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 가장 매력적인 80대? … 심사위원들이 주목한 미스 유니버스 최고령 참가자
80대가 되면 어떻게 지내고 싶은가?
정원을 가꿀 수도 있고, 외국어를 배울 수도 있고, 종종 여행을 다니거나, 손주들과 함께 시간을 보낼 수도 있다.
아니면 세계 무대에서의 모델 경력을 시작해보겠다는 목표를 품고 미인대회에 참가해 볼 수도 있다.
최순화 씨에게 이는 생각해 볼 것도 없는 쉬운 결정이었다.
올해 81세인 최 씨는 올해 말 멕시코에서 열릴 ‘2024 미스 유니버스’ 대회 본선에 출전을 꿈꾸며 자신의 나이의 4분의 1에 불과한 여성들과 함께 ‘미스 유니버스 코리아’ 대회에 출전했다.
왜 이 같은 결정을 내렸을까?
과거 병원에서 근무했던 최 씨는 무대에서 내려온 직후 BBC와의 인터뷰에서 “자녀를 키우고 나니, 삶의 난관을 겪고 나니, 두 사람만 남게 됐다. 그리고 그때가 바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아야 할 때”라고 설명했다.
“일단 하고 싶은 일을 찾으면 바로 그게 여러분의 삶을 이끄는 에너지가 됩니다. 그렇게 되면 태도도 긍정적으로 변하고, 사람들과 건강한 인간관계를 구축할 수 있고, 결과적으로 삶의 질도 높아집니다.”
그리고 최 씨에게 하고 싶은 일은 바로 모델 일이었다. 72세였던 당시, 어느 환자로부터 모델 일을 해보라는 제안을 들은 이후부터 줄곧 그랬다.
이 같은 제안은 최 씨에게 수년간 이어지며 자신과 가족을 벼랑 끝으로 몰고 갔던 경제적 위기를 딛고 다시 도약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불어넣었다.
그 후 몇 년 동안 패션위크의 런웨이에 서는 등 한국에서는 꽤 얼굴을 알렸으나, 외국에서 모델 커리어를 시작한다는 건 쉽지 않았다.
그러던 중 올해 초, 유명한 미인대회이자, 최 씨가 태어나고 9년 뒤부터 시작된 ‘미스 유니버스’의 조직위원회가 28세 이하만 참가 가능하다는 기존의 연령 제한 규정을 폐지하기로 결정하면서 최 씨는 바로 참가 기회를 포착해 뛰어들었다.
최 씨는 미스 유니버스 역대 최고령 참가자이다.
최 씨는 “상상조차 할 수 없던 일”이었다면서, “지난 몇 년간 모델로서 국제 무대에 서 볼 수 있길 바랬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명확한 경로나 가이드라인이 없었습니다. 그러던 중 미스 유니버스 대회에 더 이상 연령 제한이 없어지면서 세계 무대에 진출하겠다는 목표를 품고 참가할 수 있게 됐습니다.”
최근 몇 년 동안 미스 유니버스 측은 연령 제한 외에도 기혼 여성, 트랜스젠더 여성, 싱글맘 등의 참여를 허용하는 등 다양성을 추구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최 씨 출전은 참가자들 사이에서도 큰 반향을 일으켰다.
최 씨는 “다른 참가자들이 날 보고 놀라워했다. 내가 80세라고 하니 ‘저도 할머니처럼 나이 들고 싶다’며 감탄했다”고 회상했다.
그리고 최 씨가 바라던 것처럼 그의 출전 소식은 국제적인 관심을 불러일으켰고, 최 씨는 전 세계 언론사의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그러나 최 씨는 바라던 멕시코행 티켓은 얻지 못했다. 2024 미스 유니버스 코리아의 왕관은 한아리엘(22) 씨에게 돌아갔다.
하지만 최 씨도 ‘베스트 드레서’ 상을 받았기에 빈손으로 돌아오진 않았다.
최 씨는 “참가할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놀랍고, 영광스러운 경험”이라면서 자신을 필두로 더 많은 나이 든 여성들이 미인 대회 왕관을 놓고 경쟁하고, 더 나아가 미의 기준에 도전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아직은 새로운 분야이기 때문에 화제가 되고 있지만, 더 많은 나이 든 사람들이 출전하면 우리에 대한 관점이 바뀔 것이고, 나이 든 이들도 국제 대회에 출전할 수 있는 시대가 올 것”이라는 최 씨는 “그러나 지금은 아직 젊은 사람들이 무대에 오를 때”라고 했다.
그리고 앞으로 상황이 어떻게 되든, 최 씨는 자신의 가장 열렬한 팬은 각각 23, 24살 난 손자들임을 알고 있다.
“손자들은 늘 제게 ‘우리 할머니 진짜 멋있고, 예쁘고, 아름답고, 최고예요!’라고 응원해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