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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집권 2기 첫 의회 연설 팩트 체크

2025.03.06
의회 연설 중인 트럼프 대통령의 모습과 화면 왼쪽 상단에 띄워진 BBC Verify 로고
Getty Images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4일(현지시간) 집권 2기 첫 상·하원 의회 연설에 나섰다. 약 1시간 30분간 진행된 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전임자인 조 바이든 전 대통령 행정부 당시 국가 상황, 자신이 취임한 첫 주의 성과 등에 대해 여러 주장을 펼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불법 이민, 물가 상승, 정부 지출의 "끔찍한 낭비" 등 자신의 주요 안건에 다시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BBC Verify 팀은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주장에 대한 사실 여부를 확인해보았다.

트럼프는 지난 정부로부터 경제적 재앙을 물려받았나?

우선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은 바이든 행정부로부터 "경제적 재앙"을 물려받았다고 주장했다.

여기에는 오해의 소지(misleading)가 있다. 미국 경제는 바이든 행정부 시절의 2024년 마지막 분기에 연간 2.3%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미 정부의 공식 통계에 따르면 2024년 전체 성장률은 2.8%이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2024년 이같은 미국의 성장률이 G7 국가 중 가장 높을 것으로 추정한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은 인플레이션에 대해서는 "우리는 48년 만에 최악의 인플레이션을 겪었다. 아마도 이는 우리 나라 역사상 최악일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바이든 행정부 당시 물가상승률은 2022년 6월 기준 9.1%로 1981년 이후 최고치이니 트럼프가 주장한 것처럼 역사상 최악과는 거리가 멀다.

2022년 당시 정점을 기록한 이유는 코로나19 팬데믹과 글로벌 에너지 충격의 여파로 전 세계적으로 물가 상승률이 높았던 상황임을 감안해 이해해야 한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 취임 당시에는 인플레이션이 3%로 떨어진 상태였다.

1940년대와 1920년대 등 미국 역사에는 물가상승률이 9%보다 훨씬 더 높았던 시기가 존재한다.

2011년 이후 미국의 물가상승률을 보여주는 차트. 2022년 6월 9.1%로 정점을 찍었으나 2025년 1월에는 3%로 하락했다
BBC
2011년 이후 미국의 물가상승률을 보여주는 차트. 2022년 6월 9.1%로 정점을 찍었으나, 2025년 1월에는 3%로 하락했다

바이든은 통제하지 못할 수준으로 계란 가격을 방치했나?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이 "계란 가격이 통제하지 못할 수준으로 치솟도록 내버려두었다"며 비난을 이어갔다.

계란 가격이 높은 것은 사실이나, 이는 미국 내 조류 독감 발생과 관련이 있다.

미 농무부(USDA)에 따르면 바이든 집권 이후인 2023년 계란 가격은 상승하기 시작했고, 1월에는 계란 한 판(12알)의 평균 가격이 5달러(약 7000원)를 웃돌았다. 이는 2024년 전체 평균 가격보다 53% 높은 가격이다.

농무부는 조류 독감이 발생해 자국 농가들이 닭 수백만 마리를 살처분해야 했으며, 이로 인해 계란이 부족하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10억달러를 투입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조류 독감은 2022년 2월 시작되었으며, 지난해 바이든 행정부는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8억달러 이상을 배정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정부효율부(DOGE)의 비용 절감 조치의 일환으로 조류 독감에 대한 정부의 대응을 위해 일했던 다수의 농무부 공무원을 해고했다. 현재는 이들 중 일부를 재고용하고자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효율부(DOGE)가 연방 정부 내 수천억달러 규모의 사기를 발견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정부효율부(DOGE)를 칭찬하며, 해당 자문 기관이 연방 정부의 지출 내역에서 "수천억 달러 규모의 사기"를 발견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수치에 대한 증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DOGE 측은 공식 웹사이트를 통해 사기 적발, 계약 및 보조금 취소, 부동산 임대 계약 해지, 자산 매각, 인력 감축, 프로그램 변경, 규제 절감 등을 통해 약 1050억달러(약 151조원)를 절감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금액은 독립적으로 검증할 수 없으며, 현재까지 공개된 이른바 '영수증''은 계약, 보조금, 부동산 임대 계약 취소 관련 자료에 한정되어 있으며, 그 금액도 다 합하면 186억달러 정도다.

BBC는 백악관에 나머지 860억달러에 대한 증거를 요청했다.

미국 현지 언론에서도 일부 회계 오류를 지적하고 나섰다. 일례로 DOGE 측은 처음에는 이민 기관 계약 해지 덕에 최대 80억달러를 절감했다고 밝혔으나, 이후 이를 800만달러로 정정했다.

올해 2월, 불법 국경 횡단 건수가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불법 이민에 맞서 자신이 조치한 "결과, 지난달 불법 국경 횡단 건수가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주장했다.

이는 사실이다.

미국 '국경 순찰대'는 올해 2월 멕시코와의 남서부 국경에서 이민자 조우 건수는 8326건이었다고 밝혔다. 이는 2000년 월별 기록을 시작한 이래 최저치이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바이든 대통령 재임 기간인 2024년 2월 남서부 국경에서 국경 순찰대 기록한 이민자 조우 건수는 14만641건이었다.

2024년 12월에는 4만7316건으로 감소했다.

국방부 병력 1600명의 국경 배치 작업 일환으로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에 파견된 미 해병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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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는 미군이 나서 멕시코와의 남부 국경을 순찰하도록 명령했다

바이든 행정부 당시 이민자 2100만 명이 입경했다?

계속해서 불법 이민과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년간 2100만 명이 미국으로 물밀듯이 들어왔다"고 주장했다.

이 수치를 뒷받침할 증거는 없다.

불법 이주 규모의 척도라고 할 수 있는 국경 지역 내 이민자와의 조우 건수의 경우 바이든 행정부 당시 1000만 건에 달했으나, 이만큼 많은 사람들이 미국 내에 들어와 머물렀다는 의미는 아니다.

보통 법 집행 기관을 피해 미국으로 들어오기에 불법 이민자의 규모에 대해 정확히 알 수는 없으나, 여러 추정치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말한 수치의 절반 정도다.

지난해 미 국토안보부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1월 현재 미국에 거주하는 불법 이민자 수는 1100만 명으로 추산된다.

그중 약 5분의 1이 2010년 이후에 입국했으나, 대부분은 그 이전, 일부는 1980년대 초에 입국했다고 한다.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3500억달러를 썼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지원에 대해 "우리는 아마도 3500억달러(약 504조원)을 지출했다 … 그리고 그들(유럽)은 1000억달러를 썼다. 얼마나 큰 차이인가"라고 주장했다.

BBC Verify 팀은 트럼프의 이 같은 3500억 달러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그 어떠한 증거도 찾을 수 없으며, 일부 수치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에 대한 모든 지원을 포함하면 유럽의 지원 규모가 미국보다도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미국은 단일 국가로서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최대 기여국이지만, 싱크탱크 '킬 연구소'는 유럽이 전체적으로는 미국보다 더 많은 돈을 지출했다고 밝혔다. 해당 연구에 따르면 2022년 1월 24일~2024년 말까지 유럽 전체가 우크라이나에 지출한 금액은 1387억달러였던 반면, 미국은 1197달러를 지출했다.

미 국방부는 1828억달러라고 제시하나, 이는 유럽 내 미군 활동을 포함한 더 넓은 범위의 금액일 뿐만 아니라, 여전히 트럼프 대통령이 말한 3500억달러보다 훨씬 작은 규모다.

BBC는 해당 금액이 어떻게 계산된 것인지 백악관에 문의했다.

정정: 해당 기사의 이전 버전에서 2024년 말 남서부 국경에서의 이민자 조우 건수가 9만6000건으로 감소했다고 언급했다. 이는 전체 조우 건수로는 맞지만, '국경 순찰대'가 기록한 수치는 4만7316건이다.

추가 보도: 샤얀 사다리자데, 앤서니 루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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