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속 '유익균'을 보호하기 위해 먹어야 할 것
구강 미생물은 입속과 전신 건강을 지키는 핵심 열쇠다. 구강 미생물에 풍부한 영양을 공급하는 방법을 소개한다.
당분이 많은 음식은 입속 유해균을 증식시켜 충치를 유발한다는 사실은 누구나 잘 알고 있다. 하지만 피해야 할 음식뿐만 아니라 무엇을 먹어야 하는지도 알아야 입속 유해균을 줄일 수 있다. 과일부터 치즈에 이르기까지, 그동안 무심코 지나쳤던 입속 건강에 도움 되는 음식들을 알아보자.
최근 학계 연구들은 구강 미생물군집의 중요성에 주목하고 있다. 구강 미생물 생태계는 바이러스, 진균, 기타 미생물 등 700여 종에 달하는 다양한 세균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미생물들은 우리 건강에 큰 영향을 미치지만, 안타깝게도 별다른 관리 없이 방치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입속 미생물 관리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장 건강과 마찬가지로 식습관이 가장 핵심적인 요소다. 구강 건강을 지켜주는 올바른 식습관에 대해 알아두어야 할 점들을 정리했다.
번성하는 구강 생태계
미생물들은 입안에서 저마다 선호하는 서식지에 자리를 잡고 자신만의 생태적 입지를 구축한다. 어떤 세균은 치아 표면에 사는 반면, 어떤 세균은 혀를 선호하거나 치아와 잇몸 사이의 미세한 틈새에 자리를 잡는다.
그중 어떤 미생물은 반갑지 않은 불청객이다. 치아 표면에 서식하며 당분을 매우 좋아하는 스트렙토코쿠스 뮤탄스(Streptococcus mutans)가 대표적이다. 이 박테리아는 당분을 산으로 바꿔 치아를 보호하는 에나멜층을 부식시킨다. 이는 결국 치아에 구멍이 뚫리는 충치를 유발하는데, 미국인의 80% 이상이 30대 중반이 되기 전에 이를 경험한다.
입속 건강에 도움이 되는 유익균도 있다. 예를 들어 베이오넬라(Veillonella), 아크티노미세스(Actinomyces), 특정 스트렙토코쿠스(Streptococcus), 나이세리아(Neisseria)와 같은 유익균이 입안에 자리를 잡으면 유해한 병원성 균주가 침투하는 것을 막아줄 수 있다.
건강한 구강 미생물군집을 유지하는 것은 단순히 치아 건강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양치질을 정기적으로 하지 않거나 구석구석 꼼꼼히 하지 않으면 치아와 잇몸 사이에 미세한 틈새(치주포켓)가 생긴다. 산소가 부족한 이 공간은 포르피로모나스 진지발리스(Porphyromonas gingivalis)와 같은 유해균이 번식하기 최적의 환경이다.
잇몸에 정착한 포르피로모나스 진지발리스는 잇몸 질환을 유발할 뿐만 아니라 심혈관 질환, 우울증, 알츠하이머, 당뇨, 염증성 장 질환, 류마티스 관절염 등과 같은 문제와 함께 심지어 조산의 위험을 높인다. 최근 학계 연구에서는 구강 미생물군집의 불균형이 대장암 및 췌장암과도 깊은 관련이 있는 것으로도 밝혀졌다.
또한 미국에서 진행된 최근 연구에서는 참가자들의 침을 검사한 후 향후 암 발생 위험을 추적 관찰했다. 그 결과, 구강 내에 충치 관련 특정 세균이나 칸디다 효모균을 보유한 사람들은 췌장암에 걸릴 위험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장내 미생물과 마찬가지로, 구강 내에서도 다양한 미생물종이 공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증거들이 나오고 있다. 일례로 최근 한 연구에서는 구강 미생물의 다양성이 떨어질수록 우울증 위험이 높아진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건강한 미생물 생태계를 유지하기에는 양치질만으로는 부족하다. 우리가 섭취하는 모든 음식은 입속 미생물에게도 공급되며, 이는 어떤 균이 번성할지를 직접적으로 결정한다.
섭취해야 할 음식과 피해야 할 음식
피해야 할 간식이나 음료는 단연 당분이 많은 제품들이다. 당분은 충치를 유발하는 유해균의 훌륭한 먹이가 되기 때문이다. 정제된 탄수화물 역시 입안에서 쉽게 당으로 분해되므로 섭취를 줄이는 것이 좋다. 피해야 할 대표적인 녹말성 간식으로는 식빵, 크래커, 비스킷, 케이크, 프레첼 등이 있다.
입안으로 "유익균"을 끌어들이는 것은 두 가지 측면에서 유익하다. 우선 유익균은 충치 및 질환을 유발하는 유해균과 먹이 및 서식지를 두고 경쟁하여 유해균의 개체 수를 억제한다. 나아가 일부 유익균은 입안에 정착하려는 유해균을 직접 공격하기도 한다.
구강 미생물군집의 역사적 변화를 연구하는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립대학교의 로라 웨이리치 인류학 및 생명윤리학 교수는 "당분을 좋아하는 스트렙토코쿠스라는 큰 범주 안에는, 산을 거의 생성하지 않으면서 오히려 산을 만들어내는 유해균을 공격하는 박테리아도 있다"고 말했다.
웨이리치 교수는 이어 "이 박테리아는 마치 독립운동가와 같다"며 "자체적으로 천연 항생물질을 생성하기 때문에 이 세균을 보유하고 있다면 구강 건강을 효과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유익균인 스트렙토코쿠스 살리바리우스(Streptococcus salivarius)는 원치 않는 다양한 미생물을 제거하는 단백질을 만들어내는데, 이 중에는 기존 항생제에 내성을 가진 병원균까지 포함된다.
건강한 구강 미생물군집을 형성하는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는 녹색 잎채소를 충분히 섭취하는 것이다. 케일과 시금치, 비트, 무와 같은 채소에는 질산염이 풍부하게 들어있다. 질산염은 입안의 나이세리아(Neisseria) 박테리아에게 훌륭한 먹이가 된다. 구강 미생물들은 이 질산염을 아질산염으로 전환하고, 이는 체내에서 다시 질산으로 변환된다. 질산은 혈액을 따라 순환하며 혈압을 낮춤으로써 심혈관 건강을 돕는다. 실제로 한 임상시험에 따르면, 2주 동안 하루 두 번 질산염이 풍부한 비트즙을 마신 고령층의 혈압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흥미롭게도 마늘을 씹어 먹는 것 역시(입냄새에는 도움이 되지 않더라도) 구강 건강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마늘에는 충치와 잇몸 질환을 유발하는 세균을 공격하는 알리신이라는 화합물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채식 위주의 식단을 유지하는 것 또한 다른 방식으로 구강 미생물군집에 유익하다. 식물에 함유된 폴리페놀(polyphenol)이라는 화합물 덕분이다. 기온이 너무 높거나 낮아지거나 햇빛이 강렬해질 때, 동물은 더 쾌적한 곳으로 이동할 수 있다. 하지만 식물은 이동할 수 없기에, 외부 자극으로부터 자신의 세포와 조직을 보호하고자 폴리페놀이라는 강력한 항산화물질을 스스로 만들어낸다.
폴리페놀은 유해균으로부터 식물 자신뿐만 아니라 인체를 보호하는 역할도 한다. 여러 연구에 따르면, 찻잎에 포함된 폴리페놀은 충치와 잇몸 질환을 유발하는 "나쁜" 구강 세균을 억제한다. 또한 이들이 서로 뭉치거나 치아 표면에 들러붙는 것을 방지하는 것으로 연구에서 나타났다.
입속 병원균을 퇴치하는 식품을 중점적으로 연구하는 미국 일리노이 대학교 시카고 치과대학의 크리스틴 우 교수는 "폴리페놀은 치태의 끈적거림을 유발하는 특정 효소를 억제한다"고 말했다.
우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차를 마시는 습관은 혀 뒷부분에 서식하며 입냄새를 유발하는 세균의 증식을 억제하는 데도 효과적인 것으로 밝혀졌다.
각종 과일과 짙은 색의 베리류 역시 폴리페놀이 풍부한 대표적 식품이다. 당분과 산도가 높은 과일이 예상과 달리 구강 건강에 이로울 수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우 교수의 연구는 크랜베리 주스를 마시면 치태 형성을 막고 충치 및 치주 질환과 관련된 세균을 억제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꿀 또한 폴리페놀이 풍부하여 치태 형성을 방지하고 충치 유발 세균에 맞서는 데 도움을 주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한편, 치즈를 씹어 먹는 것 역시 구강 미생물 생태계에 다양한 이점을 준다.
이탈리아 연구진이 진행한 소규모 연구에서 참가자 9명에게 5일 동안 매일 그라나 파다노(Grana Padano) 치즈를 섭취하도록 했다. 연구가 끝날 무렵, 연구진은 참가자들의 구강 내 세균 생태계 유전 특성에 의미 있는 변화가 일어난 것을 확인했다. 당분을 좋아하는 충치균인 스트렙토코쿠스 뮤탄스는 감소한 반면, 건강한 구강에서 주로 발견되는 스트렙토코쿠스 상구이니스(Streptococcus sanguinis)는 증가한 것이다.
게다가 치즈는 뮤탄스균이 일으키는 치아 손상을 일부 완화해 주기도 한다.
우 교수는 "치즈는 우유의 영양 성분을 모두 함유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고체 형태라 씹는 과정에서 침 분비를 촉진하므로 매우 뛰어난 식품"이라고 말했다. "침은 치아나 입안에 남은 당분을 씻어내고, 알칼리성을 띠어 세균이 만들어낸 산을 중화해 줍니다."
우유를 발효시켜 만든 시큼하고 톡 쏘는 음료인 케피어 같은 발효식품 역시 구강 미생물군집에 유익하다. 유해균과 경쟁하는 유익균이 풍부하게 들어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최근 발표된 종합 연구에 따르면, 발효유 제품인 케피어를 섭취하면 특정 구강 병원균을 억제하고 이들이 끈적거리는 생물막을 형성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하지만 이탈리아 카타니아 대학교의 치주학 교수 가에타노 이솔라는 구강 건강을 위한 단 하나의 "슈퍼푸드"는 존재하지 않으며, 전반적인 식습관이 훨씬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솔라 교수는 "정제당과 쉽게 발효되는 탄수화물을 지속적으로 섭취하면, 산을 생성하고 산성 환경에 강한 미생물에게 유리한 조건이 형성된다"고 말했다. 이러한 식습관이 지속되면 시간이 지남에 따라 구강 미생물 생태계의 균형이 완전히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이다.
"반대로 정제당 섭취를 줄이고 식물성 식품, 섬유질, 복합 탄수화물이 풍부한 식단을 유지하면 안정적인 구강 생태계를 만드는 데 훨씬 큰 도움이 됩니다."
이솔라 교수가 제안하는 쉽고 실용적인 조언은 정제 탄수화물 대신 채소, 생과일, 콩류, 통곡물과 같은 식물성 식품을 적극적으로 선택하는 것이다.
이솔라 교수가 참여한 최신 연구에 따르면 과일, 채소, 통곡물, 건강한 지방 중심의 지중해식 식단을 철저히 지킨 사람일수록 잇몸 질환의 심각도가 낮은 경향을 보였다. 반면 지중해식 식단을 멀리한 환자들은 잇몸 질환이 더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특히 적색육을 자주 섭취하는 사람들에게서 이러한 경향이 더욱 두드러졌다.
적색육과 잇몸 질환 사이의 정확한 연관성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고기의 단백질이 포르피로모나스 진지발리스(P. gingivalis)와 같은 유해 미생물이 번식하기 좋은 구강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는 추정 등이 제시되고 있다.
물론 양치질과 치실 사용은 여전히 필수적인 습관이다. 치실 사용은 치주 병원균인 스트렙토코쿠스 뮤탄스의 농도를 낮추는 데 기여하며, 치아와 혀를 깨끗이 닦아내는 것은 치과 질환 유발 미생물을 유의미하게 줄여준다.
아직 학계에서는 시중에서 쉽게 구매할 수 있는 일반 구강청결제가 구강 미생물군집에 정확히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명확히 규명하지 못했다. 미래에는 구강청결제가 단순히 세균의 전체 수량을 줄이는 것을 넘어, 미생물 생태계의 균형을 다듬는 용도로 활용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다만 클로르헥시딘(chlorhexidine) 성분이 포함된 일부 의약품용 구강청결제는 구강 미생물의 균형을 깨뜨릴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물론 이러한 제품 역시 단기적으로는 잇몸 질환 및 특정 구강 질환을 치료하는 데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
하지만 구강 미생물군집을 더 건강하게 가꾸기 위해 우리가 활용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는 단연 올바른 음식을 섭취하는 것이다.
웨이리치 교수는 "누구나 아는 진부한 이야기처럼 들릴 수 있지만, 결국 채소와 녹색 잎채소, 질 좋은 단백질이 풍부한 균형 잡힌 식단을 유지하고 당분, 특히 단 음료의 섭취를 제한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오늘 한 끼는 신선한 샐러드나 고급 치즈 한 접시에 따뜻한 차 한 잔을 곁들여 보는 건 어떨까? 이러한 식사는 전신 건강을 챙겨줄 뿐만 아니라, 입안에서 살아가는 유익균들까지 미소 짓게 만들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