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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수를 구하는 일이 인도 여성의 '걸림돌'인 이유

2024.07.08
수니타 부르바데
BBC/MANGESH SONAWANE
인도에 사는 수니타 부르바데는 가족을 위한 물을 긷는 데 하루 최대 5시간을 들인다

인도에서 식수를 구하는 일은 수백만 여성들에게 매일 반복되는 고된 일과다.

타는 듯한 여름의 더위와 추운 겨울이 아니더라도, 이들은 매일 머리에는 플라스틱이나 흙으로 만든 물통을 이고, 손에는 양동이를 쥐고 수 킬로미터를 오가며 집까지 물을 길어와야만 한다.

인도의 금융 중심지로 손꼽히는 뭄바이에서 180km 떨어진 소수 민족 지역인 트링갈와디에 사는 수니타 부르바데는 “하루하루가 고되다. 물을 다 긷고 나면 너무 힘들어서 쓰러지곤 한다”고 토로했다.

부르바데는 매일 4~5시간에 걸쳐 집과 메마른 호수를 왕복한다. 이곳이 안전한 물을 구할 수 있는 그나마 집에서 제일 가까운 곳이다. 하지만 이곳도 물이 더러워 옆으로 구멍을 파서 물이 자연스럽게 걸러져 스며들 수 있도록 한 다음 물통에 옮겨 담는다.

부르바데는 “1년에 4~5개월 정도는 여성들이 먼 거리를 걸어 물을 구할 수밖에 없다. 근처 우물과 수원지가 말라 버리기 때문”이라고 했다. 아이러니한 점은 부르바데가 사는 이곳은 이 지역에서도 가장 강우량이 많은 곳이다.

매일 고된 일이 반복되기에 부르바데는 허리, 목 등에 통증을 느끼며 하루하루 피곤하고 쇠약해진다고 토로한다.

또한 이 일 때문에 여성들은 돈을 벌 수 있는 일자리를 구하기도 쉽지 않다. 부르바데 또한 “아무도 날 고용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심지어 농장에서도 그렇다. 나는 오후에나 돼서야 일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물을 구하려고 하니 생계를 희생해야 합니다. 생계를 위해 돈을 벌려고 하니 가족들은 물을 마실 수 없습니다.”

여러 물통을 머리에 이고 걷는 인도 여성의 모습
Getty Images
물긷기로 인해 여성들은 매일 육체적으로 고단함을 느끼며, 직업을 구하기도 쉽지 않다

세계보건기구(WHO)와 유니세프가 지난해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18억 명이 집 밖에서 식수를 구하고 있으며, 전체 가정의 10분의 7에서 여성과 여아가 식수 구하는 일을 주로 담당한다.

전문가들은 특히 인도에선 더욱더 이 문제가 심각하다고 지적한다. 식수를 구하는 일이 여성들의 발목을 잡으며, 국가 경제 성장마저 방해한다는 것이다.

인도 아쇼카 대학교 경제학과장인 아슈위니 데쉬판데 교수는 “우선 여성들이 이 모든 가사 노동으로 인해 일자리를 구할 수 없다. 두 번째, 집안일을 마치고 할만한 유급 일거리를 찾고 싶어도 인도 농촌 지역엔 여성을 위한 일자리가 충분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한편 인도 경제에서 여성의 무급 노동은 엄청난 가치가 있다. 인도 최대 상업은행인 ‘스테이트 뱅크 오브 인디아(SBI)’의 보고서에 따르면 여성의 무급 노동이 경제에 기여하는 전체 가치는 약 227억루피(약 3760억원)으로, 이는 인도 전체 GDP의 약 7.5%에 해당하는 수치다.

비정부 단체인 ‘국제 개발 기구’는 전체 인도 여성들이 물 긷는 데 들이는 시간이 매년 1억5000만일에 달한다고 추산했다.

전문가들은 여성들이 이 정도의 시간을 유급 노동에 할애할 수 있다면, 경제적으로도 독립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국가 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

인도 당국은 전국의 수도 인프라 개선을 위해 계속 노력하고 있다고 말한다. 올해 1월까지 인도 정부는 농촌 가구의 약 74%에 상수도 시설을 공급할 계획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한편 수도 시설이 설치돼 더 이상 외부에서 물을 길어다 나르지 않아도 되는 이들은 이러한 변화가 삶을 바꿔놨다고 말한다.

부르바데가 사는 곳에서 30km 정도 떨어진 마을에 사는 30대 기혼 여성인 망갈카드케는 “(집 안의) 수도꼭지를 틀면 물이 콸콸 나온다 … 마치 꿈같다. 나는 5살 때부터 물을 길어 오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전히 수도 시설이 없는 이들은 수백만 명에 달한다.

공용 물탱크의 물을 마시는 콜카타 주민들
Getty Images
인도에선 농촌과 도시에서 모두 깨끗한 식수에 대한 접근성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

트링갈와디에서 약 700km 떨어진 인도 중부 아마라바티 지역 아키 마을의 여성 이장인 인드라야니 자바르카는 하루 중 대부분의 시간을 물을 찾고 옮기는 데 사용한다.

자바르카는 “여름이 되면 너무 건조해서 아침에 일어나면 ‘오늘은 어디서 물을 구하나’라는 생각부터 한다”고 말했다.

자바르카는 가족들을 위해서도 물을 구해야 하며, 마을 공용 물탱크를 관리하는 일도 맡고 있다. 그런데 “두 임무 모두 매일 점점 더 지키기 어려워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자바르카는 수도 시설 공사는 여전히 너무 먼 꿈이라고 말했다.

“[여성들은] 이 일을 어릴 적부터 시작한다. 누군가 작은 양동이를 건네주며 할 수 있는 만큼 들고 오라고 한다”는 자바르카는 “그렇게 평생의 임무가 된다. 여성들은 죽기 전까지 물을 길어야 한다”고 토로했다.

부르바데 또한 평생 늘 물통을 머리에 이고 몇km씩 걸었다.

취재진은 만약 물을 길어오지 않아도 돼 여유 시간이 생긴다면 무엇을 하고 싶은지 물었다. 이에 부르바데는 곰곰이 생각하더니 자신은 노래 부르기를 좋아한다고 답했다.

하지만 부르바데의 노래조차 물에 관한 것이었다.

“라두 나코 발라 미 판야라 자테.”

취재진에게 들려준 이 노랫말은 ‘울지 말아라, 나의 아이야. 내가 너를 위해 물을 길어올게’라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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