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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론으로 강력한 허리케인 내부를 들여다본다면?

2024.07.07
허리케인 예보 개선을 목적으로 허리케인의 강도가 세지는 이유를 찾는 연구에 세일드론이 참여하고 있다
Saildrone
허리케인 예보 개선을 목적으로 허리케인의 강도가 세지는 이유를 찾는 연구에 세일드론이 참여하고 있다

열대성 폭풍 중에는 갑자기 카테고리 5 허리케인으로 변하는 것들이 있다. 항해용 드론인 세일드론이 이를 규명하는 연구에 참여하고 있다.

2023년 10월 25일 허리케인 오티스가 멕시코 남부 해안 마을과 도시를 강타했다. 시속 270km/h 강풍을 동반한 카테고리 5 허리케인이었다. 이로 인해 최소 27명이 사망했고, 게레로주의 대도시이자 인기 관광지인 아카풀코에서는 건물이 파손되고 정전이 발생하는 등 광범위한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은 오티스의 상륙을 앞두고 크고 위험한 파도와 파괴적인 바람, 폭우를 동반한 “생명을 위협하는 폭풍”으로 묘사했다. 또한 이 허리케인으로 인한 홍수와 산사태도 경고했다.

국립 허리케인 센터에 따르면, 멕시코 지역에 이 정도 강도의 허리케인이 상륙한 것은 기록 상으로는 이번이 최초였다.

당시 예보는 오티스가 불과 24시간 만에 열대성 폭풍에서 시속 177km/h의 강풍을 동반 한 카테고리 5 허리케인으로 “폭발적으로 강화”됐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현상은 기후 변화로 인해 더욱 빈번해 질 전망이다. 허리케인의 강도도 더욱 거세져서, 카테고리 4와 5 허리케인의 비율도 늘 것으로 예상된다.

영국 레딩 대학의 2022년 연구에 따르면, 열대성 폭풍이 하룻밤 사이에 강력한 허리케인이 되는 원인으로는 해수 온도 상승이 지목된다.

이와 더불어 학계는 이처럼 단기간에 강도를 높이는 파괴적인 폭풍의 메커니즘을 규명하고자 노력중이다.

NOAA가 해양 관련 드론을 만드는 미국 데이터 기업 세일드론과 파트너십을 맺고 허리케인의 강풍과 파도를 견딜 수 있는 장비를 배치한 것도 이러한 노력의 일환이다.

이 세일드론에는 해양 및 대기 상태에 대한 데이터를 수집하는 센서가 장착되어 있다. 수집된 데이터는 과학자들의 분석을 위해 정부 기관에 전달된다.

줄리아 팩스톤 세일드론 미션 책임자는 이 임무에는 “돛단배와 흡사하게 생긴 풍력 추진 장비” 세일드론이 활용된다고 밝혔다. 7m와 10m, 20m 등 다양한 크기를 가진 이 드론은 바람 추진력과 태양광으로 작동하는 기상 및 해양 센서를 결합한 장비다. 이를 통해 허리케인의 강도 변화와 이동 경로 또는 궤적을 시간별로 측정해준다.

해수면 아래 데이터 수집과 해류 분석도 가능하다. 팩스톤은 이 장비를 활용해 “(해수면) 9144m 상공부터 수면 아래 300m 공간을 대상으로, 공기 및 물기둥에 대한 완전한 그림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팩스톤은 세일드론의 임무를 두고 “올 시즌 허리케인 예측은 아니다”고 말했다.

“허리케인이 왜, 어떻게 강해지는지를 연구합니다. 그래서 향후 허리케인 모델링을 개선하는 것이 임무입니다.”

허리케인은 따뜻한 해수면 위에서 형성된다. 바닷물이 증발해 따뜻한 공기로 상승하면 그 아래는 저기압이 형성된다.

이로 인해 더 많은 공기가 유입되고, 상승과 냉각을 거쳐 구름과 뇌우를 만들어낸다. 이는 다시 더 많은 물을 증발시켜 폭풍을 일으킨다. 이 폭풍의 풍속이 시속 119km/h에 도달하면 허리케인으로 분류되는 것이다.

강력한 허리케인으로 폐허가 된 주택들
BBC
강력한 허리케인으로 폐허가 된 주택들

MIT 대기과학과 명예 교수인 케리 엠마누엘은 “허리케인의 에너지원은 바다에서 대기로 전해지는 열이 허리케인의 에너지원”이라고 말했다.

NOAA 과학자이자 이 프로젝트의 책임 연구자 중 한 명인 그렉 폴츠는 “이전에는 허리케인의 경로 파악에 도움이 될 만한 바다와 허리케인 사이의 열과 운동량 교환을 측정할 플랫폼이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제 폴츠와 같은 과학자들은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이들은 허리케인이 육지에 상륙할 위치와 강도를 보다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는 컴퓨터 모델을 만들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폴츠는 특히 강도 예측이 지역사회가 폭풍이 닥치기 전에 대비 방법과 대피 여부를 결정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폴츠는 “(허리케인 상륙 예상) 지역을 비우고, 수백만 명의 사람들을 수송 장비에 태워 어딘가로 이동시키려면 엄청난 비용이 든다”고 했다. “어려운 일입니다. 따라서 큰 피해가 발생할 것이라는 확신이 들지 않는 한 대피는 신중해야 합니다.”

팩스톤은 허리케인의 급격한 강화란 24시간 이내에 폭풍의 풍속이 시속 40마일 또는 65km/h 이상으로 세지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상륙 직전에 이런 일이 발생하면 엄청난 참사가 일어날 수 있습니다. 지역 사회가 열대성 폭풍에 대비하고 있는 상황에서 카테고리 5 허리케인이 들이닥치는 것이니까요.”

즉 허리케인의 급격한 강화는 앞으로 일어날 상황에 대한 경고가 부족한 상태에서 끔찍한 재난을 겪게 된다는 뜻이다.

실제로 허리케인 오티스는 매우 빠른 속도로 세지면서 많은 기상학자들을 놀라게 했다.

2005년 미국을 강타한 허리케인 중 가장 큰 피해를 일으켰던 허리케인 카트리나도 급격한 강화를 거쳤다. “사람들은 이 허리케인에 대한 경고를 받지 못했습니다. 허리케인이 온다는 것을 모르고 있다면, 대비도 할 수 없죠.”

세일드론은 바람으로 추진되기 때문에 오랫동안 바다에서 활동할 수 있다. 팩스톤은 "가장 긴 항해는 370일 정도였다”고 말했다. 이는 화석 연료를 사용하는 선박이 바다에 머물 수 있는 기간보다 훨씬 더 긴 기간이다.

그는 “우리 드론은 전적으로 재생 에너지에 의존해 추진력을 얻으며, 그 덕분에 화석 연료에 의존하는 선박은 따라올 수 없는 놀라운 유지력을 자랑한다”고 말했다.

열대성 폭풍에서 카테고리 5 허리케인으로 빠르게 강화된 허리케인 오티스가 멕시코 남부 아카풀코의 주택을 강타한 모습
Getty Images
열대성 폭풍에서 카테고리 5 허리케인으로 빠르게 강화된 허리케인 오티스가 멕시코 남부 아카풀코의 주택을 강타한 모습

2021년과 2022년 대서양 허리케인 시즌에도 과학자들은 각각 5대와 7대의 세일드론을 서부 대서양에 배치했다. 2021년에는 드론 중 한 대가 카테고리 4의 강도에 도달한 강력한 카보베르데 형 허리케인(카보베르데 섬 근처에서 발생하는 허리케인) 샘의 허리케인 눈 주위 구름 벽을 통과했다.

그리고 해수면 바로 위의 풍속이 시속 약 144km/h에 달하는 대형 허리케인의 중심부를 영상으로 촬영해냈다. 2023년에는 서부 대서양, 카리브해, 멕시코만에 배치된 12대의 세일드론이 실시간으로 기상 예측 센터에 데이터를 전송했다.

세일드론이 수집한 데이터 대부분은 아직 분석이 이뤄지고 있다. 아직 결과는 나오지 않았지만, 과학자들은 이 기술이 허리케인을 분석하는 연구에서 매우 중요한 수단이라고 말한다.

엠마누엘은 “이 미션에 매우 큰 기대와 열정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흔히 위성과 레이더가 있으면 필요한 모든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위성 이미지로 허리케인이 형성되는 위치는 파악이 되지만, 허리케인의 강도는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인공위성에 비해 매우 저렴한 세일드론은 사람의 생명을 위협하지 않으면서도 이와 관련된 정보를 제공해 줍니다. 정말 환상적인 일이죠.”

추가 취재: 조슬린 팀퍼리.

* 이 기사는 2023년 10월 27일에 처음 게재됐고, 허리케인 베릴에 대한 세부 정보를 포함해 다시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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