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 '매일 미 대선 경합주 유권자 1명에게 약 14억원 지급'에 우려 확산
미국의 테크 억만장자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오는 11월로 예정된 미국 대선일까지 주요 경합주 펜실베이니아의 등록 유권자 중 매일 1명을 뽑아 100만달러(약 14억원)를 주겠다고 밝혔다.
머스크가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의 당선을 위해 설립한 캠페인 단체인 ‘아메리카PAC’가 주도하는 수정 헌법 지지 청원서에 서명한 사람 중 무작위로 매일 1명씩 당첨자를 뽑을 예정이다.
이 같은 복권형 수표는 지난 19일(현지시간) 밤에 열린 타운홀 행사에서 처음 전달됐으며, 당첨자는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
카멀라 해리스 대선 후보를 지지하는 민주당 소속 조쉬 샤피로 펜실베이니아 주지사는 머스크의 이 같은 제안에 대해 “매우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샤피로 주지사는 NBC 뉴스의 ‘밋 더 프레스’와의 인터뷰에서 사법 기관이 이 경품 지급에 대해 조사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번 대선 결과를 좌우할 주요 경합주인 펜실베이니아, 조지아, 네바다, 애리조나, 미시간, 위스콘신, 노스캐롤라이나의 유권자라면 해당 행사에 참여할 수 있다.
캘리포니아대학교 로스앤젤레스(UCLA) 로스쿨의 교수이자 유명 선거법 전문가인 릭 한센은 자신의 블로그 ‘개인 선거법’에 머스크의 이 같은 제안에 대해 자신은 “명백히 불법”이라고 본다고 적었다.
미 연방법에 따르면 “유권자 등록 혹은 투표를 위해 대가를 지급하거나, 제안하거나, 수락”하는 자는 벌금 1만달러 혹은 징역 5년 형에 처해질 수 있다.
현재 머스크가 펜실베이니아 유권자들에게 청원 서명을 요청하고 있는 것이기는 하나, 한센 교수는 이 같은 전략의 의도에 의문을 제기했다.
“청원서 서명 참여 자격이 무엇인가? 경합주에 등록된 유권자만 서명할 수 있는데, 이는 불법”이라는 설명이다.
표현의 자유와 총기 소지 권리 보장을 요구하는 내용의 해당 청원에 서명하는 이들은 자신의 연락처를 제공해야 하는데, 이를 통해 아메리카PAC가 연락할 수 있다.
BBC는 머스크 CEO와 아메리카PAC에 이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보통 캠페인과 정치 활동 단체 등은 청원 서명, 설문조사 요청, 상품 구매 등의 전술을 구사하며 방대한 규모의 유권자 정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한다. 이러한 데이터는 유권자 표적화의 정확성을 높이거나, 이미 참여하고 있는 지지자들로부터 자금을 모금하는 데 사용될 수 있다.
머스크는 펜실베이니아주에서는 유권자들에게 청원에 서명하면 100달러를 주고, 또 다른 사람에게 서명을 추천하면 추가로 100달러를 주겠다고 약속했다. 다른 경합주의 경우 추천인 1명당 47달러(약 6만5000원)를 받는다.
이는 미국 선거법의 허점을 이용한 것일 수도 있다. 왜냐하면 트럼프의 유권자일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을 식별할 수 있는 과정에 돈이 들어간 것이긴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직접적으로 투표하라고 돈을 받은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특정 후보에게 지지하라고 돈을 건네는 것은 물론 단순히 투표 독려를 위해 돈을 건네는 것도 불법이다.
이에 따라 지난 2008년 대선 당시 유명 아이스크림 제조 업체 ‘벤&제리스’는 원래 선거 당일 ‘투표했습니다’는 스티커가 있는 사람들에게만 무료로 상품을 나눠주려고 했으나, 결국 모두에게 나눠줘야만 했다.
한편 지난 20일 유세에 나선 트럼프는 머스크의 이 같은 경품 제공 행사에 대한 질문을 받자 “자세히 모른다”면서 머스크와는 자주 이야기를 나누며, “친구” 사이라고 덧붙였다.
‘스페이스X’, ‘테슬라’의 설립자이자 X(구 ‘트위터’)의 소유주이기도 한 머스크 CEO는 트럼프 후보의 핵심 지지자로 부상했다.
지난 7월에는 트럼프의 선거 운동을 지원하고자 아메리카PAC을 설립하기도 했으며, 머스크가 현재까지 7500만달러(약 1028억원)를 기부한 해당 단체는 트럼프의 대선 캠페인의 핵심으로 급부상했다.
트럼프 측은 유권자들의 지지를 얻고자 아메리카PAC과 같은 외부 단체에 많이 의존하고 있다.
아메리카PAC의 웹사이트에는 ‘우리는 안전한 국경, 안전한 도시, 합리적인 지출, 공정한 사법 시스템, 표현의 자유, 자기 보호 권리와 같은 핵심 가치를 지지하고자 설립됐다’는 선언서가 올라와 있다.
머스크는 “경합주에서 유권자 100만 명, 혹은 200만 명 이상이 수정헌법 1조(표현의 자유) 및 2조(총기 휴대 및 소지의 권리)를 지지하는 청원에 서명하기를 바란다”고 면서 “이는 미국의 선출직 정치인들에게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에 따르면 머스크는 현재 추정 순자산이 2480억 달러(약 339조원)에 이르는, 세계에서 가장 부자인 인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