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서 134명 태운 여객선 화재… 80명 이상 실종 상태
필리핀 해안경비대가 지난 9일(현지시간) 저녁 여객선에서 화재가 발생해 최소 5명이 사망하고 86명이 실종됐다고 밝혔다.
화재는 승객 117명과 승무원 17명을 태우고 수도 마닐라에서 출항한 'MV 준 아스터'호가 인기 관광지인 코론에 거의 도착할 무렵 시작됐다.
현지 시각으로 오후 6시 45분에 치솟은 불길은 다음날인 10일 오전 11시 현재까지도 계속 잡히지 않고 있다.
해안경비대는 빠른 조류와 짙은 연기로 인해 진화가 쉽지 않다고 밝혔다.
한 생존자는 2시간 동안 바다에 떠 있다가 구조됐다고 토로했다. 롤랜드 레르마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바닷물이 차가웠다. 구조가 조금만 늦어졌더라도 분명 죽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일(9일) 밤 해안경비대가 공개한 영상 속 여객선은 화염에 휩싸여 있으며, 생존자들이 선박과 바닷물에서 구조정으로 옮겨지고 있다.
해안경비대는 화재 원인에 대해서는 현재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다만 생존자들과의 초기 면담 결과, 불길이 컨테이너나 화물을 보관하는 화물창에서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고 한다. 또한 일부 승객들은 구명조끼를 착용하지 않은 상태였다는 설명이다.
현재까지 43명이 구조됐으나 부상자 수는 아직 파악되지 않았다.
생존자 중 7명은 의료 서비스가 더 잘 갖춰 인근의 더 큰 섬인 쿨리온으로 이송됐다.
한 응급 구조대원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코론에서 이런 재앙은 본 적이 없다며, "정말 가슴이 미어진다"고 했다. 그는 자신도 "어젯밤 부상자들을 병원으로 옮기고 이송했다"며 해당 여객선은 목적지까지 1시간을 남겨둔 상태였다고 전했다.
생존자들은 마르실라 바로 북쪽에 위치한 투르다 바랑가이 소재 대피소로 이송됐으나, 이들의 부상 정도는 아직 불분명하다.
아넬린 마그바누아도 사랑하는 가족의 소식을 애타게 기다리는 이들 중 하나다.
마그바누아의 남편 말론은 학교에 다니는 두 자녀를 만나기 위해 수도 마닐라에며칠간 머물고 있었다.
마그바누아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여객선이 코론 항구에서 약 2시간 거리에 있는 한 마을 근처를 지나갈 때 남편과 마지막으로 연락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어제 저녁 6~7시 사이 페리가 부두에 도착하리라 예상했다"며 일찍 잠자리에 들었으나 사촌으로부터 남편이 탄 여객선이 불이 났다는 소식을 들었다고 덧붙였다.
이어 "심정을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다. 어젯밤부터 계속 울며 기도만 할 뿐"이라고 했다.
생존자 중에 남편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품고 코론의 한 병원을 찾았으나, 아직 실종 상태다.
"지금도 2살 난 아들을 데리고 그 병원 밖에 있다"는 "우리에게는 서로밖에 없다"고 호소했다.
라이 가르시아는 실종자 명단 중 친인척이 3명이나 된다.
그의 처남(또는 다른 인척)의 누이인 매 로레인 갈레라-나보아는 남편 엘리저 나보아와 세 살 난 딸 히라야 조이와 함께 아버지의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루손에 간 상태였다.
이들 가족이 선박을 타고 팔라완의 엘니도로 귀가하던 중 화재가 발생했다.
가르시아는 "아직 아무런 소식도 듣지 못했다"며 "그래서 최신 소식을 접하고자 지역 뉴스 게시물에 댓글을 달아야 했다"고 했다.
"여전히 가족들이 살아 있다는 희망을 버리지 않았으며, 이들의 안전을 위해 기도할 뿐입니다."
가르시아와 가족들은 실종된 친척들과 관련한 정보를 얻고자 포스터도 제작했다. 매가 가까운 친척들에게 보여주고자 선박에서 촬영해 보내온 사진을 포스터에 사용했다.
다른 이들도 실종된 가족에 대한 정보를 요청하며 필리핀 해안경비대 페이스북 페이지에 글을 올리고 있다.
"제발 누이를 찾아달라"는 댓글도 눈에 띄었다.
한편 7100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군도인 필리핀에서는 해상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한다.
섬 사이를 잇는 여객선은 항공편으로는 접근할 수 없는 일부 섬들 사이를 오가는 시민과 화물을 운송하는 저렴한 수단이다.
하지만 악천후, 몬순, 태풍 등으로 인해 항해 조건이 악화할 위험이 항상 존재한다. 필리핀은 매년 평균 태풍 20개의 영향권에 든다.
게다가 과거 사례를 살펴보면 부실한 안전관리 및 미흡한 안전규정 집행도 사고 원인으로 지목됐다.
2023년에는 필리핀 남서쪽 끝자락에서 여객선에 화재가 발생해 31명이 사망했다. 당시 'MV 레이디 메리 조이' 3호는 남부 주요 섬인 민다나오의 잠보앙가시에서 바실란 섬으로 향하던 중이었다.
그러나 이번 사건으로 현재까지 86명이 실종된 상태인 만큼, 이번 여객선 참사는 최근 몇 년간 필리핀에서 발생한 최악의 참사 중 하나로 기록될 가능성이 있다.
추가 보도: 조엘 구인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