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전쟁: 트럼프 15개 항 전쟁 종식안...이란은 왜 거부했나
이란 국영 방송 프레스 TV는 테헤란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전쟁 종식 15개 조항을 거부했다고 전했다.
이 매체는 익명의 "고위 정치·안보 관계자"를 인용해, 이란이 전쟁을 끝내기 위한 독자적 조건 다섯 가지를 제시했으며 여기에는 전쟁으로 인한 피해 보상 요구도 포함된다고 보도했다.
이 조건들은 미국 관리들이 해당 문건의 존재를 인정한 뒤 이스라엘 채널 12가 공개한 트럼프의 제안과는 전혀 닮지 않았다. 해당 제안에는 이란이 핵무기를 개발하지 않겠다고 약속하고, 전략적 요충지인 호르무즈 해협을 재개방하는 내용 등이 포함돼 있다.
전쟁은 지난달 28일 미군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시작됐으며, 이후 이란은 걸프 지역 미국 동맹국들을 공격하며 전선을 확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이란이 협상에 "절박하다"고 말하며, 이란 측 협상단이 미국에 "대단히 의미 있는 선물"을 줬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 "선물"이 석유와 가스, 그리고 호르무즈 해협과 관련된 것이라고만 밝혔고 구체적 내용은 설명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란 의회 의장은 협상 가능성 자체를 일축했다.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의장은 X(옛 트위터)에 "미국과 어떤 협상도 진행된 바 없으며, 미국과 이스라엘이 수렁에서 벗어나기 위해 금융 및 석유 시장을 조작하는데 가짜뉴스가 이용되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의 계획에는 무엇이 담겼나?
이스라엘 채널 12에 따르면, 전쟁을 끝내기 위해 이란은 여러 요구 사항을 충족해야 한다.
이 요구들은 전쟁 개시의 주된 명분으로 미국이 제시해온 핵심 논리에 집중돼 있다. 핵무기 개발 중단과 미사일 프로그램의 위협을 제거하는 것이다. 이란은 항상 이를 부인해 왔다.
제안서에 따르면, 이란은 "핵무기를 추구하지 않겠다고 약속"하고 핵 시설을 해체하며, 보유 중인 농축우라늄을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넘겨야 한다. IAEA는 향후 관련 사안을 감독하게 된다.
또 이란은 미사일 프로그램의 사거리와 수량을 제한하는 데 동의해야 한다.
이와 함께 이란은 레바논의 헤즈볼라, 가자지구의 하마스, 예멘의 후티 등 지역 내 대리 세력에 대한 자금 지원을 중단해야 한다.
이어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을 다시 개방해 "자유로운 해상 통로"로 기능하게 해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전 세계 석유·가스 공급량의 5분의 1이 통과하는 이 해협의 봉쇄는 국제 유가 급등과 경기침체 우려를 불러왔다.
이 계획에 따르면 국제사회가 부과하고 있는 대이란 제재는 해제될 것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이란이 핵시설 사찰을 중단한 이후, 지난해 11월 전면 제재가 다시 부과되고 있다. 이는 이스라엘과 미국이 이란 핵시설·군사시설을 폭격한 직후였다.
이란의 맞제안은 무엇인가?
프레스 TV에 따르면, 이란은 전쟁 종식을 위해 조건 다섯 가지를 제시했다.
여기에는 "적의 공격과 암살 행위"의 완전한 중단이 포함된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그의 측근들은 종종 "문어의 머리를 자르겠다"고 표현해 왔다. 전쟁 첫날 대규모 공습으로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가 사망한 이후 이란 고위 인사들이 잇따라 사망했다.
또 다른 조건으로는 "이슬람 공화국에 전쟁이 다시 재개되지 않도록 보장하는 구체적 메커니즘"이 제시됐다. 다만 어떤 보장이 가능한지, 또 어떤 국가가 참여하고 이를 감시할지는 명확하지 않다.
경제적 측면에서 이란은 전쟁 피해 보상 및 배상금을 요구하고 있으며,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단독 통제권 유지를 요구하고 있다.
핵심적으로 테헤란은 이스라엘이 지역 내 이란 우군에 대한 공격을 중단할 것을 원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헤즈볼라에 대한 공세를 강화해 왔으며, 북부 이스라엘에 대한 공격이 중단될 때까지 레바논 내 확대된 완충지대에 군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프레스 TV는 익명의 관계자를 인용해 이러한 조건이 지난달 제네바 협상 당시 이미 제시됐던 요구사항에 추가된 것이라고 말했다.
전쟁의 끝이 보이기 시작했는가?
향후 협상이 열린다면 트럼프 대통령의 평화 특사인 스티브 위트코프와 대통령 사위 재러드 쿠슈너가 주도할 가능성이 크다.
보도된 미국의 평화안은 가자지구에서 2년 넘게 이어진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투를 종식시키기 위해 사용된 방식과 유사한 형태를 띠는 것으로 보인다.
이 방식이 적용된다면, 협상가들이 미국이 제안한 초안의 세부 사항을 조율할 수 있도록 먼저 휴전이 선언돼야 한다.
이스라엘 채널 12는 이스라엘 지도부가 아직 이 단계에서 대이란 공격을 중단하는 데 만족하지 않을 수 있다고 전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가자 협상 당시에도 휴전에 유사한 우려를 보인 바 있다.
이스라엘 니르 바르카트 경제장관은 BBC에 이란이 트럼프의 조건에 동의할 가능성은 낮다며 "협상이 있든 없든 이번 국면이 끝날 때 우리는 목표를 달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란 측에서는 누가 협상에 참여할지도 불분명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적절한 사람들과 협상하고 있다"고만 밝혔을 뿐, 구체적인 인물은 언급하지 않았다.
이란의 새 최고지도자 모즈타다 하메네이는 부친 사망 당시 공격으로 부상을 입은 이후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기 때문에 그가 협상에 참여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이란 현 지도부는 미국과 어떤 협상에도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으며, 이는 최근 외무장관의 잇따른 발언에서도 확인된다.
양측은 최근 공격이 시작되기 전까지 새로운 핵합의를 위한 협상을 진행하고 있었고, 일부 진전도 보고된 바 있다.
한편 수천 명의 미군이 이란으로 향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의 평화 제안이 제시됐다.
이들의 임무는 명확히 알려지지 않았으나, 호르무즈 해협을 개방하거나 이란 영토 일부를 확보하려는 작전에 투입될 수 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