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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 전쟁 반대' 시위 컬럼비아대 졸업생, 석 달여 만에 석방

2025.06.21

컬럼비아대학교 졸업생이자 활동가인 마흐무드 칼릴이 3개월 넘게 구금된 뒤 보석으로 석방됐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가 학생 시위대를 단속하며 "잘못된 사람을 겨냥했다"고 전했다.

지난 20일(현지시간) 연방 판사는 칼릴이 도주 우려나 지역사회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며, 이민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석방될 수 있다고 판결했다.

칼릴은 지난해 컬럼비아대에서 벌어진 친팔레스타인 시위에서 앞장서 목소리를 냈으며, 그가 3월 8일 체포되자 뉴욕과 워싱턴 DC에서는 이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미국 정부는 칼릴의 활동이 미국 외교 정책을 방해한다고 주장하며 그를 추방하려는 조치를 취했다.

루이지애나 구금 시설에서 뉴욕으로 향하기 전, 마흐무드 칼릴은 기자들에게 자신이 가장 보고 싶은 사람은 아내와 아들이라고 말했다. 칼릴은 구금된 104일 동안 아들이 태어났다고 밝혔다.

그는 "정부가 정해준 1시간의 면회 시간만이 아들과 함께한 유일한 시간이었다"며 "이제는 시계를 보지 않고 아들, 그리고 아내 누르를 안아줄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또한 칼릴은 가자에서 이뤄지는 이스라엘의 군사 행동에 항의했다는 이유로 자신을 겨냥한 트럼프 행정부를 비판했다. 그는 "집단학살에 항의했다는 이유로 구금돼야 할 '적절한 사람'이란 있을 수 없습니다"라고 말했다.

칼릴은 이스라엘 또는 유대인을 직접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다. 이스라엘은 가자에서의 집단학살 혐의를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애비게일 잭슨 백악관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칼릴이 "사기 및 허위 진술"을 했으며, "미국 외교 정책 이익에 해를 끼치는 행동"을 했다고 주장했다.

백악관은 마이클 파르비아르츠 판사가 칼릴의 석방 명령을 내릴 권한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잭슨 대변인은 "항소심에서 정당함이 입증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며, 칼릴을 미국에서 추방하는 절차를 기대하고 있습니다"라고 밝혔다.

'두 가지 혐의'로 구금

미국 영주권자인 칼릴은 구금 중이던 동안 컬럼비아대학교를 졸업했다. 졸업식에는 그의 아내가 대신 참석해 학위를 수여받았다.

미국 정부는 칼릴에게 구체적인 범죄 혐의를 제기하지는 않았다.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이민 및 국적법의 거의 사용되지 않는 조항을 근거로 칼릴의 미국 내 체류가 "심각한 외교 정책상 악영향을 초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지난주 마이클 파르비아르츠 판사는 루비오의 구금 사유는 위헌일 가능성이 높다고 판결했으며, 미국 정부는 이 같은 논리에 따라 30세의 합법적 영주권자인 칼릴을 구금하거나 추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트럼프 행정부 측 변호인단은 칼릴이 2024년 영주권 신청 당시 정보를 누락한 혐의로 구금된 것이라고 새롭게 주장했다.

칼릴 측 변호인단은 미국 정부가 그의 시위 참여를 이유로 그를 표적으로 삼았으며, 이 과정에서 칼릴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그를 뉴저지 연방법원에 보석으로 석방하거나, 아내와 아기와 가까운 곳으로 이감해 달라고 요청했다.

마이클 파르비아르츠 뉴저지 지방법원 소속 판사는 지난 20일(현지시간) 약 두 시간 동안 진행된 심리 내내, 칼릴의 사건이 진행되는 동안 그를 계속 구금하겠다는 정부 측 요청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는 또한 칼릴이 두 번째 혐의로 체포·구금된 것에 대해 "매우 이례적"이라고 언급했다.

CBS 뉴스에 따르면 파르비아르츠 판사는 "합법적 영주권자가 남은 혐의 하나만으로 계속 구금되는 일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번 이민 혐의는 청원자의 시위 참여에 대한 처벌 수단으로 이용되려는 시도가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칼릴의 석방 조건에 따르면 그는 전자발찌를 착용할 필요가 없으며, 집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여권과 영주권 사본이 발급된다. 정부는 칼릴의 실제 여권은 계속 보관하며, 국제 여행은 금지된다. 그러나 뉴욕, 미시간, 뉴저지, 루이지애나 등에서의 재판 출석 및 변호인 면담을 위한 국내 이동은 허용된다. 워싱턴 DC로의 로비 및 입법 활동도 가능하다.

칼릴의 석방을 위해 법정에 출석한 뉴욕대학교 로스쿨 이민자 권리 클리닉 공동소장 알리나 다스는 "이 나라에서 의견을 말한다고 감옥에 갈까 두려워하는 일이 있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칼릴 씨가 마침내 가족과 재회하게 된 것을 매우 기쁘게 생각하며, 앞으로도 법정에서 그의 사건을 계속 싸워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칼릴의 아내인 누르 압달라 박사는 미국시민자유연맹(ACLU)을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3개월이 넘는 시간이 지난 지금, 우리는 마침내 안도의 한숨을 쉴 수 있게 됐고, 마흐무드가 나와 디인(아들) 곁으로 돌아오고 있다는 사실에 위안을 얻는다. 그는 결코 아들과 떨어져 있어선 안 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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