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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앞서던' 캐나다 보수당은 왜 패배했을까?

3일 전
포일리에브르 보수당 총재
Reuters
이번 캐나다 총선의 가장 큰 이변 중 하나는 피에르 포일리에브르 보수당 총재의 낙선이다

캐나다 보수당은 지난 28일(현지시간) 총선 패배 이후 내부적으로 책임을 전가하며 갈등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피에르 포일리에브르 대표는 당내 분열을 치유해야 할 과제를 안고 지도부를 유지하기 위한 싸움에 나섰다.

선거 당일 밤, 자유당의 승리가 분명해지자 보수당 후보들과 지지자들은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지" 질문을 던졌다.

보수당은 여론조사에서 최대 27%포인트까지 앞서 나갔지만 이를 지키지 못했고, 이번까지 네 번의 총선에서 내리 졌다.

물론 의석은 늘었고, 총득표율도 42%에 가까워 2003년 창당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포일리에브르는 20년 동안 지켜온 자신의 지역구에서 낙선했다.

"아무도 이 상황을 반기지 않고 있습니다." 온타리오 기반 컨설팅 회사 '오이스터 그룹'의 부사장이자 보수당 전략가인 샤키르 챔버스는 BBC에 이렇게 말했다.

보수당은 이제 앞으로의 진로를 고민하고 있다.

보수당의 가장 큰 과제는 하원에서 공식 야당의 책무를 수행하면서도, 지도자가 하원에 없는 상황을 어떻게 풀어갈 것인지 여부다.

이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다음 주 화요일 의원총회를 앞두고, 포일리에브르는 지난 2일(현지시간) "알버타 지역 보궐선거에 출마해 의석을 되찾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 특별 선거는 보수당 당선인 데이미언 큐렉이 "이번 선거운동은 놀라웠다"며 자진 사퇴 의사를 밝히면서 가능해졌다.

큐렉은 성명을 통해 "그의 지도력 아래 멈출 수 없는 운동이 성장했으며, 우리는 하원에서 싸워줄 포일리에브르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미국과 달리 캐나다에서는 연방 정치인이 반드시 출마 지역이나 주에 거주할 필요는 없다. 다만 포일리에브르는 알버타 출신이며, 해당 선거구는 보수당의 텃밭이기에 무난히 당선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문제는 포일리에브르가 당내 신뢰를 여전히 유지하고 있는지 여부다. 챔버스는 이에 대해 "지금까지는 명백하게 그렇다"고 말했다.

"포일리에브르는 의원단 내에서 많은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 그를 밀어내려 하거나, 차기 당대표 자리를 노리는 사람은 현재로선 없습니다."

보수당 내 주요 인사들 또한 그를 공개적으로 지지하고 있다. 전 당대표이자 현역 의원인 앤드류 쉬어는 "다음번엔 반드시 승리할 수 있도록 포일리에브르가 당대표직을 계속 맡아야 한다"고 밝혔다.

승리 연설을 하고 있는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
Reuters
지난달 28일 치러진 캐나다 총선에선 집권 자유당이 승리를 거둬 마크 카니 총리가 총리직을 이어가게 됐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 무엇이 잘못됐는지를 두고 비판도 이어진다.

토론토 외곽 지역구에서 무난히 당선된 자밀 지바니는 온타리오 주총리 더그 포드가 보수 운동을 배신했고, 이로 인해 당이 선거에서 패했다고 주장한다.

연방 보수당과 주 보수당은 법적으로는 별개의 조직이지만, 같은 이념적 틀 안에 속해 있으며, 포드는 온타리오 진보보수당의 대표다.

그는 선거운동 기간 동안 미국 전 대통령과의 무역 전쟁에 강경한 태도를 보이며 여러 차례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그는 우리 일에 끼어들지 않을 수가 없었던 모양이에요," 지바니는 한 기자에게 말했다.

지바니는 과거 미국 JD밴스 부통령과 같은 대학교에 다녔으며, 두 사람은 절친한 사이로 알려져 있다. 그는 포드가 연방 보수당의 선거운동에 방해가 되었으며, "자신을 우리가 본받아야 할 어떤 정치 천재처럼 포지셔닝했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보수당 전략가인 챔버스는, 포일리에브르 역시 당의 문제를 정면으로 마주해야 한다고 말했다.

더크포드 온타리오 주총리
Reuters
연방 보수당은 온타리오 주총리 더그 포드에게 선거 패배의 책임이 있다고 주장한다

공격적인 정치 스타일로 알려진 포일리에브르는 캐나다 대중에게 호감을 얻는 데 어려움을 겪어왔다.

또한 온타리오의 더그 포드와 같은 일부 주의 유력 보수 지도자들의 지지를 이끌어내는 데 실패했다. 포드는 올해 초 주 선거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거뒀음에도 불구하고 포일리에브르를 위해 유세에 나서지 않았다. 그는 대신 자유당 대표 마크 카니와 함께 커피를 마시는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제가 마지막으로 확인했을 땐, 포일리에브르는 우리 선거에 전혀 나오지 않았어요," 포드는 이번 주 초 기자들에게 말했다. "사실 그는 자기 측근들을 통해, 자기 당 의원들에게 '절대 도우러 나가지 말라'고 했죠. 아이러니하죠?"

또 다른 보수당 주총리인 노바스코샤의 팀 휴스턴 역시 포일리에브르를 위한 유세에 나서지 않았다. 그는 연방 보수당이 이번 패배를 계기로 자성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보수당은 사람들을 밀어내는 데는 능숙했지만, 끌어들이는 데는 서툴렀다고 생각합니다."휴스턴은 말했다.

모든 주총리가 방관한 것은 아니었다. 앨버타의 다니엘 스미스와 서스캐처원의 스콧 모 같은 서부 보수계 지도자들은 포일리에브르를 지지했다.

연방 보수당 내에서 논란을 일으킨 포드의 선거 참모 코리 테니크는, 포드가 포일리에브르를 공개 지지하지 않은 것이 선거 패배로 이어졌다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았다.

그는 BBC에, '더 큰 문제는 포일리에브르가 전국의 보수 유권자들을 하나로 묶는 데 실패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지역마다 보수의 정의는 서로 다를 수 있습니다," 그는 말했다. 그는 또 포일리에브르의 대중영합적이고 공격적인 스타일은 서부 보수층에게는 호소력이 있었지만, 동부 지역 유권자들을 멀어지게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그들은 선거운동 방식에서 트럼프를 많이 흉내 냈어요," 테니크는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는 캐나다인 대다수에게 공공의 적입니다. 그런 스타일이 잘 받아들여지지 않았어요."

그는 또한 포일리에브르와 연방 보수당의 자성 과정에는, 광대하고 다양한 캐나다에서 우파 연합을 어떻게 구축할 것인지에 대한 계획도 포함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자들이 당내 분열을 봉합하려면 무엇이 필요한지를 묻자, 포드는 "전화 한 통이면 됩니다"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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