토에서는 임신 중 모체가 타이레놀에 노출된 경우 아이가 자폐증이나 다른 신경 발달 장애를 겪을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연구진은 타이레놀 사용을 일정 부분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면서도, 모체의 발열이나 통증을 치료하는 데는 여전히 이 약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지난해 발표된 또 다른 연구에서는 타이레놀 노출과 자폐증 사이에 아무런 연관성이 없다는 결과가 나왔다.
영국 더럼대학교의 모니크 보타 사회 및 발달 심리학 교수는 "인과관계를 확정 지을 확실한 증거도, 설득력 있는 연구도 없다"고 했다.
타이레놀의 작용 기전은?
통증을 완화하는 약물, 즉 진통제는 마약성(오피오이드계)과 비마약성(비아편계) 계열로 나뉜다.
양귀비에서 추출하거나 실험실에서 합성된 오피오이드는 뇌의 오피오이드 수용체와 결합하여 쾌감과 관련된 호르몬인 도파민 분비를 유도한다. 그러나 이러한 약물은 중독성이 매우 강할 수 있기에, 전문가들은 아세트아미노펜과 같은 비마약성 약물로 통증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한편 흥미롭게도 아세트아미노펜이 신체에서 정확히 어떻게 작용하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명확히 합의된 바 없다.
영국 리즈대학에서 근골격계 의학을 가르치는 필립 코나한 교수는 "아세트아미노펜의 작용 기전은 아직 완전히 밝혀지지 않았다"고 했다.
"중추신경계와 뇌의 통증 인식을 조절하는 것으로 보이며, 염증이 있는 말초 부위에서 작용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NHS는 아세트아미노펜이 뇌에서 통증을 느끼고 체온을 조절하는 화학 전달 물질을 차단함으로써 통증을 완화한다고 설명한다.
아세트아미노펜이 통증과 관련된 호르몬 유사 물질인 프로스타글란딘 합성에 관여하는 사이클로옥시게나제(COX)라는 효소를 억제함으로써 통증을 완화한다는 이론이 오랫동안 존재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아세트아미노펜이 이밖에 다른 방식으로도 작용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예를 들어, 여러 통증 경로에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진 AM404라는 화합물로 변환된다는 가능성이 제기된 바 있다.

타이레놀은 얼마나 자주 복용할 수 있나?
전문가들은 안전을 위해 아세트아미노펜 복용량 지침을 반드시 준수해야 한다고 말한다. 적정한 용량으로 단기간 복용할 경우 부작용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NHS의 권장 복용량은 500mg 정제 1~2알을 24시간 내 최대 4회까지 복용하되, 하루 최대 8정을 초과해서는 안 된다. 이를 초과할 경우 심각한 간 손상이나 부전을 일으킬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는 아세트아미노펜이 간에서 대사되면서 이중 약 5%가 독성 물질인 벤조퀴논 이민(NAPQI)으로 전환되기 때문이다.
미국식품의약청(FDA) 자료에 따르면 1998~2003년까지 미국에서 발생한 급성 간부전의 주요 원인 중 하나가 바로 아세트아미노펜 과다 복용이었다. 이 중 거의 절반은 환자가 의도치 않게 권장 복용량을 초과해 발생한 사고였다.
FDA는 아세트아미노펜이 약물 600여 가지에 함유될 정도로 흔한 성분인 탓에 종종 이러한 사고가 발생한다고 말한다.
따라서 독감 환자는 여러 약을 복용하는 과정에서 각각의 약에 아세트아미노펜이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할 수도 있다.
또한 전문가들은 부모들이 자녀의 복용량에 신경 써야 하며, 특히 아동이 어린이집이나 조부모, 가정 등 하루 동안 여러 보호자에게 맡겨지는 경우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한다.
효과
세계보건기구(WHO)는 통증 및 경증~중등도의 발열에 대한 1차 치료제로 아세트아미노펜을 권장한다.
그럼에도 효과가 없을 때는 단계별 통증 관리 접근법에 따라 약한 마약성 진통제, 조금 더 강한 마약성 진통제 등으로 강도를 높여갈 수 있다. 필요할 경우 전문적인 치료를 받을 수도 있다.
한편 아세트아미노펜의 효능은 통증 유형에 따라 다르다.
영국의 '코크란 연구소'가 출판된 연구를 검토 및 분석한 결과 아세트아미노펜은 급성 편두통, 출산 후 통증, 수술 후 통증 관리에 효과적이다.
그러나 무릎 관절염과 같은 질환에 대해서는 효과가 "보통 수준"으로 평가된다.
또한 연구소에 따르면 요통이나 암과 관련된 신체적 불편감에 대해서는 위약(플라시보 효과)보다도 효과가 크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