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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가 BBC에 걸어온 깜짝 인터뷰 전화. 어떤 이야기 오갔나?

1일 전
카메라에 손을 흔드는 도널드 트럼프
Getty Images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자주 예고 없이 기자들에게 전화를 건다. 트럼프 대통령은 카메라 앞에 앉아 진행하는 정식 인터뷰보다는 즉흥적인 전화 인터뷰를 더 선호하는 듯하다.

지난 14일 저녁, 내 차례가 됐다. 솔직히 말하자면, 백악관에서 전화가 왔을 때 나는 자고 있었다.

펜실베이니아 버틀러에서 있었던 암살 시도 1주년을 맞아 트럼프 대통령과 인터뷰할 약간의 가능성이 있다는 말을 들은 지 닷새가 지났을 때였다.

당시 총격 사건에 대한 나의 보도가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덕분에 대통령의 눈에 띄었을 수 있다. 그래서 그 보도가 대통령 인터뷰를 성사시킬 수 있는 연결 고리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참고로 외신 기자가 미국 대통령과 단독 인터뷰를 하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13일 밤, 나는 곧 대통령의 전화를 받을 수 있다는 연락을 받았고, 팀원들과 함께 녹음을 준비하며 대기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 전화는 오지 않았다.

그리고 14일 저녁, 나는 인터뷰가 불발됐다고 생각했다. 지난 몇 주간 휴일도 없이 현장을 누빈 탓에 지쳐서 잠깐 눈을 붙이고 있었다. 그때 전화벨이 울렸다.

비몽사몽인 상태로 전화를 받자, 백악관 대변인 캐롤라인 레빗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안녕하세요, 게리. 대통령님이 옆에 계십니다. 연결해 드릴게요."

나는 거실로 달려갔고, 간신히 디지털 녹음기를 찾아냈다. 갑자기 전화가 끊겨서 인터뷰 기회를 날린 줄 알았다. 하지만 다행히 곧 다시 연결됐고, 나는 트럼프 대통령과 거의 20분간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통화에는 버틀러에서 있었던 운명의 밤부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대한 불만, 나토(NATO ·북대서양조약기구)에 대한 새로운 생각, 영국에 대한 관점까지 모든 것이 담겼다.

아래는 깜짝 전화 통화의 다섯 가지 핵심 내용이다.

1. '버틀러 사건'을 언급하며 드러난 트럼프의 다른 모습

트럼프는 몇 가지 주제에 대해 깊은 생각에 잠긴 모습을 보였다. 암살 시도에 관해서 이야기할 때는 약한 모습이 비치기도 했는데, 이에 관해 얘기하는 것이 불편한 기색이 역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즉흥 발언을 쏟아내는 모습으로 널리 알려졌고 지지자들은 그의 그런 모습을 사랑한다. 하지만 이번 통화에서는 드물게 신중한 침묵과 긴 생각의 순간들이 있었다.

암살 시도가 그를 바꿨는지 묻자, 대통령은 최대한 그 일을 생각하지 않으려 한다며 약간은 약한 모습을 내비쳤다.

"그 일을 계속 곱씹고 싶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만약 그렇게 하면 인생이 바뀔 수도 있는데, 그러고 싶지 않거든요."

그는 "긍정적 사고의 힘, 혹은 긍정적 무(無)사고의 힘"을 좋아한다고 덧붙였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신뢰하는지 물었을 때도 그는 긴 침묵 끝에 이렇게 답했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거의 아무도 믿지 않습니다."

2. 미국 내 강제 추방 수치 관련해서는 확답 안 해

미국 국내 정치로 화제를 돌려, 나는 대통령에게 대규모 추방 계획이 예정대로 진행되고 있는지 물었다. 속도만을 묻는 게 아니라, 대통령이 추방을 원치 않을 사람들까지 휩쓸려 나가는 상황까지 고려한 질문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팀이 공약을 "훌륭하게" 이행하고 있다며 멕시코 국경을 넘어 들어오는 이민자 수가 크게 줄어든 점을 강조했다.

트럼프 측근 일부는 추방이 너무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고 불만을 표해왔다. 나는 그의 두 번째 임기 동안 어느 정도의 추방 건수가 성공의 기준이 될지를 물었지만, 트럼프는 구체적인 숫자는 제시하지 않았다.

"나는 숫자를 정하지 않습니다. 다만 범죄자들을 신속히 내보내길 원하고 있고, 잘 아시듯이 실제로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추방한 사람들을) 엘살바도르를 비롯해 여러 나라로 보내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3. 푸틴에 대해 커진 불만

트럼프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 대한 불만도 드러냈다. 그는 이날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합의가 50일 이내에 이루어지지 않으면 러시아를 대상으로 2차 경제 제재를 가하겠다고 위협한 뒤였다.

수년 동안 이어진 우크라이나 전쟁을 신속히 끝내겠다는 공약으로 대선에 나섰던 트럼프는 러시아와의 합의가 아직 성사되지 않은 상황을 답답해하는 듯했다.

그는 푸틴의 말과 행동 사이의 간극을 다시 한번 지적했다. "나는 네 번이나 합의가 끝났다고 생각했는데, 집에 돌아가 보면 (러시아가) 키이우의 양로원이나 다른 어떤 곳을 공격했다는 소식이 들려오더군요. '대체 합의는 뭐였지?'라고 생각했습니다."

푸틴을 믿을 수 있느냐는 질문에도 그는 잠시 침묵에 잠긴 뒤 "솔직히 말해서 나는 거의 아무도 믿지 않는다"라고 답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유럽 지도자들은 푸틴이 전쟁을 끝낼 의지가 없다고 오래전부터 주장해왔다. 그들에게 의심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트럼프에게 러시아 대통령과 대화를 끝낸 것이냐고 묻자, 그는 이렇게 답하며 여지를 남겼다. "그와 끝난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실망스럽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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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는 BBC에 푸틴과 관련해 "그와 끝난 것은 아니"라면서도 "실망스럽다"라고 밝혔다

4. 나토에 대한 새로운 입장

나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그가 한때 나토가 구시대적이라고 했던 발언을 상기시켰다. 그는 이제 서방 군사 동맹이 "(군사 동맹과) 반대로 가고 있다"라고 답했다.

그는 최근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과 만났다. 트럼프와 뤼터는 협력적인 관계인 것으로 보인다. 두 사람은 전 세계 언론 앞에서 따뜻한 말을 주고받았고, 미국이 나토에 무기를 판매해 그것이 우크라이나로 전달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통화 중 트럼프는 미국이 동맹국보다 훨씬 많은 국방비를 부담해왔던 점에 대한 불만을 이제는 조금씩 해소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때는 미국이 (국방비의) 거의 100%를 부담했기 때문에 정말 불공평했어요. 하지만 이제 그들(나토 회원국)이 스스로 비용을 내고 있어서 훨씬 낫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지난달 나토 회원국들이 자국 국내총생산(GDP)의 5%까지 국방비를 늘리기로 한 약속을 언급한 것으로 보였다.

그는 "우리가 나토를 많이 바꿨다"라고 말했다.

5. 스타머와 영국에 대한 존중

트럼프 대통령은 영국과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를 존중한다고 강조했다. 두 사람은 지난달 무역 장벽 일부를 없애는 합의문에 서명했다. 트럼프는 "나는 스타머 총리를 정말 좋아한다. 그가 진보주의자이긴 하지만 말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양국 관계가 많은 영국인들이 믿는 것만큼 "특별하다"라고 강조하며, 전쟁이 일어나면 영국은 미국과 함께 싸울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를 향한 모욕에도 느긋한 태도를 보였다. 올해 말 예정된 영국 국빈 방문에서 의회 연설이 빠졌지만, 의원들을 소집하라고 고집하지는 않았다. 그는 "(의원들을) 그냥 두고 좋은 시간 보내라고 하라"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앞으로 그를 맞이할 찰스 국왕에 대해서도 "훌륭한 신사"라고 평가했다. 그는 최근 찰스 국왕이 캐나다 의회에서 한 연설이 트럼프의 위협에 맞서 캐나다 주권을 지지하는 메시지로 해석됐음에도 개의치 않았다.

트럼프는 농담도 던졌다. "당신네 나라는 이름이 정말 많아요. 몇 개 지역을 빼면 잉글랜드라고 할 수도 있고, UK라고도 하고 브리튼, 그레이트 브리튼이라고도 하죠…역사상 가장 많은 이름을 가진 나라 아닐까요?"

도널드 트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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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세계 지도자들이 '나를 존중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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